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자주 마시고 혀만 잘 닦아도 구취 줄일 수 있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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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9-10 07:41  |  수정 2013-09-10 08:13  |  발행일 2013-09-10 제21면
[전문의에게 듣는다] 구취
방치땐 우울증 등 심리적 고통 초래
녹차·무설탕껌, 구취 줄이는 데 도움
구강청결제 자주 사용하는 것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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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치과병원 변진석 교수

지난달 말 박모군(15)은 엄마 손에 이끌려 경북대 치과병원 구강내과를 찾았다. 박군은 대수럽지 않게 웃고 있었지만 엄마의 표정은 심각했다. 박군의 부모는 “아들이 하루 세 번 꼬박 양치질을 하는데 왜 입냄새가 나는지 모르겠다”며 “아이가 친구와 지내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경북대 치과병원 변진석 교수(구강내과)는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구취가 뭐 대단하냐고 생각하겠지만 당사자는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 등 심리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열에 아홉은 입안 문제

구취(口臭)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연령대도 직장생활이 왕성한 청장년층뿐만 아니라 미취학아동, 학령기의 초·중·고교생, 노인까지 다양해졌다. 대인관계의 빈도 수가 늘고 개인의 이미지 관리가 사회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대사회에서 구취는 더 이상 개인의 사소한 고민거리가 아니다.

변 교수는 “구취는 구강 및 인접기관에서 발생, 구강을 통해 외부로 나오는 불쾌감을 주는 냄새”라고 정의했다.

그중 대부분은 입안 자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입안만 잘 관리해도 구취의 상당 부분을 치료할 수 있다. 입안의 구취는 특정 세균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울퉁불퉁한 치아와 잇몸, 입천장, 뺨, 목젖을 비롯한 주변구조물 등 세균이 서식할 공간이 많다. 입안의 음식물 찌꺼기를 영양분으로 삼아 살아가는 세균 중에서 구취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균은 혐기성세균으로, 혐기성세균이 만들어내는 ‘휘발성 황화합물’이 고약한 냄새를 일으키게 되는 주범이다. 혐기성세균은 산소가 없어도 살아가기 때문에 말을 안하고 입을 오래 다물고 있을수록 구취는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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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취 환자의 입안을 살펴보면 치아주변에 치태나 치석이 많거나 심한 치주질환, 치아우식, 오래된 보철물, 구강건조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입안의 곰팡이 감염이나 구내염, 심지어는 구강암이 있는 경우에도 구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습관적으로 물을 적게 마시는 사람은 침분비의 저하와 세정작용의 감소로 구취가 심할 수 있다. 이 경우 물을 조금씩 자주 섭취하면 어느 정도 구취를 줄일 수 있다.

구취 원인 중 혀를 빼놓을 순 없다.

변 교수는 “혀는 구조상 울퉁불퉁한 돌기가 솟아있고, 입안의 가장 안쪽까지 이어져 있어 혀의 후방 표면부에 혐기성 세균이 집중적으로 분포한다”고 강조했다.

구취 환자의 혀를 분석해본 결과, 백태의 절대량과 분포면적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에서도 구취와 혀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구취환자에 대해 구강검사를 해 보면 치아나 잇몸은 아주 말끔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혀의 백태이다. 앞쪽과는 달리 구역질 때문에 잘 닦지 못하는 혀의 후방부에 백태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는 것. 이런 경우 대부분은 혀만 정확하게 닦아도 상당한 구취 제거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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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석 교수가 두손을 모아, 입으로 가져간 후 ‘후~’하고 불어 넣거나, 혀로 손등에 침을 묻인 후 냄새를 맡아보는 구취 자가진단법에 대해 시연해 보이고 있다.

◆식이섬유 자주 섭취

구취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구강내과를 찾으면 먼저 구취와 관련된 설문지 조사와 구취로 인한 사회심리적 예민성을 확인하기 위해 간단한 심리검사를 한다. 의사 눈으로 직접 입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환자 스스로 입냄새를 심하게 느끼는지, 혹은 다른 전신적인 병력은 없는지 확인절차를 거친다.

다음으로 구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구강건조증을 확인하기 위해 침 분비량의 절대치를 측정하고, 객관적으로 입냄새 정도를 수치화할 수 있는 ‘구취측정기’를 이용해 원인이 되는 ‘휘발성황화합물’을 성분별로 정량한다.

마지막으로 치과용 방사선 사진을 통해 눈으로는 잘 가늠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확인한 뒤 종합적인 진단을 내린다. 대부분의 경우 입안의 원인 요소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단순히 구강위생 불량의 경우 정확한 양치질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에서 치태가 많이 침착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전문가 양치질 방법이 필요하다. 구강내과에서 시행하는 전문가 양치질방법은 통상 20분 정도 소요되며, 하루 한 번만 시행해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혐기성세균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항구취제가 사용된다. 그중 대표적인 게 희석된 아연 수용액이다. 간편한 식이요법으로는 생균제와 식이섬유를 자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항균작용이 있는 매실차나 카테킨 성분이 풍부해 휘발성 황화합물의 농도를 낮춰줄 수 있는 녹차, 무설탕 껌도 구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홍어와 같은 발효식품을 비롯해 무, 양파, 마늘, 파, 고사리의 경우 대표적인 구취유발 식품에 속한다. 구취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가능한한 이런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변 교수는 “모든 구취가 반드시 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아침형’ 구취를 들 수 있다. 수면 중에는 입을 다물게 되고, 입안에서 침 분비량이 떨어지고, 호흡 횟수도 적어지면서 혐기성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기상 직후에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시적으로 구취가 발생하게 된다. 단순히 이런 증상만 있는 사람들은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

변 교수는 “구취를 없애기 위해 구강 청결제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구취에는 일시적 효과는 있지만 화학약제로서 입안을 자극할 수 있으며 입안을 건조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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