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에 선 文 대통령 “소원 이뤄졌다…백두산 관광시대 올 것”

天池에 손 담그고 물도 담고//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천지行 케이블카’에 나란히//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을 방문한 뒤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향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등산 애호가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북한 땅을 통해 백두산에 올라 평생 소원을 이뤘다. 이날 남북 정상은 백두산 장군봉에 함께 올라 백두산 천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손을 맞잡았다. 애초 장군봉까지 간 뒤 천지 방문 여부는 날씨를 보고 결정할 계획이었다가 기상이 나쁘지 않아 천지까지 들렀다.

文 대통령 부부, 평양시민 환송받으며 출발
순안공항서 공군2호기로 삼지연공항 이동
마중나온 金 위원장 부부와 車로 백두산행

장군봉 거쳐 케이블카 타고 10분 천지 도착
두 정상 손 맞잡고 기념사진·산책·물 담기
金 “앞으로 남측·해외동포들도 와서 봐야”

◆김 위원장 부부 삼지연서 대기

삼지연공항 활주로 사정으로 공군 1호기 대신 물품 수송을 위해 북한에 들어가 있는 공군 2호기를 타고 오전 7시27분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한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오전 8시20분쯤 삼지연공항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 방북에 동행한 공식수행원은 대통령과 같은 공군 2호기를, 특별수행원은 고려항공 민항기를 이용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삼지연공항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문 대통령 부부를 반갑게 맞이했다. 군악대와 의장대, 시민들도 10여분간 문 대통령 내외를 환영했다.

남북 정상 부부는 이후 차량으로 백두산 장군봉으로 향했다. 장군봉을 본 남북 정상은 백두산행 열차가 오가는 간이역 향도역에 잠시 들렀다가 오전 10시10분쯤 케이블카를 탄 후 10시20분쯤 마침내 천지에 발을 디뎠다. 남북 정상 부부는 천지 주변을 산책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도 동행했다.

천지 상부에 도착하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오늘 천지에 내려가시겠습니까”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백두산에 대한 경외심 때문인 듯 웃으면서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 보고 싶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쪽 일반 국민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믿는다”며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다.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까지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라며 “분단 이후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라고 했다.

◆문 대통령 생수병에 천지의 물 담아

두 정상은 천지를 배경으로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으며 김정숙·리설주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김 여사와 리 여사 역시 두 정상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은 채 박수를 쳤다. 백두산의 이날 날씨는 구름이 조금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행히 쾌청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김 위원장 내외와 함께 같은 케이블카를 타고 백두산 천지로 이동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천지에 도착하자, 준비해 간 플라스틱 생수병에 천지의 물을 담았다. 김 여사도 천지 물을 물병에 담자, 리 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이를 거들었고 이 모습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사진기에 담는 모습도 목격되는 등 이날 등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날 두 정상의 백두산 등반에 함께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 장관 등 우리측 관계자들도 양 정상 내외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백두산 등반에 동행한 남측 기업인들도 점퍼 차림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백두산 등정 소원성취 감사”

문 대통령은 백두산에 올라 평생 소원을 이루게 해 준 데 대한 감사함을 김 위원장에게 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에 많이 갈 때 나는 ‘반드시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고 다짐했다”며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져 영 (백두산에) 못 오르나 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감회를 밝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측 인사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면 백두산 등반의 꿈을 이야기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특히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만찬 때는 김 위원장 앞에서 건배사를 통해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평양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나는 백두산에 가되 중국이 아닌 북쪽으로 올라가겠다고 공언해 왔다”며 “중국 동포가 백두산으로 여러 번 초청했지만, 그 말 때문에 사양했는데 그 말을 괜히 했나 후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벽부터 평양시민들 환송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40분쯤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나섰다.

양복 정장 차림의 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벤츠 차량을 타고 순안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북한 주민들이 연도에 늘어서 꽃술과 한반도기, 인공기를 흔들고 “조국통일”을 외치며 환송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공항으로 이동하는 내내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며 평양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공항에서도 평양 시민들의 환송을 받았으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일렬로 대기 중이던 북측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평양·서울공동취재단=이영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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