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독도의 우편번호

  • 입력 2003-04-12 00:00

어느 날 새벽 ‘푸른 울릉·독도 가꾸기 모임’의 일원이 되어 울릉도
도동항을 출발하여 독도를 향해 가고 있었다. 우리의 땅이면서도 쉽사리
갈 수 없는 곳에 가보게 된다는 감격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배에
는 독도 최후의 주민이었던 김성도씨도 함께 타고 있었다. 김씨는 쫓겨나다
시피 떠나온 독도를 그리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깊은 감회에 젖었다.
1997년 정부에서 독도의 서도(西島)에 어업인 숙소라는 것을 지으면서
김씨의 집과 함께 선가장(배를 육지로 끌어올리는 시설)을 헐어버렸다. 배
댈 곳을 잃은 독도의 유일한 주민 김씨는 어쩔 수 없이 독도를 떠나야
했고, 어업인 숙소도 짓자마자 임자 없는 폐가로 전락해야 했다. 90여㎞
험한 물길을 달려 어렵게 발을 내린 독도에는 괭이갈매기 소리만 처연했다.
독도는 우리에게 너무나 먼 땅이었다.

한·일간 독도의 영유권 시비가 분분하게 떠오를수록 독도의 출입은 까
닭모르게 봉쇄되거나 통제되었다. 어부들은 독도 근해에서 마음대로 고기를
잡을 수도 없다. 지난 아시안게임 때는 독도를 지운 한반도기가 배포되어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독도가 저들의 땅이라는 표지
판을 곳곳에 세워 여론을 몰아가며 영유권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 국제
수로기구(IHO)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동해’를 ‘일본해’로 바꾸려는 집요
한 공작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이 나섰다. 부산의 한 시민단체에서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에 우편
번호를 부여해 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그것은 국제법상 독도가 대
한민국의 행정권과 법 치하에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준거가 되기 때문이
다. 드디어 올해부터 우편번호부에 799-805라는 번호가 올랐다. 만시지탄이다
. 어찌 우편번호만이랴. 독도는 우리의 땅임을 나라와 국민의 이름으로 만
천하에 당당히 공포해야 한다. 그리하여 언제나 드나들 수 있고, 마음대로
살 수 있고,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도는 분명 우리
의 땅이기 때문이다.
이일배<수필가·선산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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