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꼰대의 정치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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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9   |  발행일 2019-11-19 제30면   |  수정 2019-11-19
시대착오적 사고
이율배반적 행동
언행불일치에 대한 불신
20대 반발과 무관치 않아
그 해결은 정치의 몫
[화요진단] 꼰대의 정치
이은경 문화부장

‘꼰대’는 뻔하고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뜻한다. 주로 부모, 교사, 직장 상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속되게 부르는 은어였다. 그 의미는 알다시피 부정적이다. ‘꼰대’가 ‘은어’에서 ‘속어’로, 다시 방송미디어에서도 등장하는 ‘대중어’로 성장하기까지 몇 가지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권위와 성역의 붕괴’이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신자유주의, 개인주의 물결 속에서도 한국 사회의 폐쇄적 권위와 그에 따른 상명하복의 문화는 어쩌면 현재 진행형이었다. 단단한 바윗돌과 같던 그 권위를 무너뜨린 것은 ‘노무현 대통령’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권위주의의 퇴조로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상고 출신의 대통령, 누구는 흠을 삼을지 몰라도 학력을 포함한 그의 이력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서민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다. 그의 정치 행위나 정책도 그러했다. 검찰과의 대화로 대표되는 검찰 권력 분산, 수도 이전 등은 비록 실패했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권위와 카르텔을 해체하려는 시도였다. 최소한 그의 시대는 그 징조가 짙게 나타나는 시대였다.

실제로 인터넷의 등장과 그에 따른 정보의 범람은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유통되던 정보의 벽을 무너뜨렸다. 경제학자보다 더 경제를 잘 알고, 법률가보다 법을 잘 아는 유저들이 넘쳐났다. 교육계와 의료계는 권위가 가장 쉽게 무너진 분야일 것이다. 교사와 의사 등 전문 영역도 서비스의 영역으로 돌아섰다. 자격증으로 대표되는 형식적 권위만 바탕으로 할 뿐. 평등, 공정, 정의 등이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그렇게 문재인정부가 탄생했다.

‘꼰대’의 대중화에서 덧붙여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기성세대의 시대착오적 사고와 이율배반적인 행동, 구체적으로는 언행불일치에 대한 불신이다. 꼰대의 언어는 초능력과 끝없는 희생, 절대적 윤리적 당위성이 핵심이다.

“내 때는 말이야”라는 말은 대체로 조직과 권위에 대한 무조건 충성과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초능력을 요구한다. “요즘 애들은”이란 말은 무책임하거나, 버릇없고, 권위에 도전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란 말은 무지나 무능에 대한 면박이다. 듣는 이에게 반감을 주는 말들이다. 반감을 가진 이는 거부감을 느낀다. 거부감의 합리적 근거는 시대의 변화와 ‘꼰대’의 언행 불일치이다. “자기는 뭐”와 같은.

20대가 ‘조국 사태’로 문재인정부에 등을 돌린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평등과 공정, 정의를 표방하던 정부가 택한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상황논리, 검찰의 본질, 진영논리를 들먹이며 합리화했다. 그런 것들이 젊은이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그가 최선이었는지, 차악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은 전체적으로 소모적이었다. 이를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훈을 찾고,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건 순전히 정치의 몫이다. 그 정치는 생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니 끊임없이 토론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도 달라져야 한다. 세상은 늘 변하고, 정치인은 시대를 이끌어가야 한다. 반도체 기술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시대의 변화도 그러하여 보통의 감각으로는 따라잡기 어렵다. 정치인과 정치권이 특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항상 ‘대중의 반발 앞에 나서 가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반 발걸음을 정립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일반인과 같거나, 뒤처져 걸어가지는 않아야 한다.

이 정부가 내세운 슬로건의 가치는 명확했고, 그것이 전 정권의 헛발질과 시대 흐름과 맞아 지지를 얻었고, 그 지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의도야 어찌되었든 조국은 물러났다. 검찰과 야당, 국민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은경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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