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싯잎송편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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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4   |  발행일 2016-10-14 제35면   |  수정 2016-10-14
한 개만 먹어도 속이 꽉차 일명 ‘벌떡’
[이춘호기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3부 가을 이야기-전남 영광
20161014
동부를 통째로 넣어 소를 만든 영광 모시떡.

송편 2∼3배 크기로 맛·영양소 일품
동부를 통째 소로 넣어 콩 고소함 가득
노비 원기회복 위해 나이만큼 주기도
최근엔 고창·강진 등도 벤치마킹 생산

굴비와 짝을 이룰 만한 간식이 생각났다.

백수해안도로를 일주한 뒤 쑥떡같이 생긴 ‘모싯잎송편(일명 모시떡)’을 먹었다. 안동의 버버리 찰떡, 경남 의령의 망개떡, 강원도의 감자떡 등과 어깨를 겨룬다. 가을로 접어들면 서남해안권은 무화과와 함께 이 모시떡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영광 상사화 보러 온 관광객은 한 손에는 굴비, 한 손에는 모시떡을 사 든다.

모시송편은 일명 ‘벌떡’으로도 불린다. 여느 송편보다 2~3배 크다. 요즘 공기밥보다 3배 이상 담기는 ‘머슴표 고봉밥’ 같다 할까. 한 개만 먹어도 속이 꽉 차는 느낌을 받게 되어서 그런 말이 생긴 것 같다.

‘호불여 영광(戶不如靈光)’, 굴비 때문에 돈이 많이 돌아 예전부터 영광은 ‘쌀독인심’이 두둑했다. 농산물이 넘쳐나고 해산물이 풍부하여 송편의 크기에서도 넉넉함과 인심이 넘쳐 났다. 그래서 힘든 일을 하는 노비들의 원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나이만큼 나눠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창·강진·함평·장성·서산 등지에서도 영광을 벤치마킹한 모시떡이 경쟁대열에 섰다. 과거 모시길쌈을 위해 모시 재배가 성행했던 영광에서 상부상조의 따뜻한 정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 먹던 모시떡. 그 맛과 영양소가 일품이라 산업화 바람으로 모시베 생산이 중단된 때도 전통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모시는 다년생식물로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자생하며 섬유용은 ‘세모시’, 식용은 ‘참모시’로 불렸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그 ‘소’에 있다. 일반 송편은 깨와 설탕을 함께 넣어 고소함과 달달한 맛을 내지만 모시떡은 동부를 통째로 넣어 한 입 베어 물면 콩의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져간다. 요즘은 흑미, 밤 등 기능성 소를 넣은 퓨전 모시떡도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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