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복 입은 외국인들 “아리랑∼아리랑∼all right?”

  • 명민준,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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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6 07:34  |  수정 2015-04-16 07:34  |  발행일 2015-04-16 제6면
■ 경북 고택 투어 스케치
선비복 입은 외국인들 “아리랑∼아리랑∼all right?”
15일 경주 서악서원에서 열린 ‘전통문화체험’에 참가한 세계 물포럼 참가자들이 도포를 입고 민요 ‘아리랑’을 배우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올 라잇(all right·맞나요)?”

15일 오후 2시쯤 경주시 서악동 서악서원. 한적하기만 하던 고택에 느닷없이 외국인들의 어눌한 ‘아리랑’ 가락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세계물포럼을 위해 경주를 찾은 참가자들은 경북도와 신라문화원에서 마련한 ‘고택 Free tour’ 관광을 위해 서악서원을 방문했다. 헝가리와 콜롬비아, 네팔 등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외국인들은 “한국의 진면목을 경험했다”며 한목소리로 ‘원더풀’을 외쳤다.

이날 오후 1시40분부터 시작된 고택 투어의 첫 코스는 ‘선비복 입기’. 외국인들은 큼지막한 도포를 걸치고, 선비 갓을 쓴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셀카 삼매경에 빠졌다.

과이칭씨(50·중국)는 “생김새가 비슷해서인지, 이렇게 입고 밖으로 나가면 토종 한국인으로 오해받겠다”며 일행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곧바로 이어진 ‘다도 체험’은 시작하기 전부터 대부분의 외국인들을 당황하게 했다. 대청마루 구조 특성상, 외국인들에게는 낯선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야 했던 것. 이 때문에 한동안 대청마루 위에서는 단체로 스트레칭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겨우 양반다리에 성공한 몇몇 외국인은 “부처 자세에 성공했다”며 만족해했다. 본격적인 다도체험이 시작됐고, 각자 앞에 놓인 소반에는 하동 녹차가 올라왔다. 외국인들은 시연자의 시범에 따라 오른손으로 찻잔을 감싸고 녹차를 음미했다.

마리아 비르가스씨(50·콜롬비아)는 “물 포럼을 준비하느라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스트레스가 한번에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세번째 코스는 ‘거문고와 판소리 공연’이었다. 외국인들은 거문고 연주자의 가락에 따라, 중중모리장단에는 박수를 천천히 치면서도, 자진모리장단에는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으로 리듬을 쫓아갔다. 거문고 연주와 함께 진행된 판소리 공연은 외국인들을 위한 ‘아리랑 강의’로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소리꾼의 지휘에 따라 영문으로 표기된 가사집을 보며 조심스레 아리랑 노랫가락을 따라 외우기 시작했다. 아리랑 가락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어서였을까. 서악서원은 외국인들의 아리랑 노랫가락으로 가득찼다.

야노스 존씨(58·헝가리)는 “세계 어느 곳을 돌아다녔어도, 그 나라의 전통노래를 배운 경험은 없었다. 이번에 진정한 한국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코스인 ‘국궁쏘기’ 체험도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사 샤피씨(25·파키스탄)는 “행사가 끝나기 전에 제대로 된 한국체험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 다음에는 순수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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