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결제할 금액이 1천만원인데…거래처도 타격”…4지구 인근 점포들 영업 재개 “미안한 마음이 앞서”

  • 박광일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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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3   |  발행일 2016-12-03 제3면   |  수정 2016-12-03
■ 화재현장 르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사흘째인 2일, 679개의 점포를 집어삼킨 화마(火魔)는 사그라졌지만 상인들의 한숨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날 오전 서문시장 주차빌딩 2층에서 만난 상인 박성태씨(50)는 “당장 결제해야 할 물건값만 1천만원”이라며 “4지구 상인들은 물론이고 물건을 납품해주던 도매업자들까지 줄줄이 도산하게 생겼다”고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 와중에도 4지구 건물에선 하얀 연기만 계속 피어올랐다. 소방관들은 굴착기를 동원해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막바지 진화에 나서고 있었다.

불이 다 꺼진 오후 들어서도 상인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상인들은 주차빌딩과 상가 연결통로 등에서 자신의 가게가 있던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한 50대 여성은 “굴착기가 있는 근처에 가게가 있었다”며 “며칠 전 물건을 새로 들여놓은 데다 물건 판 돈도 저 안에 다 있는데 한줌의 재가 돼 버렸다”고 울먹였다.


“도매업자들까지 줄도산 위기”
연신 담배 연기 내뿜으며 한숨


상인들 불탄 가게 보며 발동동
“물건도, 돈도 한줌의 재로”울먹
“한복집 하는 친구 부인은 기절”
복구 기간 최대한 단축 요구도



반면, 4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상가는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화재 이후 문을 닫았던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한 것. 시장을 오가는 손님들도 조금씩 늘고 있었다. 하지만 장사를 재개하는 상인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아 보였다.

4지구 근처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계속 가게 문을 닫고 있을 수만은 없어 영업을 재개했다”면서도 “이번 화재로 전 재산을 잃은 4지구 상인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이번 화재를 보며 11년 전의 기억을 떠올린 2지구 상인들도 많았다. 상인 손병헌씨(56)는 “전 재산과 함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냐”며 “4지구에서 한복집을 하는 친구의 부인은 기절해서 병원에 실려갔다고 들었다. 4지구는 단일품목으로는 서문시장 내 최대 규모이기 때문에 2지구 화재 때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고 안타까워했다.

화재 현장을 지나는 시민들의 얼굴에도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시민 채형준씨(45)는 “왜 매번 서문시장에만 이런 큰 화재가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며 “화재 현장을 지켜보는 상인들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4지구 상인들은 하루빨리 상가가 복구돼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상인 유모씨(54)는 “2지구 화재 때 새건물을 지어 다시 오픈하는 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며 “우선 임시로 장사할 수 있는 대체공간을 마련해주고, 복구기간을 최대한 줄여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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