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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사의 선언들
영화 역사에는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사조(思潮)가 등장한다. 이 사조들은 당대 혹은 후대의 평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가령 영화 역사의 가장 도도하고 혁신적인 흐름이었던 프랑스 누벨바그의 경우는 '까이에 뒤 시네마' 등 당대의 비평가들에 의해 호명되면서 자연스럽게 명명되었다. 1950년대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누벨바그 감독들은 그 이전 영화들, 즉 '아버지의 영화(Le Cinema De Papa)'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영상언어와 미학을 선보이고자 일련의 시도와 실험을 진행했다. 그것은 결국 후대 감독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누벨바그는 영화역사에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반면 누군가의 선언이 이러한 사조를 앞당기기도 한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자극을 받은 독일의 젊은 영화감독 26명은 1962년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에서 모여 '오버하우젠 선언'을 발표한다. 이들은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Papa's Kino ist tot)'며, 기존 영화산업에 사형 선고를 내리고, 관습적 영화로부터의 탈피, 상업주의로부터의 자유 등을 내세웠다. 결국 이 선언은 독일의 '뉴저먼시네마(New German Cinema)'라는 새로운 영화 사조를 탄생시켰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빔 벤더스, 베르너 헤어초크 등이 '뉴저먼시네마'를 대표하는 감독들이다. 기존 영화에 반기 든 혁신적 선언들'뉴저먼시네마' 등 신사조 탄생시켜1920년대 김유영 감독 카프영화운동식민지 현실 보여주는 영화제작 주창뻔한 스토리·획일화된 영화들 속에실험적·개성있는 작품 여전히 등장영화로써 혁신 시도하는 모습 지지해비단 이 선언은 새로운 독일 영화를 열었을 뿐 아니라 '코뮤날레 키노(Kommunale Kino, Community Cinema)'라는 영화 상영 운동을 추동시키기도 했다. '오버하우젠 선언' 이후 새로운 영화들이 등장하자, '다른 형식의 영화는 다른 틀 안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관객의 열망이 이러한 움직임을 만든 것이다. '코뮤날레 키노'의 활동은 상업영화관이 아닌 카페, 살롱 같은 비상설 상영 장소를 거점으로 펼쳐졌고, 영화를 보고 열띤 토론을 나누며 새로운 영화문화를 만들어갔다. 결국 이러한 활동의 공공성을 인정받아 독일 전역에 공공상영관(코뮤날레 키노)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선언도 있다. 바로 '도그마95 선언'이다. 이 선언은 '킹덤' '님포매니악' '살인자 잭의 집' 등 만드는 작품마다 큰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덴마크 출신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주도한 것으로, 이 선언에는 4명의 다른 덴마크 감독들이 함께하였다. 이들은 이른바 '순결의 서약'을 통해 영화의 순수성을 회복하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10가지 원칙, 즉 십계명을 제시하였다. '촬영은 세트장이 아닌 로케이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카메라는 반드시 핸드헬드(들고찍기)여야만 한다' '필름은 컬러여야 한다' '감독의 이름은 크레디트에 올리면 안 된다' 등이 있다. '도그마95 선언'은 반 할리우드 노선이자 작가주의 영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이러한 10가지 원칙을 다 지킨 영화는 정작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 혁신적인 시도는 새로운 사조를 탄생시키지는 못했다.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1925년에 결성된 카프(KAR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회원이었던 구미 출신의 영화감독 김유영은 카프영화운동을 전개하였는데, 당시 만 스물두 살이 되었을 때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기성 영화예술이 필연적으로 몰락과정을 과정함에 따라 변증법적으로 우리들의 예술시대는 장쾌한 심포니, 생명력, 강력, 용기, 명확, 동철 같은 신경, 대항성, 리듬, 스타일, 인내 등이 추체화되어서 '패스트 페이든인'이 되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유물론적 사고에 입각한 영화운동을 주창하였다.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인들에게 장악된 식민지 조선 영화계의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 노동자, 농민이 중심이 되어 조선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운동을 전개하고자 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1975년 하길종을 중심으로 결성된 '영상시대'가 새로운 영화를 주창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 바 있다. "'새 세대가 만든 새 영화' 이것은 구각을 깨는 신선한 바람, 즉 회칠한 무덤 같은 권위주의를 향한 예리한 투창이어야 한다. 과연 이 땅에서 단 한 번의 '누벨바그'나 '뉴 시네마' 운동이 전개된 적이 있었는가?"당시 억압적 상황 속에서 한국 영화는 발전하지 못한 채 뻔한 스토리의 영화들만이 양산되고 있었다. 하길종은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였고, '영상시대'는 새로운 한국 영화 시대를 열고자 했다. 결국 이들의 활동은 1980년대 박광수, 정지영, 이명세, 장선우 등 이른바 '코리안 뉴웨이브'를 촉발시킨 프리퀄로서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의미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이처럼 영화사에서 관습을 깨고 새로운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도전과 선언은 항상 존재해왔다. 비록 그것이 성공하든 그렇지 않았든 후대에 영향을 끼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에도 획일화되어가는 영화들 사이에서 개성을 가지고 실험과 도전을 불사하는 한국영화들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이들 영화는 어떠한 선언 아래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몸소 영화로써 그 선언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범람하는 플랫폼의 시대에도 이러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영화들은 여전히 설 자리가 많지 않다. 'K-무비'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영화 개념의 재정의와 같은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새로운 영상언어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영화예술로서의 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영화들을 위한 우리의 '지지선언'이 아닐까.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김유영(위부터 둘째) 영화감독이 1931년 9월1일자로 펴낸 종합지 '시대공론' 창간호. 시대공론을 통해 김유영은 '정당한 계급운동에 입각해 나아가겠다'고 천명했지만 조선총독부의 검열과 대중성·통속성이 부족한 글로 일관해 2호까지만 발행되고 폐간됐다. 맨 아래는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감독 알랭 레네의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1961).
2024.05.03
[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어나더 라운드'(토마스 빈터베르 감독·2020·덴마크)…음주 예찬 영화? 인생 예찬 영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93회)에 빛나는 영화의 관람을 오랫동안 미룬 까닭은, 아마도 소재 때문일 것이다. 원제가 'Druk(덴마크어로 폭음이란 뜻)'인 이 영화의 소재는 술이다. '어나더 라운드'란 제목도 '한 잔 더'라는 뜻이란다. 애주가에게는 혹할 말이겠으나, 영화는 결코 음주 예찬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비극 가운데서도 인생을 예찬하는 영화다. 단순히 '음주의 찬반'을 넘어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깊이 있는 영화다.등장인물은 중년의 위기를 맞은 네 명의 고등학교 교사다. 음악 교사 니콜라이의 생일날, 심리학 교사 페테르가 노르웨이 학자 스코르데루의 이론을 말한다.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활발해지고 창의적이 된다"는 가설이다. 네 명의 친구들은 이 가설을 직접 실험해보기로 한다. 이들의 실험에는 규칙이 있다. 최소 0.05%를 유지할 것과 저녁 8시 이후에는 술에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실험의 효과를 톡톡히 본 이들의 생활은 생기가 돌지만, 실험은 갈수록 대담해진다. '끝까지 가 보자'는 것인데, 기억이 끊어질 데까지 술을 마시는 일은 비극을 불러온다.영화의 시작은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글이다. "청춘이란 무엇인가. 꿈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꿈의 내용이다." 함축적이고 의미심장한 문장이다. 이 글귀가 말해주듯, 영화는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청춘을, 사랑을, 인생을 이야기하려 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청춘도 사랑도 사라져버린 중년의 사내들이다. 남은 건 인생, 술이 아니고선 견딜 수 없는 사내들의 이야기다. 이들이 실험하는 알코올 0.05%란 와인 한두 잔 정도다. 실험에 성공하고 활기를 찾지만, 사실 그 이론은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스코르데루 본인이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영화를 위해 기꺼이 그 이론을 인용하라고 허락했다는 후문이다. 괴테는 "취해야 하리, 우리 모두. 술 없이도 취하는 게 젊음"이라 했다. 물론 노년에 쓴 시다. 젊음은 누구나 한때일 뿐인 것. 마음만은 젊게 하는 게 뭔지, 삶에 생기를 돌게 하는 0.05%가 무엇인지는 각자가 찾아볼 일이다. 영화가 주는 팁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는 것인데, 이 또한 키르케고르에 근거한다. 인간의 불안은 과거의 실패를 기억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영화는 시험의 두려움에 떨던 학생의 입을 빌려 말한다. "실패 가능성을 받아들임이 타인과 삶을 사랑하는 비결"이라고.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 마르틴 역 매즈 미켈슨의 춤이다. 배우 이전에 댄서였던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삶의 기쁨과 환희를 노래하는 역동적이고 멋진 춤이다. 마르틴이 춤을 추며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난다. 그리고 자막 하나가 나온다. '이다를 위하여'. 이 문장으로 비로소 영화가 완성된다. 이다는 감독의 딸이다. 촬영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매즈 미켈슨의 춤에는 감독의 깊은 슬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노래하겠다는 결단이 녹아있는 것 같다. 슬픔과 기쁨과 연륜이 한바탕 춤에 들어 있다. 청춘의 때엔 결코 알지 못했을 깊이로 말이다. 영화 칼럼니스트어나더 라운드 스틸컷.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금주의 영화] 혹성탈출:새로운 시대, 진화한 유인원 vs 퇴화한 인간…생생한 특수효과 '압권'
전편이 나온 지 7년 만에 찾아왔다. 주인공 시저가 죽은 지 몇 세기가 흘렀다. 그사이 인류는 멸망하고 세상의 주인은 유인원으로 대체됐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오아시스'에서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는 인간을 사냥하며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한다.'혹성탈출' 시리즈의 새 주인공으로 등장한 유인원 '노아'는 프록시무스에 맞서 자유를 꿈꾸고 있다. 우연히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와 '시저'의 가르침을 듣게 된 노아는 묘령의 인간소녀와 함께 자유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오는 8일 개봉하는 '혹성탈출:새로운 시대'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실제와 같은 생생함을 주는 특수효과다. '엑스맨' '아바타:물의 길' 등에 참여한 VFX(시각특수효과) 기업인 웨타FX가 작업했다. 제작진은 세밀하고 밀도있는 CG작업을 통해 유인원들의 얼굴에 풍부한 표정을 입히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살렸다. 유인원들이 말하고, 움직이고, 분노하는 모습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비주얼 전반을 책임진 에릭 윈퀴스트 시각효과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전의 3부작이 미학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였다면, 이번에 나온 4편은 그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달라졌다. '혹성탈출' 프랜차이즈의 새 장을 여는 작품으로, 사실적이고 감정이 있는 유인원들의 풍부한 표정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유인원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꺼내놓기는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다. 에릭 시각효과 감독은 "영화 '혹성탈출'의 제작과정은 노력에 노력을 들이는 모험의 연속이었다. 상당히 스케일이 큰 신들이어서 구현하는데 1년이 걸리는 등 총 9억4천600만 시간을 렌더링 작업에 투입했다"며 방대한 작업의 규모를 설명했다.특히 제작 과정에는 한국인들의 손길도 더해져 이채롭다. 한국인 제작진 김승석은 유인원들의 표정을 구축하는 페이셜 모델러로 활동했으며, 또 다른 한국인 순세률은 배우의 움직임을 포착해 촬영하는 모션 캡처 모델러로 활동했다. 제작진이 기술적으로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것은 '물'이었다는 후문. 급하게 흘러가는 강을 비롯해 해안 절벽 파도의 거친 물살, 거대한 홍수장면까지 다양한 물을 생명력 있게 표현해 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유인원들의 자연스러운 몸짓을 만드는 작업도 녹록지 않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배우들은 모션 영상을 찍을 때 빛 반사 카메라를 부착한 액티브 슈트를 입었다. 슈트는 LED 마커가 달려 있어서 자체적으로 빛을 냈다. 김은경기자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혹성탈출:새로운 시대'.
[금주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관종'의 삶 훔쳐보던 공인중개사, 살인사건에 휘말리다
공인중개사 구정태. 싹싹한 미소가 명품인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의 집에 들어가 몰래 훔쳐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그의 관심을 끄는 대상은 SNS 인플루언서인 '한소라'다.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그녀의 삶은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한소라의 삶을 엿본 지 153일 되던 날,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 만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소라의 집에 들어간 구정태가 발견한 것은 소파에 축 늘어져 죽어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던 것. 로맨틱 코미디 같던 영화는 어느새 범죄 스릴러로 태세를 전환한다. 그가 한소라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협박이 시작되고, 사건을 맡은 강력반 형사 오영주의 수사망은 촘촘히 좁혀진다. 구정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는 먼저 한소라의 SNS를 통해 주변 인물 탐색에 들어가는데….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이나 인물은 낯설지만,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하다. 멀쩡한 얼굴로 몰래 누군가를 훔쳐보는 남자와 그럴싸한 거짓말로 대중들의 환심을 얻는 인플루언서가 그렇다. 둘은 전혀 다른 이질적 인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닮아 있다. 김세휘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음흉한 데가 있고, 끊임없이 자기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비호감적인 캐릭터들이다. 절대 옹호하거나 미화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 되면서 관종, 염탐, 관음 같은 개념들이 부작용처럼 등장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이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실존적 현상이 된 것"이라며, "관객들이 캐릭터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는 저 정도는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볼 텐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특히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비중 있게 할애한 남녀 주인공의 내레이션이다. 정태는 관객에게 말을 거는 직접적 방식을, 한소라는 스스로에게 독백하는 형식을 썼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정태는 밖으로 향하는 인물이고, 반면 한소라는 안으로 향하는 인물이기에 내레이션을 다르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개봉.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남의 삶을 몰래 엿보는 남자와 거짓말로 대중의 환심을 얻는 인플루언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녀가 죽었다'.
[개봉작] 미지수
감독:이돈구 출연:권잎새·반시온 장르:멜로 등급:12세 이상 관람가삶의 궤도에서 이탈한 다섯 인물들의 미지의 슬픔과 시간을 그린 영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지수',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절망적인 '우주', 우주선 발사뉴스에 집착하는 '기완', 비가 오면 발작하는 남편 때문에 괴로운 '인선' 등의 사연이 그려진다.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개봉작] 스턴트맨
감독:데이빗 레이치 출연:라이언 고슬링·에밀리 블런트 장르:코미디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스턴트맨 콜트는 잠수 이별을 택하고 후회뿐인 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영화감독이 된 전 여자친구 조디의 촬영장에 복귀하며 아련한 재회를 기대한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갑자기 주연배우가 사라지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진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개봉작] 차이콥스키의 아내
감독:키릴 세레브렌니코프 출연:일리오나 미하일로바 외 장르:멜로드라마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러시아 최고의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아내 안토니나의 파격적 사랑을 그렸다. 5회 연속 칸영화제에 진출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차이콥스키 부부의 광기 어린 사랑과 열정을 유려한 화면에 펼쳐놓았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개봉작] 쇼생크 탈출
감독:프랭크 다라본트 출연:팀 로빈스·모건 프리먼 장르: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1995년 개봉 이후 30년 만에 다시 찾아온다. 콘텐츠 커뮤니티 '키노라이츠'에서 한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20세기 영화' 설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내 살해의 누명을 쓴 앤디가 쇼생크 감옥에 갇혀서도 존엄을 잃지 않고 지낸 끝에 마침내 탈출에 성공하는 과정을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보여준다. 8일 개봉.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금주의 영화] 댓글부대, '온라인 여론 조작' 실체가 있을까…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요즘 대세배우로 떠오른 손석구가 천만영화 '범죄도시2' 이후 선택한 작품이다.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사이버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의 실체를 파헤치는 언론사 기자의 이야기다. 현대인은 두 개의 세상을 살고 있다. 매일 눈뜨고 생활하는 현실, 그리고 가상의 공간인 인터넷 세상이 그것이다. 영화 '범죄도시2'에서 잔혹한 킬러 '강해상'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 손석구가 이번에는 민첩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으로 변신했다. 실력과 적당히 허세 가득한 기자 상진은 한국의 언론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보편적 캐릭터다. 상진은 취재과정에서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입수하고, 기자로서의 촉이 발동한다. 열심히 기사를 작성하지만 오보로 판명 나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결국 정직까지 당하고 어깨가 축 처져 있던 그의 앞에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반전한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상진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 자신들이 진행한 작업이었음을 밝힌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의 안국진 감독은 전작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언론과 평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자본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유쾌 발랄하게 비틀어 놓은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상, 청룡영화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안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본 댓글부대는 실제로 존재할까. 사실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지만 누구도 실체를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 안 감독은 영화 시사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댓글부대의 실체에 대해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처음 접근할 때나 지금이나 같은 입장이다. 왠지 있는 것 같은데 실체를 모르겠고 없다고 하기엔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서는 댓글부대의 실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유보한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누가 왜 댓글을 작성했는지 사건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등 끝없는 질문을 꼬리표처럼 남긴다. 실체가 불명확한 댓글부대를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인터넷 화면 창과 SNS 등을 속도감 있게 활용했다. 또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소 인서트 컷과 몽타주 기법을 도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일약 스타감독으로 부상한 조상경 의상 감독, '헤어질 결심' '수리남' 등에서 스토리라인을 강조하는 음악으로 눈길을 끈 조영욱 음악감독이 투입됐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대세배우 손석구가 언론사 기자로 변신해 온라인 여론조작에 맞서는 영화 '댓글부대'의 한 장면.
2024.03.22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트립 투 그리스'(마이클 윈터바텀 감독·2020·영국)…최고의 레스토랑 순례하는 꿈 같은 여행
'트립 투' 시리즈는 모두 네 개다. 2010년에 개봉된 '트립 투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이탈리아(2014), 스페인(2017), 그리스(2020)까지. 국내 개봉은 순서도, 개봉 연도도 좀 다르다. 첫 번째인 '트립 투 잉글랜드'를 보고 특이한 여행 영화라 생각했다.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중간쯤 되는 영화였는데, 무엇보다 두 남자의 끊임없는 수다에 놀랐다.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롭 브라이든과 스티브 쿠건 두 배우는 어디까지가 대본인지 실제인지를 가늠하기 힘든 장면들을 보여준다. 맛있는 음식과 끊임없는 수다, 아름다운 풍경, 이것이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단순함이 또한 매력이다. '트립 투 그리스'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작년 6월에 실행했던 버킷리스트 '그리스 여행'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본 그리스의 흔적이 얼마나 들어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결론은 내가 갔던 곳과는 매우 다른 곳을 다녔다. '트립 투 그리스'는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간다. 터키 아소스에서 시작하여 그리스 이타카로 끝나는, 오디세우스가 거쳤던 바로 그 길이다. 10년 여정 끝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갔던 오디세우스처럼 두 남자도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10년여에 걸친 여행을 끝낸다. 이들은 6일간 6개의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하며, 그리스의 예술과 철학, 음식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쾌하지만 시시껄렁한 농담과 영화계 뒷담화, 유명 배우의 성대모사는 여전하다. 영화마니아라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유머 코드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을 스며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평처럼 이 영화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는 예전의 영화 스태프를 만나 난민 캠프에 들르는 장면이 있다. 현 유럽의 고민을 담고 있어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 스타기라와 세계의 중심 델포이, 그리스 최고의 해산물 레스토랑 등을 순례한다. 하지만 스티브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여행을 마저 끝내지 못하고 귀국한다. 롭은 그리스에 도착한 부인과 함께 남은 여행을 즐긴다. 우여곡절을 거쳐 각자의 가족과 화해하며 따뜻한 시간을 가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여행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란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마치 오디세우스의 여정처럼 말이다. 꿈과 여행은 같은 의미인 모양이다. 일 년도 지나지 않은 그리스 여행이 꿈을 꾼 듯 아득하다. 사진을 뒤지며 기억을 떠올려 본다. 남는 건 역시 음식과 풍경, 함께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여행의 필수 요소인 세 가지를 훌륭하게 담아낸 셈이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등의 여행을 계획하거나 다녀온 이에게 기꺼이 추천할 만한 시리즈다. 단 두 남자의 끊임없는 수다와 성대모사에 거부감이 없다면 말이다. 소재만 던져 주었을 뿐 구체적인 대본은 없던 만큼 두 배우의 즉흥 연기에 많이 기댄 영화다.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트립 투 그리스 스틸컷.
[금주의 영화] 탐정 말로, 중후한 매력과 화려한 액션…리암 니슨표 '필립 말로' 탄생
사립 탐정 '필립 말로'는 미국의 추리소설가 레이먼트 챈들러의 소설에서 탄생했다. 각 잡힌 정장차림에 중절모를 쓰고, 진지한 표정으로 사건 해결에 나서는 캐릭터다. 탐정 말로는 '셜록 홈즈'와 비교되면서 수많은 추리소설 독자들에게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탐정 말로'를 그린 영화는 여러 편 제작됐다. 잘생긴 외모와 우수 어린 눈빛 연기로 여심을 자극한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을 맡은 '명탐정 필립'이 제작됐으며, 1970년대에는 엘리엇 굴드 주연의 '긴 이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1일 개봉한 '탐정 말로'는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명탐정 필립'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46년 제작된 원작의 설정과 상황 등을 요즘 시대에 맞게 새롭게 바꿨다. 제작진이 영화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말로' 역할을 누가 맡느냐는 것이었다. '테이큰' 시리즈로 잘 알려진 리암 니슨이 낙점됐는데, 일각에서는 그의 몸집이 크고, 무게감이 있다는 이유에서 배역에 적합지 않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리암 니슨은 자신만의 중후하고 섬세한 말로 탐정을 탄생시켰다. 치명적 매력을 가진 금발여인 클레어가 말로를 찾아온다. 클레어는 자신의 정부인 니코 피터슨이 사라졌다며, 그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말로에게 의뢰한다. 얼마 후 니코 피터슨은 차에 깔려 얼굴이 으깨진 모습으로 발견되고,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한다. 원작에는 없었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비밀들 속에서 관객들은 감독과 두뇌싸움을 벌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암 니슨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은 역동적이다.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하고 리얼한 액션신과 스릴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등이 여느 추리물과 차별화된다. 한편 '탐정 말로'의 수입사 측은 영화의 개봉을 맞아 이색 ARS 이벤트를 도입했다. '070-8984-0321'로 전화를 걸면 영화의 주인공인 '필립 말로'를 연기한 리암 니슨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화가 끝나면 '말로'의 사무실에서 보내온 문자메시지도 전달되는데, 수신된 메시지 이미지와 말로에게 의뢰하고 싶은 사건을 SNS에 업로드 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1946년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명탐정 필립'을 리암 니슨 주연으로 새롭게 리메이크한 '탐정 말로'.
[개봉작] 목스박
감독:고훈 출연:오대환·지승현 장르:코믹액션 등급:15세 관람가 목사, 스님, 박수무당이 연합해 벌이는 한바탕 복수극을 그린 코믹 액션극. 왕갈비파의 두 행동대장 '경철'과 '태용'은 삼거리파에게 갑작스러운 습격을 당한다. 두 사람은 보스를 잃고 가까스로 피신해 각각 '천사의 교회'와 '은신사'에 숨는다. 사기꾼 목사로 인해 망한 교회에서 경철은 새로운 목회자로 추앙받는데….
[개봉작]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
감독:애덤 윈가드 출연: 댄 스티븐스·레베카 홀 장르:액션 등급:12세 관람가 몬스터버스 시리즈의 5번째 작품. 전작 '고질라 vs 콩'에서 빅 매치를 벌였던 고질라와 콩이 이번에는 강력한 빌런에 맞서 의기투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편에서의 전설적 결투 이후 할로우 어스에 남은 콩은 드디어 애타게 찾던 동족을 발견한다. 한편 깊은 동면에 빠졌던 고질라는 알 수 없는 신호로 인해 깨어난다.
[개봉작] 1980
감독: 강승용 출연:강신일·김규리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전남도청 뒷골목에서 1980년 5월17일 중국 음식점을 개업한 철수네 가족의 이야기. 지난 연말 천만관객의 신화를 쓴 '서울의 봄'의 무대가 된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불과 5개월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봉작] 조용한 이주
감독: 말레나 최 출연: 반 헤릭슨·코르넬리우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열아홉 살 칼은 덴마크의 시골에서 양부모와 함께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양부모는 칼이 언젠가 가족의 농장을 물려받아 가업을 이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입양아인 칼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태어난 한국이라는 나라에 끌리기 시작한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경북대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 학칙개정안, 법제심의위·학장회의 통과
"더 미루기 힘들어"…계명대·영남대 의대, 13일부터 임상실습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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