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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우리의 삶을 바꾸는 언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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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2


세금인하 아니라 세금구제

부시의 감세정책 이색표현

자신의 프레임을 전달한 것

언어는 생각과 행동에 영향

긍정적인 단어 사용 노력을

흔히 언어를 의사소통의 수단이라고 한다. 언어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수단일 뿐일까. 언어는 의사소통 수단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단지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생각이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어떤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바뀔 수 있다. 이러한 언어의 힘을 알기 위해서 프레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중에서)” 이러한 프레임은 특히 언어와 연관성이 깊은데, 아래 사례를 통해 좀 더 살펴보자.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언어와 정치프레임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중 하나의 예를 옮긴다. 조지 W. 부시는 미국의 감세 정책에 대해 ‘세금 인하’가 아니라 ‘세금 구제’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였는데, 레이코프는 ‘구제’라는 단어의 프레임 형성에 대해 “구제가 있는 곳에는 고통이 있고, 고통 받는 자가 있고, 그 고통을 없애주는 구원자, 즉 영웅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 영웅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구제를 방해하는 악당이 된다”라고 설명하였다. 즉, ‘세금 구제’라는 말은 “과세는 고통이며, 세금을 없애거나 낮추는 사람은 영웅이고, 세금 인하를 방해하는 사람은 악당이다”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프레임을 불러일으키는 언어는 모든 라디오와 TV 방송국의 전파를 탔고 모든 신문의 지면에 실렸으며,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까지 ‘세금 구제’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는 공적 담론에서 공화당의 프레임 우위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프레임이 어떤 언어를 쓸 것인지에 영향을 미치고 그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프레임이 여론을 움직이는 것이다.

언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예로, EBS ‘다큐프라임’의 ‘언어발달의 수수께끼 2부-언어가 나를 바꾼다’에서 진행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단어들을 배열해 5분 안에 3개의 문장을 만들어 보라고 한다. 이때 두 그룹으로 나누어 ‘무례 그룹’에게는 ‘공격적’ ‘무례함’ ‘침입하다’ 등의 단어가 적혀 있는 파란 카드를 주고, ‘예의 그룹’에게는 ‘공손함’ ‘양보하다’ ‘예의바름’ 등의 단어가 있는 노란 카드를 제시한다. 문장 완성이 끝나면 다른 장소에 있는 실험 진행자에게 가서 다음 과제를 받도록 했는데, 이때 숨어 있던 아이가 마주 오던 아이에게 다가가 일부러 부딪친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예의 그룹’은 4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화를 내지 않은 것에 비해 ‘무례 그룹’은 4명 중 3명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노출된 언어에 따라 실험 참가자들의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실험 결과는 언어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언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인 프레임을 형성하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실 언어학자, 정치가, 연설가 등을 제외하면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어떤 프레임과 연관되는지, 나를 비롯한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언어가 가진 힘을 이해하고 언어 사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적인 단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공적 담론에서 쓰이는 언어가 어떤 프레임과 연관되는지, 반대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나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프레임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도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언어의 힘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김수정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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