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이 세 남자의 어쿠스틱에 빠져볼까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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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8   |  발행일 2014-11-28 제33면   |  수정 2014-11-28
대구 가수 호우와 그의 친구들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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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레이어 포크뮤지션인 호우. 음악이 돈은 안 되지만 그 돈이 안되는 음악이 목숨과 같기 때문에 사이드잡을 통해 돈을 번다.

대구시 중구 방천시장 김광석벽화 골목길.

그 서쪽 골목 한 사무실 입구 벽에 흥미로운 공연 포스터 한 장이 매미 허물처럼 붙어 있다. ‘서울에서 대구는 297㎞~ 철없는 세남자의 가을이야기’.

싱어송라이터 호우(42)와 김마스타(38), 씨없는 수박 김대중(38). 이들이 바로 ‘철없는 세남자’다. 요즘 음악 트렌드가 뭔지 전혀 모르는 어른들은 도무지 세남자의 정확한 이름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다. 셋의 이름은 호우(이호우)·김마스타(김성민)·김대중이다. 서른이 넘으면 솔직히 대한민국 음반시장에선 ‘끝물’인데 마흔 즈음의 늦깎이 총각 셋이 어쿠스틱 통기타 3대만 달랑 갖고 어쿠스틱 버전의 이글스처럼 공연해 보겠다는 것이다. 셋은 나름 한 기타 연주를 하고 모두 싱어송라이터 총각이다. 모두 실력파다. 굳이 드럼과 건반, 공연을 더 있어보이게 덧칠하는 강렬한 일렉기타의 애드리브조차 필요없다. 그냥 잡티 하나 없는 원음의 포크정신을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포스터를 곱씹어 봤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연약해 보이는 호우가 스킨헤드족 같은 포스의 김마스타, 지명수배자 같은 포스의 김대중을 이 공연에 불러 들였다는 게 신기했다. 호우의 내공이 뭘까 궁금했다.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었겠지. 아무튼 다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조금은 ‘절벽 정신’으로, 다시 말해 음악에 올인했다가 홀라당 다 까먹어도 음악 한번 원없이 해봤으니 그것으로 족하다는 무정부주의 스타일의 이단아 같다. 이번주 커버스토리 소재가 궁한 차였는데 이 남자들 얘기가 괜찮겠다 싶었다.

요즘 ‘무슨무슨 남자 이야기’가 네이밍의 유행 코드가 아닌가.

일단 리더 격으로 보이는 호우부터 찾았다. 그 포스터가 붙어 있는 사무실은 ‘달빛 스쿠터’와 ‘코코로드’란 이름을 가진 웨딩기획사 겸 뮤직기획사였다. 호우는 자신이 사용하는 마틴 통기타를 비롯해 일렉기타까지 모두 이 사무소에 세워두고 있다.


개성 만점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원음의 포크
오늘 대구 떼아뜨르 분도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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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한 김마스타. 지금까지 모두 7장의 앨범을 냈다.

◆몽환의 파괴주의자 & 싱어송라이터

호우는 올해 42세. 대구시 동구 반야월에 있는 정동고 2학년 때 처음 기타를 잡았다.

공부해서 출세하길 바라는 아버지가 아들의 기타를 당장 박살내 버린다. 감수성이 남달랐던 그는 공부보다는 예술이 더 좋았다. 계명대 공예디자인과에 들어가서 그림을 잠시 그려보려 했지만 이것 역시 아버지에겐 금지의 대상.

오래 서울에서 음악쟁이들과 허교한다.

어릴 적부터 1960~70년대를 풍미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제임스 테일러, 짐 크로스, 닐 영, 잭슨 브라운, 국내에서는 김현식, 유재하, 조동진, 시인과 촌장, 김광석 등 포크뮤지션의 음악을 자양분으로 성장해왔다. 97년 록그룹 ‘데미안’의 1집에 수록된 ‘지나간 사랑’을 작사·작곡하고 기타세션으로 활동한다.

그의 음색은 아련하고 도피적이고 몽환적이다. 직접화법이 아니고 간접화법이다. 자연을 딛고 사랑으로 건너가고 그러면서 일상의 삶의 흔적을 가사로 포착해낸다. 상업적 발라드와도 다르다. 시대에 대한 풍자가 가시처럼 박혀있다. 그리 잘 팔릴 음반은 아니지만 음악평론가에겐 항상 기대주였다.

고(故) 김광석 공연에 게스트로 나갔다. ‘김현식·유재하·김광석을 그리며’라는 공연에도 초대 받았다. 나름 저력이 없으면 이런 자리는 언감생심. 방송에도 출연하며 승승장구 국면을 맞지만 아버지가 편찮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 생활을 완전 정리하고 대구로 내려온다. 내 음악을 싫어해도 그래도 내 아버지가 아닌가?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인공처럼 대구는 물론 마산, 창원, 경주, 청주, 대전 등 전국의 나이트클럽을 순례한다. 이때 밤무대용 반짝이옷도 입어 본다. 2004년부터 자신의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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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블루스로 놀면서도 남은 트로트 버전으로 웃기는 김대중. 요즘 ‘불효자는 놉니다’로 세몰이중이다.

평생 지키기 위해선 일정한 수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웨딩컨설팅과 웨딩스튜디오 사업에도 간여한다. 사업해서 생긴 돈으로 다음 음반 준비를 한다. 그의 ‘팔자’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손수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앨범이 3장이다. 그렇지만 아직 대구에선 그의 이름은 좀 낯설다.

2010년은 그의 음악 인생 중 가장 흥분된 순간이다. 그 해 ‘호우 앤 프랜즈’가 탄생한다. 그는 자신의 이름 옆에 ‘친구들(Friends)’을 붙인다. 그 친구들 중 가장 나중에 가세한 두 명이 바로 김마스타와 김대중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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