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작년 9월의 설렘을 기억하는가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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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9   |  발행일 2019-09-09 제30면   |  수정 2020-09-08
평양 정상회담 1년 지났지만
많은 선언과 약속은 제자리
실향민·이산가족 고통 여전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에
우리 민족의 미래 달려 있어
[아침을 열며] 작년 9월의 설렘을 기억하는가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이번 주 금요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이번 추석의 최대 이슈는 당연 ‘조국’과 ‘NO JAPAN, NO ABE’로 대변되는 ‘일본 불매운동’일 것이다. 작년 추석의 이슈는 무엇이었는가.

이제 그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작년 9월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 즉 ‘평양 정상회담’이 있었다. 추석 바로 전주인 9월18일부터 20일까지 이루어진 평양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거의 모든 일정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고, 엄청나게 변화된 북한, 특히 평양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평화 그리고 통일의 가능성을 가슴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평양 정상회담 마지막 날의 ‘빅 이벤트’였던 백두산 등반과 천지 앞에서 두 정상이 손잡은 모습은 정말 곧 통일이 다가올 것 같은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작년 9월은 그렇게 ‘한반도 평화의 봄이 평화의 가을’로 이어지는 풍성한 평화의 결실을 얻은 달이었다.

그로부터 꼭 일 년이 지난 지금, 국내적으로 법무부 장관 임명과 검찰 개혁이라는 정치적 이슈와 국제적으로는 일본과의 정치·경제적 갈등 속에 민족 염원인 ‘한반도 평화 그리고 통일’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일 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온 국민의 관심 속에 두 번의 판문점 회담과 평양 정상회담 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미국과 북한에 미뤄두고 당사자가 아닌 관람자로 전락해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다양한 약속을 하였다. 남북 관계의 전면적인 개선과 발전을 위한 약속들,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들, 그리고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또한 9월 평양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위험 제거와 민족경제 균형발전을 위한 조치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조치들, 다양한 분야의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의 적극 추진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 등을 약속했다.

물론 그 성과도 있었다.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경색되었던 북·미 관계를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마지막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회동을 성사시킴으로써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분단의 상징이던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악수하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게 하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중재자의 역할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두 당사자 간의 문제로 치부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문제에 중재자는 적극적으로 끼어들어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다양한 국제문제와 국내문제로 북한과의 협상에 동력이 떨어져 있고,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신종 방사포’(단거리 미사일) 4종을 실험하며, 또다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핵 병진노선으로의 회기’라는 이야기까지 언급하며 어렵게 마련된 한반도 평화와 대화의 장을 깰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안으로는 사법개혁·검찰개혁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해결해야 하며, 밖으로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로 인한 경제갈등·안보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정치개혁도 중요하고 과거사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민족의 염원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그 어떤 문제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에 우리 민족의 새로운 미래가 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올 추석에도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수많은 실향민과 13만명이 넘는 이산가족은 분단의 아픔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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