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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정치칼럼] “한국당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같은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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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8


여연원장의 불출마 선언문

당처지 분석하고 진로제시

헤쳐모여식 보수대통합론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을

현재로선 유일한 길일지도

여의도연구원(여연)은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다. 당 차원의 정책개발부터 자체 여론조사, 전국 당원협의회 평가 같은 중요한 일들을 한다. 특히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는 선거의 큰 그림을 그린다. 양정철 원장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과 대척점에 있는 조직이다. 여연 이사장은 당 대표(황교안)이지만 실질적인 책임자는 원장이다. 현재 원장은 3선 김세연 의원이다. 김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부산시당위원장도 맡고 있다. 올해 47세인 그가 3선 반열에 오른 건 지역구를 물려준 선친 김진재 전 의원(5선)의 후광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개혁성향 노선을 선택한 덕분이다. 유승민 의원을 정치적 멘토로 여기는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바른정당으로 갔다가 원대복귀한 ‘복당파’다. 김 의원은 17일 내년 4·15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불출마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여연 원장 자리 유지 여부를 놓고 당 지도부와 갈등설이 불거졌고, 황교안 대표가 추진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에 대해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 공천도 해서는 안된다”고 반대했다. 김 의원은 선친까지 합치면 부산 금정에서 8선을 한 셈이니, ‘영남권 3선 이상 용퇴론’의 대상자다. 따라서 국회의원 직은 접고 차기 부산시장에 도전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 연장선상에서 유승민 의원의 보수통합론에 자락을 깔기 위한 불출마라는 견해도 있다. 유 의원은 보수통합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걸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짓자’이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한국당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같은 존재가 됐다”며 당 해체론을 제기했다.

다만 그런 시각과 별개로 여연 원장을 지낸 김 의원의 셀프 한국당 진단서는 울림이 크다. 최근 잇따라 실책을 하는 바람에 여권에서 ‘야당 복 있다’고 쾌재를 부르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그는 먼저 정파 간의 극단적 대립 구도가 ‘만성화’를 넘어 이미 ‘화석화’가 됐다고 지적했다. 보수몰락의 근본 원인이 2016년 총선 때 각 계파가 벌인 공천파동이니 맞는 말이다. 한국당을 자체평가한 대목에선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일갈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선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살리는 마음으로 우리 다 함께 물러나자. 두 분이 앞장서시고 우리도 다 같이 물러나야만 한다. 미련 두지 말자. 모두 깨끗하게 물러나자”고 했다. 또 “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 조국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오히려 그 격차가 빠르게 더 벌어졌다”고 자탄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은 여전히 심각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당내 리더십 실종 얘기가 나온 지 오래됐고, 계파 간 공천싸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 와중에 패스트트랙 저지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 된 60명 국회의원들의 명운이 바람 앞에 촛불 격이다. 모두 자기 앞가림이 급한 바람에 보수대통합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이 상태론 내년 총선 참패는 피할 수 없다. 그러면 한국 정치, 나아가 사회전반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몇십년을 더 갈 지 모른다. 김세연의 말대로 지금의 한국당은 보수유권자로부터도 버림 받았다. 그걸 인정해야 창조를 위한 파괴를 할 수 있다. 김세연의 한국당 평가는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 출마 예정자, 보수 유권자 모두 새겨들을 고언이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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