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시한폭탄’ 베이비부머 은퇴 행렬

  • 이은경,노인호,신인철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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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5 07:38  |  수정 2015-02-25 09:13  |  발행일 2015-02-25 제4면
10년내 대구·경북 숙련된 노동력 83만명 퇴직…성장 잠재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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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을 위한 취업 박람회는 항상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 2013년 대구 중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상반기 중·장년 취업 한마당.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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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전체 인구의 14.5%에 이르는 약 710만명 베이비부머의 본격적 ‘썰물 은퇴’가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3년 이상 근속 상용직 142만명이 2010년부터 정년에 도달해 퇴직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정년 60세를 맞는 공무원들의 대거 퇴직이 이뤄진다. 1955~63년생 1차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쇼크가 끝나기 전에 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68~74년생(604만명, 12.1%)의 퇴직이 기다리고 있다. 그 뒤엔 1차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에코 베이비붐 세대(1979~85년생 540만명, 10.8%)의 퇴직이 이어질 예정이다. 2020년까지 해마다 15만명 가량의 은퇴자 행렬이 줄을 이을 예정이며, 이 즈음을 전후해서는 법정 정년으로 퇴직할 인구도 한 해 8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일터 떠나는 순간 빈곤층 전락 가능성… 민간 소비의 걸림돌로

‘썰물 은퇴’경기에 악영향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는 한국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말 기준 국내 경제활동인구는 2천550만명. 이 중 베이비부머는 20%에 이르는 510만명에 달한다. 경제활동 인구의 5명 중 1명이 베이비부머인 셈이다. 이들이 짧은 시일내 한꺼번에 은퇴하면 숙련된 노동인구가 급감하게 되는 것이다.

향후 10년, 2023년까지 퇴직 및 퇴직 예정인 베이비붐 세대는 대구·경북에서만 82만9천명에 이른다. 대구지역은 전체 인구의 17.2%인 41만9천명, 경북은 15.9%인 41만명에 이른다. 이미 퇴직한 55~65세 이하의 인구는 대구가 전체 인구의 10.7%인 26만1천명, 경북은 11.7%인 30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노동인력의 감소는 성장잠재력을 하락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노동시장의 숙련기술 단절, 성장 잠재력 약화 등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LG 경제연구원은 2020년대에 접어들면 노동 부문에서만 경제성장률 1%포인트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베이비붐 세대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과 통계청이 전국 1만가구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말 기준 50대 가구 중 연소득이 3천만원 미만인 가구 비중은 33.8%였다. 60대 이상은 75.8%에 달한다. 1년에 1천만원도 못 버는 가구 비중은 50대 6.8%에서 60대 39.9%로 치솟는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전체가구 중 중위소득 50% 미만 비율)은 45.1%. 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자녀들의 교육비 부담이 증가하는 데 반해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소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은 베이비부머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재취업을 시도하거나 창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50대 이상의 경제활동 참여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이 처해 있는 근로여건은 열악한 상황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 후 일자리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전체의 73.5%에 달했다. 퇴직 희망 연령은 59~65세로 나타났지만, 실제 퇴직 평균 연령은 53세로 나타났다. 대경연 곽종무 연구원은 “실제 퇴직연령과 희망퇴직 연령 간의 차이가 클수록 노후 생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생계형 일자리의 필요성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가난한 베이비부머는 민간 소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소비가 줄면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50대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4천360만8천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세대의 증가율 5.8%는 물론 30대의 6.9%, 40대의 4.3%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금융자산이 충분치 않은 베이비부머의 경우 은퇴 후 소비수준은 급감할 전망이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신인철 인턴기자 runc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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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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