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자존심 ‘헤비’ 17년 장수…크라잉넛·노브레인·국카스텐도 공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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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9-27   |  발행일 2013-09-27 제34면   |  수정 2013-09-27
‘인디뮤지션들의 놀이터’ 인디클럽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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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최고의 라이브 인디클럽 ‘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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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클럽 ‘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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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창고’.

기성세대를 위한 라이브클럽은 거의 붕괴상태다.

하지만 20대 인디뮤지션과 그 팬을 위한 인디클럽은 오히려 호황기다. 지난 8월 전국 인디밴드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행사가 대구에서 열렸다. 모두 47팀의 록밴드 등이 참여한 제1회 ‘대구클럽데이’. 대구 밴드만 40여개가 참여한 일종의 ‘대구 인디밴드 카니발’이었다. 그때 따로 놀던 7개 클럽이 뭉쳤다.

면면을 보자.

지역 인디클럽의 종가로 불리는 헤비(HEAVY)를 비롯해 쟁이, 얼반(URBAN), 음악창고, 락왕(ROCKING), 인디야, 클럽 댓(THAT), 꿈꾸는씨어터 등이 가세했다.

나이트클럽, 회관 등 대중음악과 거리를 둔 지역 인디클럽의 출발은 1990년대 초. TBC대구방송 근처에 있던 ‘모리슨’이 인디클럽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 흐름을 탄 게 ‘헤비’와 명덕네거리 근처의 ‘소리공간(일명 소공)’이다.

헤비의 신은숙 대표는 17년 논스톱, 줄곧 달려온 반면 소공의 대표 김명환은 중구 삼덕성당 근처로 옮겨와 재즈바 소공을 오픈했지만 뿌리를 못 내리고 사라진다. 또한 대명동 계명대네거리 근처에 생긴 ‘짚시락’은 이후 로데오거리로 옮겨 전국구 댄스클럽으로 발전했다. 중구 갤러리 존 근처에 있는 라이브 인디는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는 버스커 ‘십센치’의 고향집이었다. 옛 계명대 정문 입구의 ‘레드제플린’도 록바 분위기의 클럽으로 자릴 잡았다.

대구 록페(록페스티벌)의 저력도 상당하다. 2001~2002년 두류공원 내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전국에서 40개 록밴드가 참여한 ‘벼락’이 열린다. 로커한테는 뉴스였다. 이때 참가한 대구팀은 모두 23개팀.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 오직 ‘아프리카’ 한 팀뿐이다.

참여한 제임스는 최근 ‘더 옐로우’로 재탄생했다. 벼락의 전통은 2003~2006년 두류록페스티벌로 이어진다. 이때 일본과 독일, 브라질 등 4개국 국제 록페로 자리잡는다. 대구문화예술회관치 행사를 주최했다는 것도 참 이례적이었다. 영남대 록페도 1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데 이미 전국적 브랜드를 확보했다.

이에 앞선 한반도와 오디세이, 데미안, 점프 등은 요즘 인디맨들에겐 ‘할배급 록밴드’로 기록된다. 참고로 지역 밴드 ‘HAZE’는 슈퍼스타 K 파이널 11에 오르기도 했다.


펍바 스타일의 ‘얼반’은
유명 해외뮤지션 공연…

연습실 겸한 ‘음악창고’
실력파 밴드 상당수 배출

지역 7개 클럽 의기투합
최근 첫 ‘클럽데이’개최
47개 밴드 한바탕 잔치



▨지역의 주요 클럽

-헤비(HEAVY·010-2338-1340)

-쟁이(053-424-9906)

-얼반(URBAN·010-9371-2777)

-음악창고(010-8926-9216)

-락왕(ROCKING·010-5528-8346)

-인디야(010-2541-1107)

-클럽 댓(THAT·053-252-0447)

-꿈꾸는씨어터(1600-8325)

-라이브 인디(010-8867-3277)



◆대구 주요 클럽 엿보기

△헤비(HEAVY)= 1996년 2월에 첫 공연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17년간 정기공연을 고집하고 있다. 헤비를 모르면 인디 팬도 아니랄 정도로 대구 인디뮤직의 ‘숨구멍’ 같은 곳이다. 옛 경북공고 근처에 있다가 계명전문대 돌계단 맞은편 버스정류장 입구 지하로 옮겼다. 옥탑방 같은 곳에서 열정적 사운드가 끊이질 않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피아, 루시드폴, 장미여관, 재주소년, 언니네이발관, 국카스텐, 게이트플라워즈 등 유명 한국 인디밴드가 순례코스처럼 여기를 스쳐갔다. 한 장르 음악만 고집하지 않는다. 어쿠스틱 뮤지션도 올린다. 무엇보다 주말 정기공연을 빠트리지 않는다는 게 이 클럽의 최대 강점. ‘힙합트레인’과 ‘펑크데이’라는 자체공연브랜드도 기획했다. 올해 클럽헤비 17주년 기념 음반을 냈다. 대구 인디음악을 한 장의 음반으로 가장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음반이다. 매주 토(7시)·일(6시)·비정기적 금요일(8시) 공연. 스탠딩 230명 수용이 가능하다.


△얼반(URBAN)= 중구 삼덕성당 뒤편에 음악창고와 올댓과 나란히 있는 펍바 성격의 클럽. 외국인 단골이 많다. 2009년 5월에 오픈했다. 라이브 공연·파티·칵테일을 만끽할 수 있다. 월 2~3번 토요일 밤 10시30분부터 외국인 밴드 등이 공연을 한다. 쓸만한 콤보 기타·베이스 앰프·SM 58beta 정도는 구비돼 펍 및 바형 클럽 중에서는 제일 괜찮은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단골층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반반 정도, 연령층은 20대중반부터 30대초반이다. 해외 인디록 밴드를 한국에 소개하고 전국을 투어하는 활동을 진행하는 에이전시인 슈퍼 컬러 슈퍼(Super Color Super)의 대구 공연도 유치하고 있다. 비닐 윌리암스 등 유명 해외 인디 뮤지션들도 다녀갔다. 주중에는 오후 8시~다음날 오전 3시, 주말은 오후 8시~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영업. 대여는 주로 오후 4~9시까지. 기본 23만원+알파.


△DMG(대구음악창고)

얼반 바로 옆에 있으며, ‘호루스 음악창고’로 하다가 최근 이름이 바뀌었다. 2012년 2월 론칭됐다. 음악창고는 공연장보다 얼반 관련 뮤지션들의 연습실 겸 공연장으로 태어났다. 주중에는 연습 및 레슨실로, 주말에는 공연장으로 변모한다. 옆엔 조그마한 바도 있어 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맥프로와 녹음장비를 구비해서 간단한 음원을 제작할 수 있는 믹싱룸도 있다. 금·토요일 오후 4~9시, 대관료는 18만원. 금요일에는 밤 9시30분부터 누구나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오픈마이크(Open Mic)’ 행사도 있다. DMG출신 밴드들은 지금은 사라진 POLY, 시나위 보컬 윤지현이 있던 밴드 ‘부재중’, 대구 유일의 일렉팝 밴드인 뉴런(Neuron), 대구팝의 선두주자 마치 킹즈(March Kings) 등이다.


△락왕= 남산동 인쇄골목에 있다. 특이하게 출발했다. 음향 관련 일을 하던 뮤지션이 밴드를 만든다. 그 밴드 이름은 ‘핑크 노이즈’(손정수 이현목 이홍섭 김창우 안광태). 모두 음향 감독 및 야외 콘서트 음향전문가들이다. 그들의 연습실이 클럽으로 발전한 것. 사운드가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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