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부진에 美中 무역전쟁…선제적 대응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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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5   |  발행일 2019-05-15 제31면   |  수정 2019-05-15

한국경제가 경기부진과 수출 감소,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 내우외환에 내몰리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공개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두 달 연속으로 경기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KDI는 작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5개월간 ‘경기둔화’ 판단을 이어가다 지난달 처음 ‘부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우려 수위를 한 단계 높인데 이어 이달에도 ‘부진’ 평가를 유지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0일 수출액이 130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4%(9억 달러) 줄었다. 조업일수로 따지면 감소폭은 13.6%로 커진다. 반도체 수출과 대(對)중국 수출이 각각 31%, 16% 급락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추세라면 작년 12월 이후 6개월째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내외 연구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리고 있다.

여기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전쟁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13일(현지시각) 6월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보복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총 5천140개다. 지난 10일 미국 정부가 2천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한 대응조치다. 이처럼 세계 1·2위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최악의 대결로 치달으면서 국내 경제에도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당장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중국을 통한 가공무역 비중이 큰 철강·자동차부품·반도체·화학제품은 수출 감소가 불가피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관세 부과가 시작되면 우리나라의 전 세계 수출이 1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침체와 무역전쟁으로 우리 경제가 사면초가의 위기인데도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경제정책의 실패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보고 싶은 지표만 보고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래서는 경제를 살릴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다. 우선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 내우외환에 대비해 금융시장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향후 수출시장 다변화에도 나서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우리 경제 현실을 냉철히 직시하고 잘못된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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