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없는 소자본 자영업 실패 확률 높아…“기술 창업에 눈 돌려라”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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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9   |  발행일 2014-08-29 제3면   |  수정 2014-08-29
■ 중·장년층 창업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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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구조조정이나 공무원·교사의 잇단 명예퇴직으로 중·장년층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창업산업박람회에서 아기를 업고 행사장을 찾은 주부 창업희망자가 한 프랜차이즈 업체와 상담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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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빌이 운영 중인 CJ푸드빌 상생아카데미 이탈리안 레스토랑 창업과정에서 중·장년층 창업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 퇴사를 결심한 회사원 홍모씨(42)는 고민에 빠졌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재취업이 힘들 것이라 판단, 창업으로 눈을 돌렸으나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 소자본을 통해 창업해야 하는 그는 남들처럼 외식 등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홍씨는 “창업 지원이 늘고 있다고는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요청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소상공인지원센터도 찾아가 봤지만 올해 자금이 소진돼 증액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주변에서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가 많지만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지원도 20~30대 청년층에 맞춰져 있어, 실패할 경우 재기가 거의 불가능해 고민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신설법인 72% 5천만원 이하 소규모창업
부동산·음식·숙박업 등 눈에 띄게 증가

◆ 베이비부머 중심으로 창업 증가

홍씨와 같이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중장년층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명예퇴직을 통해 정규직 직원 수를 8천명 정도 줄였으며, 공무원과 교사도 최근 연금 개혁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퇴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55~63년에 태어난 세대인 베이비부머 713만명 중 임금근로자 약 311만명은 2010년부터 은퇴나 명퇴를 통해 해마다 30만~40만명이 직장을 떠나고 있다. 중기청과 한국은행 역시 최근 창업이 늘어난 것에 대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들의 문제점은 대부분 소규모 창업이라는 점이다. 상반기 신설법인에서도 자본금 5천만원 이하의 소규모 창업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신설법인의 72.3%(2만9천994개)가 5천만원 이하의 소규모 창업이었고, 이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상반기엔 69.7%, 2012년엔 70.5%, 지난해엔 72.6%로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부동산업이나 음식업, 숙박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 증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정부의 창업 지원액도 실상은 중장년층이 많아”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대학까지 나서 독려하고 있는 청년창업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관련 기관이 청년 창업의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단순 자금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의 한 기업지원기관의 관계자는 “사실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 규모는 총액으로 따져봤을 때 중장년층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청년창업 지원이 계속 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최근 창업 지원의 문제점은 애플리케이션이나 IT 등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분야에 너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하려는 인구가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은 창업금액 융자와 외식의 경우 기술교육 정도가 이뤄질 뿐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태익 대구시 고용노동과장 역시 “중·장년층이 창업 지원에서 소외된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홍보를 청년 일자리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주로 외식 등 소상공인들로 창업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과 교육도 많다. 매년 시행하고 있으나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일 뿐 신청자 수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붐 세대 경험에 청년 신기술 접목
SK텔레콤 ‘브라보 리스타트’높은 관심

◆ 다양한 창업 모델 나와야

중·장년층이 창업의 모델로 꼽는 소자본 창업은 통계에서 알 수 있듯 절반 이상은 3년을 넘기지 못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7~2011년 창업기업 생존기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법인 사업자의 3년 미만 폐업 비중은 46.4%, 개인 사업자는 59.4%에 달했다. 이는 창업 3년내에 10명 중 5명은 문을 닫는다는 것을 뜻한다.

창업 전문가들은 중·장년층 창업 성공을 위해 소자본 자영업이 아닌 다양한 창업 모델을 검토해 볼 것을 주문했다.

김현수 계명대 창업지원단장은 “중·장년층의 경우 사회적 경험은 많지만 이질적인 업종에 뛰어들면서 실패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소상공인이 창업하는 생계형 창업은 폐업률이 높지만 기술 창업은 이야기가 다르다.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어야 기업이 오래갈 수 있고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CJ푸드빌 상생 아카데미
외식운영 노하우 바탕
체계적인 창업 교육 실시


김 단장은 또 “중·장년층이 본인만의 기술이 있거나 기업에서 독립해 창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시간이 걸릴 뿐 제품 개발만 가능하다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하고, “기술이 없는 중·장년층이라도 대학의 연구기관이나 학생과 함께 차별화된 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창업 성공의 핵심은 기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기업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창업 모델 역시 주목할 만하다.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는 지난해 5월 시작한 창업 지원 프로젝트로,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SK텔레콤의 ICT역량을 결합해 ICT기반 고부가가치 창업 사례로 사회의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기존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에 청년 세대의 패기와 열정, 신기술을 더해 사업 성공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지난 2기까지 총 255팀이 참가했다. 선정된 팀에게는 6개월간 초기 창업지원금(2천만원)과 함께 서울 명동 소재 ‘행복창업지원센터’에 개별 사무실이 제공된다.

또한 추진 사업별로 창업 및 사업개발에 필요한 SK텔레콤 및 외부 전문가를 1대 1로 매칭, 심도 있는 멘토링과 함께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팀당 최대 1억원에 달하는 기술개발자금과 함께 우수 아이템의 경우 SK텔레콤과 함께 공동 사업화도 이뤄진다.

지난 1기의 경우 전체 10개 팀 중 5개 팀이 SK텔레콤의 관련 부서와 공동 사업화를 추진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스마트짐보드’ ‘무인택배 시스템’ 등은 이미 공동 사업화에 성공해 국내외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등 활발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해당 아이템은 SK텔레콤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와 결합해 시장 확대 및 사회가치 제고에도 동참하고 있다.

CJ푸드빌 역시 지난해 ‘CJ푸드빌 상생 아카데미’를 개소하고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빕스, 뚜레쥬르, 투썸, 비비고 등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는 CJ푸드빌은 자사의 외식 운영 전문 노하우를 살려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은퇴자(또는 예정자) 및 수요기관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문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5기가 운영된 이 프로그램은 외식 전문 노하우 및 외식 전문인력 양성 교육 인프라를 바탕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현장 맞춤형 외식 창업 교육을 제공한다. 수강생들은 7주 동안 ‘생애재설계 멘토링’, 이론 중심의 ‘기본역량 강화교육’과 함께 카페 창업, 베이커리 창업, 이탈리안 레스토랑 창업 등 총 세 분야로 나뉜 ‘현장맞춤 창업훈련’을 받게 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CJ푸드빌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외식 노하우를 사회에 환원하고 동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교육이 중장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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