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학병원서도 ‘태움’…1년 내 퇴직 8명 중 1명꼴

  • 홍석천
  • |
  • 입력 2018-03-07 07:09  |  수정 2018-03-07 08:38  |  발행일 2018-03-07 제1면
“높은 이직률에 인력수급난
환자에 피해 고스란히 전가”

대구지역 상급대학병원 신입 간호사 중 상당수가 도제식 교육을 못 견디고 1년도 안돼 퇴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인 ‘태움’(재가 될 때까지 영혼을 태운다는 뜻) 문화가 지역 병원에서도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대학병원들이 신입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로 인해 인력 수급에 곤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대구가톨릭대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에서 채용한 신입 간호사 수는 모두 792명이다. 4개 대학병원 전체 간호사 수가 3천6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20%가 넘는 인원을 신입으로 채운 셈이다. 이는 정년 등 자연 감소분을 제외하더라도 적지 않은 간호사가 중도에 병원을 그만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4개 대학병원 신입 간호사 중 적어도 100명 이상이 1년 내 퇴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 자료는 더 충격적이다. 경력 1년 미만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3.9%로, 신입 3명 중 1명은 1년도 못 채우고 첫 직장을 떠났다. 문제는 신입의 조기 퇴직 이유가 급여 등 일반적인 원인에 있지 않은 데 있다. 실제로 지역 4개 대학병원의 신입 간호사 평균 연봉은 3천200만원 내외로 대구기업 신입 연봉 중 상위권에 속한다. 지역 대학병원 간호사의 근무여건을 나타내는 간호등급은 간호사 1인당 병상이 2.5명도 안 되는 1~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입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이 태움문화를 동반한 고질적인 신입 교육시스템에 기인하고 있으며, 높은 이직률은 다시 기존 간호사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돼 결국 환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기자 이미지

홍석천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