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代의 反日, 우리말 공부하고 SNS 릴레이 인증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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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9 07:13  |  수정 2019-08-19 07:13  |  발행일 2019-08-19 제1면
청소년 93.8% “제품 불매 동참”
최대 이유는 “과거사 반성없어”
전문가 “감정적 행동엔 지도를”

“아빠, ‘짱구’ 캐릭터 슬리퍼를 산다고요? 이 캐릭터는 일본거예요.”

최근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과 함께 쇼핑을 하다 ‘짱구’ 캐릭터가 있는 슬리퍼를 사려던 오명국씨(44·대구 수성구 범어동)는 딸에게 참교육(?)을 받았다. 딸이 제품 내 캐릭터를 가리키며 일본에 로열티를 주게 되는 만큼 사면 안 된다고 교육한 것.

청소년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청소년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말 공부하기’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불매운동에는 또래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거나 쉽게 감정적으로 휩쓸리는 등 그 나이대의 특성이 반영되는 만큼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저는 일본이 과거의 만행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때까지 일본 제품 소비를 줄일 것을 약속합니다’ 등의 내용을 자필로 적어 SNS에 올린 후, 다음으로 쓸 친구들을 지목하는 이른바 ‘일본 불매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최근 SNS상에는 ‘일상에서 일본말 대신 바른 우리말 쓰기’와 관련한 게시물이 크게 늘었고, 개인 계정으로 공유되거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다. 이 게시물에 댓글을 단 청소년들은 “그게 일본식 표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제부턴 ‘간지 나’ 대신 ‘느낌 나’로 고쳐 써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14일 교복업체 스마트 학생복이 전국의 청소년 1천104명(초등학생 28명, 중학생 498명, 고등학생 57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93.8%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참 이유로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역사적 배경이 63.1%로, ‘일본의 무역 보복 때문’(22.6%)이라는 응답보다 높았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아이들 덕분에 우리도 다시금 역사와 문화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것 같아 참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현석 경북대 교수(교육학)는 “학생들이 대화와 토론 등을 통해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탐구한 뒤 행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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