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나쁜 기억을 잊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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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9 07:50  |  수정 2016-11-29 07:50  |  발행일 2016-11-29 제19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나쁜 기억을 잊는 방법
이석원 <뇌질환연구부 선임연구원>

우리는 수많은 사건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들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억으로 남게 된다. 학생 때 한창 공부하던 시기에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을 좀 더 잘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원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기 싫은 일들도 경험하게 되면서 기억이 오래 남는 것이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란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연구에 의하면 기억은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양한 경험들은 우선 단기기억으로 저장되고, 이들 중 일부가 장기기억의 형태로 전환되며, 전환되지 못한 단기기억들은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더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쁜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장기기억의 형성에 관한 한 가지 가설은 일정 숫자의 방이 있는 건물에 비유할 수 있다. 장기기억으로 전환된 기억은 각각의 방에 저장되고, 저장된 방의 번호를 알아뒀다가 필요할 때 그 방문을 열고 들어감으로써 기억이 꺼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장기기억 저장을 대비하기 위해 평소에 새로운 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은 성체 신경세포 생성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서 만일 기억건물에 새로운 방이 많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방 번호들이 새로 부여되고 재정비되면서 기존에 있던 기억의 방 번호가 어디인지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즉 방 안의 기억(내용물)은 그대로 있지만, 그 방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게 되면서 기억을 더 이상 떠올릴 수 없게 된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공포학습을 시킨 생쥐에게 성체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시키는 약물을 투여했을 때, 공포기억이 감소되었다.

그렇다면 약물을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 성체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시킬 수는 없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성체 신경세포 생성이 촉진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쥐를 이용하여 공포학습 이후 쳇바퀴에서 운동을 시켰을 경우, 성체 신경세포 생성이 증가된 것을 발견했고 이는 곧 학습된 공포기억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공포경험과 운동 사이의 시간 간격이 짧을수록 그 효과는 더 좋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불쾌한 경험이나 공포스러운 경험 등 오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한다면 가급적 가까운 시간에 조깅이나 축구 등과 같은 운동을 함으로써 앞서의 경험들이 우리 뇌에 장기기억의 형태로 저장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이미 장기기억의 형태로 저장된 기억들이라면, 그 기억이 떠오를 때 바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운동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모두 도움이 되는 만큼 겨울철이라고 움츠리지 말고, 운동을 꾸준히 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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