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군사적 긴장완화엔 진전…비핵화 합의 美 설득이 관건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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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1   |  발행일 2018-09-21 제4면   |  수정 2018-09-21
평양회담 성과와 과제
2박3일 파격의 연속…北 극진예우 눈길
기업인 동참해 남북경협 물꼬 터 큰 의미
핵 현존 상황서 재래식 무기 철수엔 우려
20180921
“2박3일간 환대 감사합니다”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2박 3일간의 평양 방문을 마친 뒤 삼지연 공항으로 향하는 공군 2호기에 올라 평양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동반으로 마무리된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18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지면서 굵직한 빅이벤트가 연출됐고, 그만큼 많은 화제를 남겼다. 최초 수식어가 붙는 역사적인 회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남북관계 및 군사적 긴장 완화 부분에서 획기적 진전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핵심 사안인 비핵화 부문 합의는 미국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부문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국방력은 상당히 약화시켜 버리는 합의를 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방북 첫날부터 ‘파격 ’‘최초’ 연속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파격’과 ‘최초’라는 단어가 쏟아졌다.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여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남북 정상 내외가 20일 민족의 영산으로 평가받는 백두산 천지를 동반 산책한 것은 4·27 회담 때 도보다리 대화와 마찬가지로 큰 상징성을 띤 역사의 명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북한의 집단체조를 관람하고 우리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북한주민 15만명 앞에서 연설한 것도 역사적 사건으로 꼽힐 만하다.

사실 역사에 남을 ‘파격의 연속’은 방북 첫날부터 시작됐다. 북측은 환영 행사 때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파격적으로 예우했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 내외를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영접했다. 북측 최고지도자 내외가 우리 측 정상 내외를 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8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첫날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당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한 첫 정상으로 기록됐다.

◆비핵화 합의 미국 설득이 관건

양 정상이 발표한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는 일단 미국 협상파들을 움직일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핵사찰을 허용하고 국제 전문가들 참관 하에 실험장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해체하기로 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남북 평화 번영의 전제 조건이 비핵화라고 본다면 이번 회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북한에는 이미 확인된 핵시설만 15곳으로, 현존하는 핵무기도 이미 30~40개 이상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는 극히 일부 조치로, 북한 전역의 핵시설과 기존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검증’ 조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넘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최종 성과는 오는 24일(미국 현지시각)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로 가늠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북한이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어떤 수준의 상응 조치를 얻어내느냐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합의문에 담지 못한 메시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재래식 무기 군축 둘러싼 논란도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채택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이하 군사합의서)를 두고도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야권과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이 전혀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래식 전력을 양보한 조치가 걱정스럽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북한의 핵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를 상호 철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우리 안보에 구멍이 뚫린다는 우려다.

그러나 청와대는 “재래식 무기에 대한 군축은 비핵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입장이다.

◆남북 경협, 이산가족 문제는 큰 성과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 정상은 철도·도로 연결 등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요소인 경협을 향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아울러 남북 경협의 ‘물꼬’를 트는 자리에 기업인들이 동참했다는 것도 결코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내 개소하고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복구하기로 한 것은 이산가족 고통 해소 위한 실질적인 성과로 꼽힌다.

평양·서울공동취재단=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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