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조 밴드 ‘마쌀리나’, 버스킹의 황무지 대구서 거리공연 트렌드 심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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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9-27   |  발행일 2013-09-27 제35면   |  수정 2013-09-27
“4년전 처음 시작할 때 저희 밴드밖에 없었죠
교보문고 앞 광장 등서 두 시간 정도 공연하면
팁박스에 2만원 모여 이웃돕는 데 모두 사용”
20130927
대구역 앞 대우빌딩 앞에서 거리 공연 중인 6인조 버스킹 밴드 마쌀리나. 장난감 박스처럼 보이는 돈통(팁박스)이 이들 버스커의 자존심 구실을 한다.

지역의 대표적 버스커로 불리는 마쌀리나.

결성 4년째를 맞는다. 마쌀리나는 ‘기타와 노래를 통해 잃었던 삶의 맛을 살리자’라는 말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6인조 버스킹 밴드.

2009년에 평소 알고 지내던 형·동생들이 함께 기타모임을 하다가 우연히 대구시내 2·28공원 옆에서 하드케이스를 열어 놓고 길거리공연을 시작한다.

“저희들이 버스킹을 시작할 때는 대구에서는 거의 버스킹을 하는 분들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버스커버스커 같은 그룹도 뜨고 그러면서 붐이 일어난 것 같아요.”

다른 버스커와도 친하다. 지난해 ‘가로등라디오’와 ‘조선히피’를 비롯해 몇몇 팀과 가까워졌다.

버스킹을 작정한 건 아니다. 즉흥적으로 ‘한번 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었다.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의 대학생. 보컬과 셰이커를 담당하는 태훈은 콧소리로 휘파람을 부는 것이 특기. 이 팀의 ‘공기’를 만든다.

리더이자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홍반은 팀의 ‘무게’를 맡는다. 보통 메인보컬인 태훈이 여러 가지 재밌지만 가벼울 수 있는 공기 같은 개그로 분위기를 띄워 놓으면 홍반이 너무 가벼울 수 있는 분위기를 다시 무게로 가라앉힌다.

효준은 보컬과 기타, 주식은 퍼커션과 랩을 담당한다. 둘 다 사회복지를 전공한다. 베이스를 담당하는 현식은 공대생이고, 건반은 홍일점 진아가 맡는다.

2009년에는 대구 교보문고 앞 광장에서 자주 모였다. 오직 기타와 목소리만 있었다. 그러다가 멤버 대다수 2009년 말에 입대한다. 잠시 공백기. 다시 팀을 꾸려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 앰프를 구입해서 교보에서 다시 모였다.

2시간 남짓 버스킹을 시작하면 팁박스에 모이는 돈은 2만원 안팎.

“팁박스에 돈이 들어오고 하는 것도 좋지만, 공연하는 사람이 너무 팁박스에 얽매이게 되면 버스킹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악기 구입이나 앰프나 마이크 같은 장비도 각자 사비로 구입한다. 공연료는 통장에 바로 직행. 이들은 돈이 목적이 아니다. 작지만 값진 돈을 가지고 연말에 어려운 친구들에게 꼭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지난해 겨울에는 수성구의 한 복지기관에 현물기부도 했다.

6명이 움직이다 보니 아무래도 팀원들의 일정이 안 맞을 때가 가장 힘들다. 취지와 목적이 좋은 행사 섭외가 들어오면 6명 전원이 함께 이동하고 공연에 참여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다들 이들에게 호의적인 건 아니다. 버스킹을 마치고 쉬고 있는 어느 토요일 저녁이었다. 술 취한 한 노숙자가 팁박스가 자기 것인 양 대드는 바람에 근처 지구대로 인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행인은 이들을 쌍수로 반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마쌀리나의 긴급제언

“생각 없이 노는 젊은 딴따라라며 내쫓지 말길
지역을 밝고 재밌게 만들고 싶은 청춘입니다
대구시, 전원 공급되는 버스킹존 만들어주길”

“대구에서 버스킹을 하려고 할 때 일단은 보수적인 시각으로 버스킹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특정 자리에서 공연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사전에 협조를 요청하고 버스킹을 하려고 할 때 모두들 반대부터 하고 내쫓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시민들이 언제든지 와서 휴식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갈 수 있는 곳이 공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자리에서 앰프에 소리를 내고 버스킹을 하면 모두에게 방해가 된다고 바로 내쫓는 대구시의 방침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공원 관리를 위해서 그런 것들이 방해가 될 수는 있지만 공연을 신청하는 절차 같은 것들이 제약이 많고, 너무 폐쇄적인 점이 많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시에서 도움을 주실 수 있다면 언제든지 전원을 공급받아서 쓸 수 있는 버스킹 존이나 공연문화거리 등이 시내에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대구가 ‘컬러풀 대구’라며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구체적 지원과 관심도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입니다.

저희 버스커들을 바라보실 때 ‘젊은 딴따라들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논다’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밝고 재미있게, 살맛 나게 만들고 싶은 ‘생각 있는 청춘들이 대구에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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