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식탐에 중소 납품업체 ‘죽을맛’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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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8-21 07:31  |  수정 2012-08-21 08:20  |  발행일 2012-08-21 제16면
판매 수수료 ‘찔끔’ 인하
판촉·물류·인테리어비 등
각종 추가부담 크게 늘려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중소업체가 지불하는 판촉 행사비, 인테리어비, 물류비 등과 같은 각종 부담이 최근 수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추가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중소 납품업체에 부담을 전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3개 백화점, 3개 대형마트, 5개 TV홈쇼핑사 등 11개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와 납품업체에 대한 판촉행사비 등 각종 추가부담 실태를 점검한 결과 유통업체별 각종 추가 부담은 2009년보다 항목별로 8~55%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3대 백화점 납품업체의 평균 판촉행사비는 2009년 120만원에서 지난해 140만원으로 17% 증가했다. 납품업체 부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테리어비도 4천430만원에서 4천770만원으로 늘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3대 대형마트의 납품업체당 판촉사원 수는 41.1명에서 53.4명으로 30% 많아졌다. 판촉행사비는 1억5천만원에서 1억8천만원으로, 물류비는 1억2천180만원에서 1억4천550만원으로 20%씩 늘었다. 반품액은 3억1천만원에서 4억3천만원으로 무려 1억원 넘게 증가했다.

GS, CJO, 현대, 롯데, 농수산 5대 홈쇼핑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평균 ARS(자동응답시스템) 비용은 3천130만원에서 4천850만원으로 55% 급증했다. 이는 ARS로 구매하는 홈쇼핑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면서, 그 비용은 납품업체에 부담시킨다는 사실을 말한다. GS홈쇼핑이 6천480만원에서 9천70만원으로 40%, CJ오쇼핑은 2천150만원에서 2천600만원으로 20.9%, 현대홈쇼핑은 3천500만원에서 6천640만원으로 89.7%, 롯데홈쇼핑은 2천970만원에서 5천810만원으로 95.6% 늘어났다.

이처럼 납품업체가 담당해야 할 각종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이들 3대 유통업종의 판매수수료 인하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2010년과 올해를 비교한 중소납품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는 백화점의 경우 29.9%에서 29.2%, TV홈쇼핑은 34.4%에서 34.0%로 낮아졌다. 대형마트의 판매장려금도 5.4%에서 5.1%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 3개 업종 모두 판매수수료 인하 폭이 1%포인트에도 못 미쳤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에 걸쳐 대형 유통업체에 중소납품업체들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3~7%포인트 인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판매수수료 인하 후 대형 유통업체들이 수수료 인하분을 판촉비 인상 등으로 전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지철호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중소업체들에 부과되는 추가부담 비용은 대형유통업체들의 독과점이 심화되면서 계속 증가해 온 현상”이라면서 “유통분야 공정거래협약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장·단기 종합대책을 마련해 판매수수료 하향 안정과 납품업체 부담 완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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