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사면초가에 갇힌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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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7

문재인정부가 집권 3년차에 돌입했다. 한국갤럽이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2년 직무 수행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45%로 김대중 전 대통령(49%)에 이어 2위였다. 수치로만 보면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통계의 이면은 위험하고 함정투성이다. 우선 집권 초기 80%대의 높은 지지에 비해서는 40%포인트가량 급락한 건 반전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 주목해야 할 디테일은 바로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1년 전과는 정반대로 긍정 평가를 대체·역전시킨 조사 수치의 함의(含意)에 숨어 있다. 이런 정책 지지도는 문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중도층 일부는 물론 지지층조차 등을 돌리고 있음을 증거한다.

문 정권에 대한 지지 이탈과 철회는 정치·정책의 실패에 일차적 이유를 대고 있지만 그보다는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성공으로 둔갑시키려는 억지춘향 격의 자만과 자찬이 더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좌파 진보세력 ‘그들만의 자위’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집권세력은 촛불의 정신과 과실을 독점한 것도 모자라 국민을 가르치고 이끌어가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국민은 국가라는 집단의 한 구성원이기보다는 이미 민주사회의 한 일원이자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시민으로 진화한 지 오래다. 전체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시대착오적 오류는 위험하다. 근거없는 도덕적 우월주의와 대인추상(對人秋霜)의 이중 잣대도 꼴불견이다.

진보가 좌파가 선민의식을 갖든 확증편향과 자기 확신에 빠져 있든 내로남불과 유체이탈식 화법에 젖어 있든, 그것이 진보의 문법이고 그 결과가 진보의 미래에만 영향을 미친다면 가타부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치 과잉으로 인해 정책과 통치가 실종되고 건강한 중도가 농단당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주관적 이념 성향은 중도가 40%에 육박해 진보(34.4%)와 보수(26.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같은 ‘자칭 중도층’이 폭넓다는 건 정치적 극단 성향에서 다수가 자유롭다는 증좌다.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 보혁의 진영과 진지 구축이 급박하다. 최근 들어 지지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중도층이 보혁과 좌우의 극단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빨라지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은 기득권 양대 정당 구도로 회귀를 재촉한다. 기성의 언론들도 그들의 기존 어법과 진영논리에 충실해 프레임을 구축하고 거기에 상대를 가둬 옴짝달싹 못하게 할 태세다.

경제 실패 프레임은 너무 보편적이어서 이제 식상한 나머지 ‘차라리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다’는 갈라치기식 ‘비교·분열의 프레임’이 중도층 겨냥·공략용으로 떠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너무 못하니 노무현정부가 상대적으로 덜 잘못해 돋보인다는 스토리텔링인데 그럴듯하고 논리적으로도 밀리지 않는다. ‘구관이 명관’이었다는 스테레오타입에다가 문 대통령 개인의 신언서판(新言書判)을 대통령이 되기 ‘전’과 ‘후’로 나눠 달라졌다며 인신공격을 얹으니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설(說)일지라도 그 신인도(信認度)는 더한다.

“문 대통령을 만나보니 표정이 걱정스럽더라. 대화 도중 애써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본인 상황이 ‘사면초가’같이 돼 가고 있다는 걸 의식하는 것 같았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최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사면초가가 아니라 오면초가라는 극단적인 진단도 없지 않고, 문 정부의 자화자찬에 질린다거나 경제 불감증과 모르쇠에 짜증난다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문 정부 2년을 지나면서 남은 3년이 더 걱정된다는 악담·저주성 예단이 침을 튀기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국민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 등이 엉터리 자료를 대통령한테 보고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측근들이 원수짓 하고 있다고 본다”고 일침했다. 실제 그렇다면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우스갯감으로 만드는 ‘영혼 없는 핫바지’들이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인의 장막이 있다면 당장 자진 철거하라. 진보와 보수의 공공의 적이 되기 전에.

조정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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