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물길 열었지만 시멘트 덮인 바닥에 수생식물 없이 조경 효과만

  • 신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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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3 07:24  |  수정 2015-07-03 07:24  |  발행일 2015-07-03 제3면
10월 완공 범어천 생태하천복원 사업의 明暗
20150703

건천화돼 있던 수성못에 생태하천 사업을 통해 하루 3만3천t의 유지용수가 공급되면서 물길이 터졌다.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통한 홍수 대비와 수질 개선 효과가 나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이면에 생태적 측면이 소외됐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총 455억원의 세금이 투입된 대구 5곳의 ‘생태하천 복원 사업’, 그 중 절반 정도인 222억원이 수성구를 관통하는 범어천 사업에 투입됐다. 범어천은 도시철도 3호선이 통과하는 두산오거리~어린이회관 구간(1.6㎞)의 1단계 복원이 지난해 마무리됐다. 현재 범어천 2단계 구간(중앙고~동신교 신천 합류지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범어천의 복원이 끝나면 내년에는 대명천과 도원지가 생태하천으로 바뀐다. 지난해 2월 준공된 범어천 1단계 구간과 올해 10월 말쯤 완공을 앞둔 2단계 구간의 명암을 살펴봤다.

수질개선은 합격

매일 신천서 흘려 보내는 1만t
수성못∼범어천∼신천 물순환
BOD 등 수질개선에 크게 기여

대구의 대표 도심 하천으로 꼽히는 범어천의 수질이 생태하천 공사 전후 크게 개선됐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수성못과 맞닿은 구간 상류인 TBC 사옥 앞에서부터 신천과 마주하는 구간 하류인 중앙고등학교 앞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인 3개 구간에서 pH(수소이온농도) 감소, DO(용존산소량) 증가,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등급 개선, SS(부유물질) 감소 등의 수질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는 신천과 수성못∼범어천을 잇는 수생태벨트 조성을 통해 가능해졌다. 매일 신천에 있는 물 1만t을 수성못으로 흘려 보내 범어천 상류인 1단계에서 하류인 2단계 구간으로 흘러간 물이 다시 신천으로 순환되는 과정을 통해 범어천 수질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범어천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대구를 강타했을 때 1단계 구간인 어린이회관 앞과 2단계 구간인 중앙고 등이 침수됐다는 점을 감안해 설계 당시부터 홍수 대비 기능을 강조했다. 2단계 구간에는 가로 3.5m·세로 2.5m크기의 수로암거(하수박스) 2개가 설치돼 있는데, 수성구청 관계자는 “집중 호우 시 홍수에 대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2단계 구간인 중앙고 앞에서는 학생들 등하교를 위한 폭 5m·길이 30m의 별도의 다리 설치가 한창이다. 또한 물이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하천 폭을 최대 30m까지 넓히는 공사를 완료했다.

생태복원은 낙제

水路 천편일률적…자정능력 의문
기형적 산책로는 물길 방해까지
강바닥도 어류 서식하기엔 척박

전국적인 생태하천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222억원의 세금이 투입된 ‘생태하천’ 범어천은 과연 제대로 복원된 것일까.

다양한 수생식물이 심어져야 할 하천 가장자리에는 우수 시 잘 견딜 수 있는 활착력 강한 식물만 심겨져 있다. 물을 위해 내어줘야 할 하천 폭은 시민들의 수변 여가활동을 위해 한쪽으로만 길을 낸 기형적 산책로를 탄생시켰다. 자연생태 복원은 뒷전인 채 편의를 앞세운 이른바 ‘모양만 생태하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생태종의 생존 역시 고려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완공된 1단계 범어천 바닥은 시멘트로 덮여 있어 우수 시 물을 빠르게 흘려보내는데는 유리할 지 몰라도, 흙에 알을 낳는 토종 어류가 살기에는 어울리지 않은 하천이다. 딱딱한 강바닥뿐 아니라 수초도 심어져 있지 않아 어종이 물 속에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다. 이러한 곳에서 산란은 어불성설이다.

신천과 맞닿은 하류인 2단계 구간에서 물고기가 일부 발견되고 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태하천 복원을 위해서는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해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1·2단계 범어천의 수로는 천편일률적인 깊이와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물길을 구불구불하게 하거나 물 웅덩이인 소와 물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 등 다양한 생태서식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진정한 생태복원”이라고 강조했다.

신인철기자 runc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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