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의 음악 친구…씨없는 수박 김대중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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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8   |  발행일 2014-11-28 제34면   |  수정 2014-11-28
요즘의 대세 장기하도 그의 팬…대표곡 ‘불효자는 놉니다’ 청년백수 심정 노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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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덕스러우면서도 풍자가득한 포크계의 블루스 뮤지션 김대중. 그는 과도하지 않은 멜로디와 리듬을 밟고 이 시대의 분노와 절망을 어루만져준다.

호우는 그를 지난해 동성로의 한 술집에서 처음 만났다. 그도 그날 대구에서 공연했고, 호우도 3집 정규앨범 관련 공연을 한 뒤 뒤풀이 술자리에서 우연히 옆자리에서 만나 덜컥 묶이게 된다.

김대중은 서울 출신이다. 그런데 왠지 경상도 사람 같다. 중앙대 안성분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다가 중퇴하고 화려한 백수의 나날을 보낸,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잘 다루는 블루스맨이다. 그의 노래에는 이렇다 할 화성과 멜로디가 없다. 그냥 래퍼 같다. 가사가 음악보다 더 리얼하다.

데뷔 전 소리꾼 장사익처럼 숱한 알바 생활을 거쳤다. 한때 부모가 경영하던 요양원에 빌붙어 사회복지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청년백수, 하우스 푸어의 서러움을 잘 안다. 지난해 나온 1집 앨범 ‘씨 없는 수박’의 가사가 하나같이 섬뜩하게 풍자적이다. 바늘 끝처럼 파고든다. 정치권에서 그의 노래를 활용할 것 같지만 그는 정치적인 건 노 생큐.

그는 노래하는 이야기꾼이다. 본인은 엄청 겸손하고 블루스적인데 조금 촌스럽게 보이는 양복과 해학적인 가사 때문에 그가 나타나면 다들 미소를 침처럼 흘린다. 왜 양복차림에 선글라스인가. 설정인가. 아니란다. 미국의 블루스 뮤지션 복장의 공통점을 벤치마킹했단다.

이름도 화제다. 김대중? 전직 대통령 이름 아닌가. 그래서 부산에서 음악하는 김일두·김태춘과 ‘삼김시대’란 프로젝트 팀도 만들었다. 김대중은 예명이 아니고 본명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을 때 장기하는 자신도 그의 팬이라면서 “그의 음악은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세련돼 동서양 흐름이 뭉쳐진 ‘떡케이크’같다고 칭찬했다.

그의 존재를 알린 ‘불효자는 놉니다’를 음미해 보시라.

‘불효자는 놉니다. 울지 않고 놉니다. 월화수목금토일 쉬지 않고 놉니다. 해가 지면 집을 나가 술 마시고 기타 치는, 불효자는 울지 않고 불효자는 놉니다. 울지 않고 놉니다. 월화수목금토일 출근 않고 놉니다. 담뱃값이 똑 떨어지고 커피값이 없어도, 불효자는 울지 않고 불효자는 놉니다. 놀다 지쳐 웁니다. 택시비가 없어 아침에 들어옵니다. 잔소리 듣고 욕먹어도 이불 펴고 눕습니다.’

요즘 네티즌 사이에 회자되는 그의 어록이 있다.

‘불효자가 울면 지는 것이다. 불효자는 계속 놀아야 된다.’

‘300-30’이란 노래는 하우스 푸어의 비극을 고발한다.

‘삼백에 삼십으로 신월동에 가보니/ 동네 옥상위로 온종일 끌려 다니네/ 이것은 연탄 창고 아닌가/ 비행기 바퀴가 잡힐 것만 같아요 평양냉면 먹고 싶네(…)’

지방에서 올라와 싸구려 방을 찾아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곡의 델타 블루스 곡조에 맞춰 울며 웃을 수 있다.

2년 전 ‘비상벨’처럼 등장했다. 작년 ‘인디 신의 강남 스타일’이란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장기하를 배출한 붕가붕가 레코드를 사로잡는다. 2008년 등장한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를 능가하는 그의 ‘불효자는 놉니다’는 일부 신문사 논설위원이 인용할 정도다. 그가 꼭 ‘블루스 주술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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