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 이런일 당해…뭉쳐서 새로운 공항공단 만들자”

  • 손선우,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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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8 07:13  |  수정 2016-06-28 07:14  |  발행일 2016-06-28 제3면
‘대구·경북 시도민 대표 간담회’紙上 중계
20160628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의 ‘뜬금없는 결정’에 분노한 대구·경북지역의 대표들이 시·도민의 힘과 지혜를 모으기 위해 27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대구·경북 시도민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내용을 지상중계 한다.

◆ 김관용 경북도지사(인사말)= 우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 우리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밀양이 아니라서, 이 자리에 온 게 결코 아니다.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결정은 시시비비를 가리고 감성적으로 처리할 문제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의 식견을 모아 정무적인 판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항은 단순한 지역 공항이 아닌 국제공항이며, 우리 세대의 과제를 넘어 미래에 대한 대안이다.

◆ 한근수 대구경북연구원 박사= 대구·경북지역에서 영남권 신공항을 추진한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인천공항과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과 영남지역에서 급증하는 항공수요를 수합하는 것이다. 셋째는 단순히 여행객이 이용하는 공항이 아닌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공항을 만드는 것이었다. 정부가 내놓은 용역 결과가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했던 공항의 모습은 ‘김해공항 확장’에선 결코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공항의 모습은
김해확장서 결코 찾을 수 없어
김해공항 철저한 검증 나서야
모든 절차 집행정지도 고려를

감성 대신 정무적 판단이 필요
대구공항 활성화 방안 급선무
K2이전과 함께 해결할 지혜를



◆ 윤대식 영남대 교수= 김해공항 확장으로 대구·경북민의 실망과 충격이 크겠지만, 지금은 이성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인천공항의 장거리 불편과 손실을 줄이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1시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한 공항을 요구해왔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항공기의 대형화 추세 속에서 활주로 길이가 3.2㎞인 김해공항이 급증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를 비롯해 공항철도 건설 후에도 1시간 이상 드는 소요시간을 더 줄일 수 있을지, 갈수록 높아지는 영남권 공항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지 등이다. 김해공항에 대한 새로운 검증이 필요하다.

◆ 이준현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신공항 유치는 지난 두 달간 열심히 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엉뚱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3분의 1만 노력했으면 정부가 신공항을 포기했겠는가 싶다. 우린 신공항 유치에 대해 투쟁하고 쟁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오늘 여기 있는 사람들이 미리 일치단결해야 했다. 지금 이 자리는 분명히 사후약방문이다.

◆ 최백영 지방분권개헌청원 대구경북본부 상임의장= 지난 35년간 영남지역을 지켜온 사람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새누리당도 탈당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이번 정부는 대구·경북의 꿈을 짓밟았다. 이젠 그 어떤 기대도 하지 말자. 대구·경북이 뭉쳐서 새로운 공항공단을 만들든지, 다음 대선 후보자를 적극 지지하고 신공항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신공항이 건설될 때까지 대구공항의 활용을 어떻게 극대화해야 할 건지 정부에 요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 이 자리에서 김해공항 신공항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지난해 5개 시·도지사 합의 때 대구와 경북의 단체장이 내용을 제대로 확인했는지를 묻고 싶다. 당초 안에 김해공항 확장이 포함됐는지, 용역변경 계약은 이뤄졌는지 알고 싶다.

◆ 박병용 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 회장= 결과는 우리를 실망시켰다. 국책사업이라는 것은 전 국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부의 결정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구·경북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 이해를 하고 다음에 적극적 대응을 직접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부에 항의하고 비난을 해봤자 갈등만 조장된다. 이제는 대안을 찾을 때다. 대구·경북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구공항 확장을 위한 대안을 찾고, 힘을 모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 이철우 국회의원= 세월호 때 가만히 있으라 해서 그런 일이 생겼고, 우리도 가만히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기다리면 잘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토론을 해서 답이 나올 건 아닌 것 같다. 결의를 하고 국회 검증단을 만들어 김해가 관문공항이 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국제화시대에 국제공항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빨리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게 공항이다. 반드시 공항을 만들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는 대구·경북민이 한데 모여 결의를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강주열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장= 안타까워서 한 말씀만 올리겠다. 대구·경북민이 모이는 이런 자리가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 사태를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믿겠다. 이제 와서 이러쿵저러쿵 할 수 없다. 결의문은 의미 없다.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너무 억울해서 정부든 국토교통부든 항의 방문해서 우리의 의사를 강하게 전달하겠다.

◆ 류재용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 경북본부장= 지난 7년간 신공항 유치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결과는 국론 분열과 행정력 소모다. 정부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이 나라에도 지방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타당성 검토·연구 용역 검증단 운영에만 그칠 게 아니라 모든 절차의 집행 정지라는 법적 대응을 강력히 해야 한다. 검토는 뒤에 해도 된다.

◆ 권영진 대구시장= 진작에 이런 자리를 갖고 대책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울분과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우리가 지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단합하고 지혜를 발휘했는지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자리는 대구·경북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힘을 모으는 자리다. 밀양 유치전을 벌이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한다면 책임은 저와 김 도지사에게 있다. 다른 분들의 책임은 아니다. 대구·경북민이 만들어준 대통령이 안 해줬다고 청와대에 가서 시위하고 따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과거를 돌아보며 분열하려고 모인 자리가 아니다.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으기 위해 모였다. 남부권 신공항이 대구·경북민의 염원이 담긴 공항인지 아닌지부터 검증해야 한다. 이후 K2 이전과 대구공항 확장, 김해 신공항 접근성을 높이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제 시·도 차원에서 대책단을 꾸렸다. 이를 잘 운영해 나가도록 힘을 모아줬으면 한다.

글=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사진=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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