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첫 팔이식 성공, 메디시티 대구 위상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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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4   |  발행일 2017-02-04 제23면   |  수정 2017-02-04

‘메디시티’를 표방하고 있는 대구에서 국내 처음으로 팔 이식수술이 성공을 거둬 지역의 높은 의료수준을 과시했다. 영남대병원과 더블유(W)병원 의료진 25명은 2일 오후 4시부터 10시간 수술 끝에 40대 뇌사자의 왼쪽 팔을 30대 남성에게 이식했다. 수술을 집도한 더블유병원 우상현 병원장은 3일 열린 결과 보고회에서 “팔을 이식받은 환자의 혈액순환이 잘 된다. 엄지, 둘째, 셋째 손가락도 조금씩 움직인다”고 말했다.

다른 장기 이식과 달리 팔 이식은 다양한 복합조직을 이식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거부 반응이 큰 피부조직과 근육, 뼈, 골수, 관절 등 여러 종류의 조직을 한꺼번에 옮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수술 사례가 채 100건이 되지 않는다. 수술이 힘든 만큼 이식 받은 환자의 생활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1999년 미국에서 처음 팔을 이식 받은 매튜 스콧씨는 지금까지 응급구조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어릴 때 패혈증으로 양손을 잃은 미국의 8세 소년 자이언 하비는 2015년 필라델피아아동병원에서 두 팔을 이식 받고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구자로 나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팔 절단 정도가 심한 1~2종 장애를 가진 사람이 7천300명에 이른다. 더블유병원에만 이식 수술 대기자가 200명에 달한다.

이제 첫걸음을 뗀 팔 이식수술이 국내에서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팔 공여자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교정서가 강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제공하거나 이식 받는 데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인식 개선이 급선무다. 막대한 수술비와 평생 먹어야 하는 약값의 부담도 커 보험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적 요건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식 대상 장기는 뇌사자의 신장, 심장, 골수 등으로 손과 얼굴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번에도 의료진은 별도의 신의료기술 평가 승인 절차를 거쳐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무튼 대구 의료진의 팔 이식 성공은 메디시티를 지향하는 대구의 위상을 세계에 과시한 쾌거로 평가받을 만하다. 아울러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 삶의 희망을 선사했다. 대구시와 지역의료계는 이번 수술 성공을 계기로 의료 신기술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매진해 대구가 세계 속의 의료산업 중심도시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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