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무너질라” 집 밖으로 뛰쳐나온 주민·학생들 ‘공포의 밤’

  • 사회부·경북부,이지용,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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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13 07:24  |  수정 2016-09-13 07:27  |  발행일 2016-09-13 제3면
■ 대구경북 지진 이모저모
20160913
규모 5.8의 지진 여파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자 동대구역을 찾은 승객들이 플랫폼에서 초조하게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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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 영향으로 땅이 흔들리면서 경주시청 조형물이 넘어졌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12일 밤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대구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대구소방본부와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직후부터 이날 밤 11시까지 “큰 진동을 느꼈는데 지진이 맞느냐” “지진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등을 묻는 전화가 4천여통 폭주했다. 112종합상황실에도 지진 피해 우려와 관련된 전화가 1천여건 접수됐다.

대구시재난안전대책본부와 8개 구·군에서도 지진 감지에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건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빗발쳤다.


KTX 등 줄줄이 지연사태 빚어
학교는 야간자습 중단 귀가조치
영화관 상영중단 관객 긴급대피
엘리베이터 고장 등 피해도 속출



대구에선 지진 규모 4.0이 기록됐고 피해는 도로 파손 1건, 건물 균열 2건이 접수됐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8시39분쯤 북구 대현동의 박모씨(29)가 지진에 놀라 2층 주택에서 피하던 중 아래로 떨어져 찰과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특히 고층건물에 사는 주민 대부분이 지진을 감지했다. 초고층 아파트인 수성구 동대구로(두산동)의 ‘수성SK 리더스 뷰’(57층, 217m)와 달구벌대로(범어동)의 ‘두산위브더제니스’(54층, 178m), 달서구 와룡로(감삼동)의 ‘월드마크웨스트엔드’(45층, 148m)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건물에서 대피하기도 했다.

두산위브더제니스 23층에 사는 조해영씨(여·42)는 “2차례나 10초 정도 건물이 흔들렸고, 현기증도 났다”며 “어린 아이들이 놀래 일단 외부로 나왔다”고 말했다.

수성구 두산동의 한 식당 주차장과 중구 교동의 주요도로 등 지역 곳곳의 도로가 육안으로 뚜렷하게 확인될 정도로 갈라졌고, 카카오톡을 비롯해 SNS 통신망, 유선전화, 휴대전화가 상당 기간 끊김이 발생하는 등 불안정한 통신 상태를 보였다. 대구지역 극장도 지진 여파로 문을 다 닫았다.

◇…12일 오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열차가 일부 구간에서 서행하는 등 지연 운행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첫 지진이 감지된 오후 7시44분부터 경부선 대전 이남 구간을 지나는 모든 KTX 열차가 서행했다. 구간별로는 대전~동대구까지는 90㎞/h, 동대구~노포 30㎞/h, 노포~부산 90㎞/h의 속도로 운행했다.

KTX 열차가 제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들도 줄줄이 연착됐다. 이날 오후 동대구역에선 열차가 1시간 이상씩 지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KTX 열차가 자동으로 서행하도록 돼 있다. 열차가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며 “KTX가 늦어지면서 일반열차까지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와 달리 공항은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대구공항 내 시설물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며 “항공기도 정상적으로 운항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 영신고와 경일여고에선 이날 지진동이 감지되자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학생들이 운동장 등으로 피신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경신고는 최초 발생 후 연이어 지진이 발생하자 학생들의 자율학습을 즉각 중단하고 조기 귀가 조치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밤 9시20분 현재 지진으로 인한 피해상황은 접수되지 않았으며, 일선 고교 학교장과 행정실장에 피해가 발생하는 대로 즉각 당직실로 보고할 것을 알리는 긴급 문자를 발송했다.

◇…포항지역에서도 아파트 수도 배관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밤 9시30분쯤 포항시 북구 우현동 T마트 옥상 물탱크가 넘어지면서 수천ℓ의 물이 쏟아져 건물 내부가 침수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또 북구 양학동 D아파트 105동 건물 수도 배관도 지진 여파로 파손돼 100여 가구 주민들이 대피 중이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는 해상누각인 영일대로 들어가는 입구 바닥이 3m가량 갈라져 포항시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입을 통제시키고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항시 북구 환호동 주민들은 이날 잇단 지진으로 인근의 환호공원으로 긴급 대피하면서 공원안 주차장이 만차를 이루기도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두 차례 지진에도 별다른 피해 없이 정상조업하고 있으나 여진에 대비해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경주에서 80㎞ 정도 떨어진 구미 지역에서도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사람들이 놀라 밖으로 뛰쳐나왔다.

롯데시네마 구미공단점을 비롯해 구미지역 영화관은 지진 발생 후 영화상영을 중단하고 관람객들을 긴급히 대피시켰다. 이후에 예정된 영화들에 대해서도 모두 상영을 중지시켰다. 구미시민 이모씨(여·22)는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관 직원의 안내에 따라 긴급 대피했다”고 말했다.

구미의 한 아파트에서는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추면서 일부 주민들이 갇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미소방서 119구조대는 장비를 이용해 시민들을 한 시간여 만에 무사히 구출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지진 발생 후 전국 해상과 항만의 상황을 파악한 결과 여객선이나 어선, 항만 시설과 관련한 피해가 보고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또 지진여파로 해일이 일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수부는 그러나 전국 지방청을 통해 피해나 이상 여부를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부·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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