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비엔날레와 미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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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3   |  발행일 2018-09-13 제30면   |  수정 2018-09-13
한국의 가을 비엔날레 가득
희소성보다는 운영에 주목
도시의 품격까지 함께 평가
현대판 신화가 건설되기도
어떤 영웅 투시하는지 관심
20180913

이달부터 비엔날레 시즌이다. 전국 곳곳에서 각종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격년의 개최 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현대미술비엔날레로서 현재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진행 중이고, 대구에서는 사진비엔날레, 서울은 미디어시티가 열리고 있다. 이외에 목포 수묵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울산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창원 조각비엔날레 등등 대한민국의 가을은 각종 비엔날레로 가득하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예전에는 5일장, 3일장을 따라 보부상이나 행상(行商)들이 전국을 돌며 최신 물건도 팔고 옆 동네 소식도 전하고 문화도 전파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비엔날레를 따라 우르르우르르 사람들이 떼지어 돌아다니니 왠지 비엔날레를 찾아다니는 것이 현대판 보부상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청이든 자발적 관심이든 2년마다 열리는 장(場)에서 무엇보다 비엔날레 관련자로서의 자기 자신을 팔고, 여러 인간관계를 팔며 눈으로 소비하는 현대판 장터 같은 것이다. 사실 5일장이든 3일장이든, 장터에 가면 파는 물건들은 비슷비슷하다. 특별한 항목으로 해당 지역의 특산물 등이 나오지만 장터식당 및 장터품목, 장터 이벤트 행사와 사고파는 사람들 등 디스플레이나 참여자 관람객 행태가 비슷비슷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비엔날레는 일종의 현대판 미술 종합 장터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점을 너무 경망스럽다고 꾸짖지 말았으면 한다. 비엔날레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어쨌든 비엔날레는 장르에 상관없이 향후 더욱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예술품을 초청한다고 믿기 때문에 어떤 권위를 보증한다. 그렇지만 변화된 현실을 볼 필요는 있다.

비엔날레가 귀할 때는 그것이 갖는 희소성, 압축적인 세련됨, 권위를 갖는 것이기에 어디든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한 나라에서 도시마다 열리는 것이 비엔날레라면 희소한 가치와 권위가 강조되기보다는 장의 구성이나 운영 방식 등에 관심이 쏠린다. 운영방식이라 하면 당연히 얼마나 유연하면서도 밀도가 높은가 하는, 전문성과 소프트 파워의 운영 방식을 말한다. 그렇다면 요즘 비엔날레를 돌아다니는 예술가나 예술과 관련된 이들, 즉 기획자·비평가 등은 어떤 류의 행상을 하는 것일까? 어제 다른 도시의 비엔날레에 참관했던 분들이 오늘은 여기에 모여서 어제 본 것을 평가하며 좋은 작품을 선정하기도 하고 행사에 점수도 매기는데, 여기에서 공통으로 부각되는 것이 행사의 운영 노하우나 공간 구성의 창의성·전문성 등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상에는 해당 도시의 품격이 같이 평가받고 유통된다는 점이 최근 가장 큰 경향인 것 같다. 이렇게 도시의 품격이 비엔날레를 통해 평가되면서 비엔날레를 일주하는 행상의 입을 통해 현대판 신화(神話)가 건설되기도 한다. 얼마짜리 비엔날레에 얼마짜리 작품이 전시되었고, 어떤 기획자나 어떤 언론이 다녀갔다는,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도시는 어디 어디고 누구에게 누구를 소개할지 등. 그리고 이들 중 누군가는 새로운 비엔날레를 조직하거나 그 내용을 구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미토스(mythos)라고 한다. 미토스는 신화를 뜻하는 영어 단어 미톨로지(mythology)의 어원이다. 신화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영웅은 이야기 전체를 이끌고 가는 캐릭터로서, 신은 아니지만 인간을 능가하는 유사 신이면서 인간을 능가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유한자로서 여전히 인간의 위치를 갖는다. 고대와 달리 오늘의 영웅은 슈퍼맨, 스파이더맨, 돌연변이들인 X맨 등인데, 이런 영웅들은 현실의 욕망을 반영하면서 비현실성을 높여간다. 이러한 것조차 이제 새로운 신화를 위한 재료가 되고 있다. 팝아트나 설치 속의 모티브에서 만나게 되는 영웅 캐릭터는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보다 비현실성을 빌미로 현실의 여러 욕망을 담아낼 뿐이다. 대구에서도 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으니, 어떤 영웅들을 투사하고 있는지 전시장에 들러 대비해 봐도 좋을 듯하다. 미토스를 신화로 이해할 때는 비현실적이지만 신화 구조를 채우는 그 기반은 현실의 이야기와 현실적인 욕망들이다.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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