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최초 조선 보고서를 만나다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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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4   |  발행일 2017-01-14 제16면   |  수정 2017-01-14
외국인 최초 조선 보고서를 만나다
하멜 표류기//헨드릭 하멜 지음/ 최지현 옮김/ 보물창고/ 168쪽/ 1만1천원

이 책은 일종의 문화인류학 보고서에 가깝다.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에 표류되어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였던 저자 헨드릭 하멜은 조선을 탈출한 후 그동안의 경위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 보고서로 제출했다. 조선에 억류되었던 13년간 밀린 임금을 회사에 청구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우리에게 ‘하멜 표류기’는 국내 사료와 많은 부분이 일치함으로써 이미 그 신뢰성을 인정받은 최초의 외국인 ‘조선 보고서’다.

또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인 흥미 본위의 책이 아니었기에 단순한 기술방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빙성이 높게 평가되며 한국학 연구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멜 표류기’에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적폐와 폐단을 서술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평범한 회계원이었던 서양인이 쓴,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미화하지 않은 담담한 서술은 우리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350여년이 지났음에도 조선 후기 사람들이 가졌던 감성과 욕망이 지금 우리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세계사라는 큰 틀 안에서 그동안 익숙하게 여겨온 우리 역사와 문화를 낯설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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