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장물 도난 잦자 “안전한 곳 맡기자”

  • 이두영·송종욱·유시용·장석원·황준오,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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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6 07:19  |  수정 2016-08-26 09:52  |  발행일 2016-08-26 제3면
경북은 박물관 산재…유물 안전하게 보관
한국국학진흥원엔 年 2만점 기탁 ‘러시’
20160826
25일 안동시 도산면 퇴계로의 한국국학진흥원 제1수장고에서 오용원 자료부장이 고서 등의 보관된 자료들을 확인, 정리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의 서신 등 유물 1만여 점이 도난 당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각종 유물이 산재해 있는 경북지역의 문화재 관리 실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상당수 개인·종택에서는 한국국학진흥원 등 대형 박물관에 위탁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난 방지 등의 이유로 원래 있던 곳이 아닌 다른 지역의 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어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향토박물관 건립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뛰어난 보관 시스템
도난 뿐만 아니라 화재도 대비
안전경비인력 24시간 교대근무
개인 소장자·종택 이용도 높아

향토박물관 건립 필요
보관 시설 미비한 지역도 있어
제주박물관에 유물 맡겨지기도
지역 문화재는 지역서 보관을

◆안동= 안동시 도산면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 이하 진흥원)이 유물 보관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개인·종택을 비롯한 전국 각 문중에서 보관해 오던 국보·보물과 각종 유물을 기탁받아 보존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농촌인구 감소와 함께 농번기에 집을 비우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집에서 보관하던 유물이 도난 당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1995년 진흥원이 문을 연 이후 전국에서 기탁받은 각종 유물을 수장고에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게 되자 소장자들이 선호하면서 기탁이 이어졌다.

2008년 6월에는 충효당(서애 류성룡 종가)에서 보관 중이던 ‘징비록’(국보 제132호)이 기탁된 데 이어 보물 19종(1천92점), 시·도유형문화재 26종 1천918점, 문화재자료 5종 216점, 등록문화재 691점 등 지정문화재와 고서(13만5천557점), 고문서(22만8천495점), 목판(6만5천502점), 현판(1천56점), 서화(3천816점), 기타(2천790점) 등 모두 43만7천216점이 보관 중이다.

이 가운데 2003년부터 10만장 수집을 목표로 추진 중이던 목판은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제12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회의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대상은 305개 문중에서 기탁한 718종 6만4천226장의 유교책판이다.

오용원 진흥원 자료부장은 “지역에서 개인이 소장해 오던 유물 대부분이 진흥원에 소장됐다. 안전하게 관리·보존돼 전국에서 연간 2만여점이 기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재는 총 330점으로 국가지정문화재가 220점(전국 6.1%), 등록문화재가 2점, 경북도 지정문화재가 108점이다. 경주의 비지정문화재는 고운 최치원 선생 독서당 등 수백점에 이른다.

경주지역 문화재는 국립경주박물관, 불국사 성보박물관, 기림사 유물전시관, 옥산서원·독락당 유물전시관, 양동마을 유물전시관, 동국대·경주대·위덕대 박물관 등에 수장돼 있다. 경주의 문화재 전시 및 관리, 보존은 어느 지역보다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국립경주박물관, 대학박물관은 문화재 보존시설이 완벽하게 이뤄져 있다. 다만 사찰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양동마을·옥산서원의 유물전시, 관리가 우려되는 정도다.

불국사·기림사 성보박물관은 문화재 도난방지를 위해 폐쇄회로(CC)TV는 물론 도난방지시스템을 갖췄다. 또 화재에 대비해 옥외소화전과 자동화재감지기도 가동 중이다. 불국사 성보박물관은 내년 5월 개관할 예정이다.

양동마을·옥산서원·독락당 유물전시관은 2009~2011년에 완공해 현대시설을 갖췄다. 양동마을 유물전시관에는 양민공 손소 선생의 벼루 등 500여점의 문화재가 전시, 수장돼 있다. 옥산서원·독락당 유물전시관에는 삼국사기(보물 제525호) 등 고서(古書) 4천여권을 비롯해 호구단자, 명문, 도록 등 1천156건의 고문서 등 모두 6천280점의 문화유산이 분산 전시, 수장돼 있다.

경주시는 이들 유물전시관의 안전 관리를 위해 문화재 안전경비 인력 26명이 배치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영천= 문화재 보고인 영천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매산고택을 비롯한 4곳과 도지정문화재인 6곳 등이 고택문화재로 등록돼 있지만 각종 유물은 거의 소장돼 있지 않다. 각종 고서 등 문화 유물 등이 도난 방지 이유로 한국국학진흥원, 타지역 박물관 등에 위탁 보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국국학진흥원 등에 위탁 보관된 것은 매산고택 문적(文籍), 지산 조호익 선생 종가 문적, 낭산 이후 선생 주손가 문적, 명암 이태일 주손가 문적, 노계 박인로 선생 문집 판목, 옥간정·모고헌 현판 등 수두룩하다.

최근 지역내 각종 문중에서 소장해 오다 위탁 보관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재도 타지역에 보관돼 있다. 영천에서 30여년간 거주한 효령대군 10세손인 병와 이형상(1653~1733)이 제주목사를 지내던 1702년(숙종 28) 한 해 동안 제주도 각 고을을 순시하며 제주 곳곳을 그림으로 남긴 채색 화첩인 보물 652-6호 ‘탐라순력도’는 국립제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형상의 후손들이 영천에서 보관해오다가 1998년 12월 제주시에 매각한 것이다.

2004년 1월에는 영천시 신녕면 화남리 권응수 장군 유물관에 전시돼 있던 가전보첩(보물 제688-8호) 2권과 장검 등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일부 유물은 진주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영천시 성내동에 있던 왕평 선생 생가도 2011년 철거돼 지금 무인모텔이 들어서 있다. 게다가 지난 12일부터 영천극장도 철거작업에 들어가 흔적조차 완전히 사라졌다. 영천극장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지역의 대표적인 근대사 문화건축물로 손색이 없었다.

◆영주·봉화= 영주·봉화지역의 유물과 기록유산 등 문화재들은 대부분 박물관에 위탁해 보관, 관리되고 있다.

영주시의 기록유산 유물은 국보 제111호인 안향초상을 비롯한 명종어필 소수서원 현판, 소수서원 소장판목, 장계 홍패 및 장말손 백패·홍패, 장말손초상, 장말손 적개공신교서, 장말손유품, 이개립문중 소장문적 등 1천여점에 달한다.

이 유물 대부분은 영주 소수박물관과 부석사박물관 등에 위탁·보관해 오고 있다. 다만 장말손 유물만이 개인 소장 중이며, 장말손 유물각을 만들어 CCTV를 설치해 도난을 방지하고 있다. 나머지 국가·경북도 지정 문화재들도 각 박물관에서 위탁 보관 중이다.

봉화군의 고택 기록유산은 현재 보물 제261호 권벌 충재일기를 비롯한 축서사 괘불탱, 감고당 문적, 봉화 김태석소장전적 등 510점으로 각각 충재박물관, 청량산박물관,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관 중에 있고, 김태석소장전적만이 개인 소장하고 있다. 국보 제201호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 등 국가·경북도 지정 문화재들은 각 사찰이나 봉화군에서 도난방지를 위한 CCTV를 설치해 관리되고 있다.

◆예천= 예천지역에서는 도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다. 1990년 4월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보물 제878호 ‘대동운부군옥’을 비롯한 보물급 고서 400여점을 도난 당해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다행히 이들 보물은 일본으로 밀반출 직전 경찰에 발각돼 모두 환수됐다. 앞서 1989년 6월 도둑맞은 보문사 불화 4점 중 2점도 환수될 예정이다.

예천은 문화유산의 보고다. 도내에서 6번째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중한 유물은 국학진흥원을 비롯해 서울 소재 박물관 등 외부로 반출된 것이 1만9천693점, 개인이나 문중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2만점 등으로 총 4만점 이상의 유물이 전승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유물을 보관할 곳이 없었지만 지난해 예천충효관이 예천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되면서 예천지역 문화재의 보존·관리뿐만 아니라, 문화재의 연구를 통해 문화재의 훼손과 도난을 대비하는 방책을 마련하게 됐다. 현재 박물관에는 군민으로부터 기증받은 유물 1천500여점이 보관되어 있다. 앞으로 외부로 반출된 유물과 소장 유물들이 예천박물관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김수현 예천군 문화관광과장은 “그동안 문화재 소장자들 일부는 대대손손 물려받은 귀중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집을 비우지 않거나 시건장치를 하는 등 분실을 우려해 안간힘을 쏟아 왔다”며 “예천박물관은 더 이상의 도난사고를 막는 기초기능뿐만 아니라 문화재의 연구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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