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수들은 투혼 불사르고 팬들은 즐겨라

한국 축구는 브라질월드컵 참패 이후 쇠락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번 아시안컵대회 초반의 부진한 모습에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서도 실망하는 분위가가 역력했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한국 축구의 전통적 강점인 불굴의 투지와 체력, 그리고 조직력이 살아나 무실점 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또 ‘무실점 전승 우승’이란 기록을 앞두고 있어 국민들의 기대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오늘(31일)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지고도 조별리그에서 우리나라에 패한 호주와의 일전은 국내외적으로 관심거리다. 호주는 4강전까지 12골을 넣은 유럽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한다.

한국은 노련한 주장 기성용과 손흥민, 노장 차두리의 솔선수범하는 강인한 정신력과 상대 진영을 휘젓는 이근호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늘 경기가 우승이란 축배로 마침표를 찍을 이유는 많다. 우선 정신무장이 철저히 잘 되어 있다는 점이 큰 이유다. 차두리 선수의 은퇴경기를 우승으로 마무리해 한국 축구의 재기를 위한 단초를 마련하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둘째는 ‘군데렐라(군인+신데렐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결정적 순간의 해결사 이정협 선수(상주상무)의 군인 정신이다. 이정협의 한 방, 특히 초탄 명중이 이뤄진다면 강호 호주의 홈그라운드 이점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셋째는 지역 출신 신태용 코치의 존재다. 신 코치는 호주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다. 호주팀의 특성과 장단점 등 다양한 정보를 슈틸리케 감독에게 제공하면서 작전계획을 수립한다면 27년 만의 결승 진출이 55년 만의 우승으로 귀결되어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축구의 재도약과 차두리 선수의 값진 은퇴 선물 그리고 국민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일석삼조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역사를 쓰려면 단순히 게임을 즐기려 하지 말고, 화랑도의 ‘임전무퇴’ 정신과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싸우라고 권하고 싶다. 국민과 팬들은 한국 대표팀의 정신력을 높이 사며 결승전을 즐길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박기용 영남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