[취재수첩] 깡다구의 기적이 필요하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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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4   |  발행일 2019-02-14 제30면   |  수정 2019-02-14
[취재수첩] 깡다구의 기적이 필요하다
임호기자<경북본사>

요즘 경북도를 보면 되는 것 하나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산은 물론 경북 발전의 근간인 각종 SOC사업, R&D기관 및 기업 유치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설마했던 ‘경북 패싱’도 노골화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당시 경북도의 8대 숙원사업중 현재 진행형은 3가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영주 첨단 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제외한 ‘김천혁신도시의 첨단산업클러스터 구축지원’ ‘전국 돌봄교실 초등학생 대상 과일 무료 급·간식지원’은 전국 공통 사업이다. 엄격히 따져 우리 것은 하나뿐이다.

현장중심 지진·원전 안전대책 강화, 동해안친환경·신재생 에너지 클러스터 구축, 미래 이동통신 기반 스마트기기 융합밸리조성, 포항 철강산업의 글로벌경쟁력 강화지원, 농어촌 마을 정비형 공공 임대주택단지 조성은 정부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에는 나머지 경북 숙원사업은 시작조차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뿐인가.

경북도는 지난달 말 예비타당성면제 사업 선정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영일만대교 건설을 포함 7조원 규모의 동해안 고속도로(포항~영덕~울진~삼척)사업은 아예 제외됐고, 4조원 규모의 동해중부선 복선 전철화(포항~동해)사업은 10분의 1 수준인 4천억원 규모의 단선 전철화 사업으로 축소됐다. 이는 단순히 예타면제 탈락이라는 의미를 넘어, 경북 동해안의 대동맥을 끊은 위기다.

경북도가 오랜기간 공들인 원전해체연구소 경주 유치도 어렵다.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부산과 울산의 손을 들어줄 심산이다.

이쯤되면 ‘경북 패싱(passing)’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자주 말해왔던 ‘깡다구’가 필요한 것 같다.

지난 1월초 이 도지사에게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가능성이 얼마 정도 되냐고 물었다. 그는 “되면 기적”이라고 했다. 가능성도 낮은 일에 왜 그렇게 용을 쓰냐고 되물었다. 그는 “안된다고 가만 있으면 누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나. 될 때까지 깡다구있게 덤벼들고, 내놓으라고 소리쳐야 작은 것 하나라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도지사의 깡다구는 ‘몽니’(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가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경북에 살도록 하겠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담겨 있다. 이 도지사의 깡다구는 불가능할 것 같던 SK하이닉스 구미 유치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와주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역으로 경북형 일자리 모델을 SK하이닉스에 제안했다. 100만㎡ 공장 부지 무상임대와 고용인원에 따른 현금 지원, 근로자 숙소제공, 각종 인프라 지원 등 파격적 제안에 정부와 SK하이닉스도 흔들리고 있다.

수많은 기업도 경북형 일자리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맞다. 경제 위기와 경북 패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북에 지금 필요한 것은 0.1%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깡다구다. ‘절박함이 기적을 만든다’고 했다. 지금도 청와대와 국회, 중앙부처, 기업체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이 도지사에게 ‘깡다구의 기적’을 응원한다. 임호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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