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 꽃무릇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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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4   |  발행일 2016-10-14 제34면   |  수정 2016-10-14
영광 “상사화”-함평 “꽃무릇” 신경전
20161014
상사화의 실제 명칭은 ‘분홍상사화’. <상사화연구회 제공>

학계 보고 상사화 20종…국내 7종 확인
종별로 꽃 색깔·개화시기 모두 제각각
붉은 꽃무릇은 분류상 상사화의 한 종
대구수목원·동대구로에도 상사화 군락


꽃은 예쁜데 이름 때문에 영광과 함평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영광은 상사화, 함평은 꽃무릇이라고 주장한다.

축제는 함평에서 먼저 시작됐다. 선운사까지 꽃무릇을 사용하니 적잖은 관광객은 꽃무릇에 더 익숙하다. 불갑사에서 만난 상사화연구회(회장 송병석)와 상사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영길 불갑면장, ‘상사화 시인’으로 불리는 정형택 영광문화원장 등이 나그네를 위해 상사화에 대한 각종 정보를 알려주었다.

학계에 보고된 상사화는 얼추 20여종. 국내에서 확인된 건 모두 7종이다.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상사화, 백양꽃, 위도상사화, 제주상사화, 꽃무릇 등이다. 상사화의 실제 명칭은 ‘분홍상사화’. 꽃무릇은 많은 상사화 중 유달리 붉다. 종별로 꽃 색깔도 개화시기도 다르다. 가장 빠른 건 진노랑상사화로 7월 하순~8월 하순에 꽃이 핀다. 가장 늦게까지 피는 건 꽃무릇이다. 상사화는 겨울 평균기온 영하 3℃ 이상 지역에서만 자생할 수 있고 대체적으로 자생지가 바닷가에 가까운 지역에 많은 것을 보면 적당한 해풍과의 연관성도 있다.

꽃이 지면 그제야 잎이 난다. 월동한 뒤 이듬해 6월 말쯤 상사초의 잎이 완전히 사그라져 없어지고 나면 7~9월 꽃을 피워문다. 꽃은 7~15일 유지되다가 시든 후 씨를 맺는다. 10월 말쯤 꽃대가 완전히 사라지고 11월 말쯤 잎이 올라온다. 12월 중순부터는 포항 칠포해수욕장 근처 월동초(시금치)처럼 겨울 산천을 푸르게 물들인다. 잎은 초여름이 되면 다시 없어지고 늦여름과 초가을에 개화된다. 이때 축제를 벌인다. 상사화의 독특한 식생은 다른 식물들과는 정반대다.

국내 상사화 대표 자생지는 영광·함평·고창 세 곳. 최근에는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대구는 동대구대로는 물론 대구수목원에도 군락을 이룬다. 함평 상사화는 영광에서 흘러들어갔다. 그 가운데서도 불갑산은 국내 상사화의 최대군락지. 7종 중 5종이 자생한다. 영광군의 군화도 상사화다.

요즘 축제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붉은 꽃무릇은 상사화의 한 종이다. 분류법에 따르면 상사화는 수선화목의 한 분류의 식물이다. 생긴 모습 때문에 꽃무릇과 석산이란 이름까지 태어났지만 더 식물학적인 명칭은 상사화다. 식물학자들이 백양사에서 발견한 상사화를 그냥‘백양꽃’이라고 하듯 너무 허술하게 네이밍을 했다. 그러다 보니 같은 꽃을 두고 다른 이름의 축제가 탄생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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