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재생, 이제부터 시작이다 .4] 도시재생 해외 우수사례1. 영국 셰필드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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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10   |  발행일 2014-11-10 제3면   |  수정 2014-11-10
驛주변에 출판·음악·디자인 등 제작 중심 문화산업단지…세계적 기업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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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철강 단지였던 영국 셰필드는 철강 산업의 몰락으로 쇠퇴했지만,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으로 문화·첨단 산업지구로 재탄생했다. 최근 설치된 도심 쇼핑지구 MOOR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돼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셰필드 도심의 쇼핑지구 전경.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된 후,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하는 대도시를 다시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재생특별법에서 규정한 도시재생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주민이 주도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쇠퇴상권을 살리는 근린재생형은 유사사업의 경험도 있고 지자체 등의 이해도도 높다 .하지만 도시의 전반적인 경제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경제기반형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되는 방식이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은 노후 항만·역세권 개발, 공공청사·공장 이전부지 개발 등과 연계해 도시의 특화된 산업과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도시에 새로운 고용기반을 창출하고, 부족한 도시기능을 도입·확충하는 것이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은 도시의 경제발전전략과 성장잠재력에 따른 차별화된 산업 등 경제기반의 육성이 중요하며, 특히 지역의 역사·문화·자연환경 등 자산을 활용하면서 특화산업을 유치하는 전략이 필수다.

기존 산업의 쇠퇴로 인한 위기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사업으로 극복해 낸 영국의 사례를 통해 대구시가 배워야할 점을 짚어본다.

 

市전체 10개 구역 나눠 장기발전계획 세워
노후건물 많은 지역엔 소매지구 설치
산업단지·역세권 정비, 도심첨단산업단지 변신

 


◆ 철강산업 쇠퇴로 극심한 침체

셰필드시는 영국 잉글랜드 북부 사우스요크셔 카운티(South Yorkshire county)의 중심 도시다. 인구는 56만명으로 영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이며, 16세기부터 양질의 강철을 생산해 온 전통적인 산업도시로 손꼽힌다. 18세기 산업 혁명 이후 철강산업으로 번성했던 셰필드는 철강산업 쇠퇴와 시 외곽의 무분별한 개발로 구도심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급속히 침체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후 철강 공장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1980년대 초 실업자 2만5천명·실업률 15.8%에 달했고, 실업과 가난이 이어지며 한때 영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는 한때 섬유 기업들로 전성기를 맞았던 대구가 기업들이 수도권 및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겪었던 사례와 비슷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셰필드시는 시의회를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첨단 기술 중심의 도시경제기반 구축과 공공·녹지공간의 확충 등으로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나섰다. 셰필드시와 영국 정부는 물론 유럽공동체(EC)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어반 마스터플랜(urban master plan)을 수립하기 시작한 셰필드 시의회는 전체를 10개의 구역으로 구분해 각 구역별 발전계획을 마련했다. 보전 가치가 있는 건물 및 도시 공간을 우선 선별해 내고, 장래 토지 이용 및 장기 발전계획을 포함시켰다. 이 계획은 2000년에 수립됐으며 2007년, 2013년에 다시 수립되는 등 6년마다 주변 상황에 맞게 변화되고 있다.

◆ 도심 재생으로 경제활력 얻어

셰필드는 피스 가든(Peace Garden)과 시청 주변 등 쇠퇴한 도심 지역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다. 노후 건물이 많은 도심에 소매지구를 설치했으며, 노후 건물을 백화점으로 신축하는 등 대구 동성로와 같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쇼핑 거리를 만들어 인구를 모으기 시작했다. 또한 버스와 트램(노면 전차)이 도입된 것은 물론, 일부 구간은 보행자 전용도로로 조성됐다. 또한 각 구역별로 주차장도 마련했다.

그리고 역세권과 산업단지를 정비하며 첨단 과학 기술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노력으로 ‘Sheaf Valley’라 불리는 도심첨단산업단지를 만들어 내며 기존 철강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도 철강 산업이 있기는 하지만 문화 산업 지구(Cultural Industries Quater)와 비행기 부품 산업 등이 중심이 돼 도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특히 문화산업지구의 경우 출판, 음악 디자인 등 제작 중심 문화 산업 단지로 셰필드역 주변지역에 국립대중음악센터, 워크스테이션 등이 조성됐다. 현재 이 곳은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셰필드 시는 셰프 강(river) 수변공간 정비, 시 청사 등 유서깊은 도심 역사·문화 건축물의 정비 등 공공공간 확충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지속가능한 도시 및 공동체 형성과 친환경조성을 위한 도시 건축물의 질 향상과 디자인 계획,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도시 재개발 계획을 추진한 것이다.

또한 이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서 시의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민들의 의견이다. 일반 거주자부터 노동자 및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듣기 위해 워크숍과 포럼 등을 꾸준히 개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리포트 형식의 계획서를 꾸준히 만들어 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도 받고 있다. 지역·계층별 15~20개 그룹이 꾸준히 시의회와 소통하고 있다.

이렇게 수립된 계획은 기업이나 기관,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점차 빛을 보기 시작했다. 1992년 12.3%이던 셰필드의 실업률은 2008년 3.1%로 낮아졌으며, 도심거주 인구는 1991년 1천600명에서 현재 1만3천여명으로 늘었다. 신규직업 창출만 해도 5천500개에 달해 영국 지역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도심을 활성화하는 재생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글·사진=영국 셰필드에서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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