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 탄소섬유] (중) 경북 탄소산업 기술 수준 어디까지 왔나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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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6   |  발행일 2014-11-26 제13면   |  수정 2014-11-26
탄소섬유슈퍼플라스틱 생산라인 갖춰…車·항공기 부품 양산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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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경북도지사(오른쪽 첫째)가 지난 9월29일 해외투자유치의 일환으로 방문한 일본 도레이사 ‘A&A센터’에서 탄소소재로 만든 자동차 보닛을 만져보고 있다. <영남일보 DB>

2050년 8월 구미시내 한 좁은 주택가 골목길에 승용차가 불법주차돼 있다. ‘무(無)개념차’이지만 주민은 개의치 않는다. 주민은 지나가는 행인 3명에게 도움을 요청해 이 차량을 손으로 들어 옮긴다. 미래엔 이런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탄소소재로 만든 차량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한 올보다 얇으면서도 강도는 철의 10배라는 특성을 갖춘 탄소소재의 용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우주항공·국방 분야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양산차, 스포츠·레저용품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 심지어 일본에선 탄소소재를 이용해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방안까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소재시장을 둘러싼 업체의 총성 없는 전쟁은 점점 더 격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개발단계다. 정부조차 일부 탄소소재에 대해 기술개발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등 겨우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탄소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서 주목된다. 5천억원 규모의 국책사업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도레이사 제2공장 증설 등
국내 최대 탄소섬유 공급체계
최고 탄소산업 기업군 보유
2천49개 업체 13만여명 종사
연구소 등 13곳서 기술 개발
폐기된 인조흑연 재활용까지

◆탄소산업 키울 최적지

경북은 탄소산업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

우선 탄소산업 성장의 핵심요소인 원료수급이 편리한 지역이다. 이미 경북도는 탄소소재산업의 세계적인 기업인 도레이사(탄소섬유 분야)와 이비덴사(인조흑연 분야)를 파트너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도레이 첨단소재는 지난 3월 구미공장에 연간 2천500t 규모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을 증설했다. 내년부턴 기존 1공장을 포함해 총 4천700t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탄소섬유 공급체계를 갖추게 된다.

경북의 탄소관련 기업현황(2013년 통계기준)을 살펴보면, 총 2천49개 업체에 종사자가 13만2천400명에 달한다. 전자부품이 324개 업체, 5만5천759명으로 가장 많고, 자동차부품 824개 업체, 3만1천62명, 고무 및 플라스틱제품 459개 업체, 1만8천879명, 섬유 518개 업체, 1만4천570명 등이다. 경북이 우리나라 최고의 탄소산업 기업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다 탄소관련 연구소·기업체 13곳에서 403명이 기술개발(R&D)에 나서고 있다.

특히 LG실트론, 포스코켐텍, OCI, 코오롱, 씨알-텍 등 탄소소재 기업(53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재하고 있어 발전 잠재력이 높다.

씨알-텍(대표이사 노선희)은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독자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고성능 탄소소재의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탄소섬유와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복합한 직물(CFEPC)이다. 2분 이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인도 갖춰 항공기 및 자동차용 탄소소재 부품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은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자동차 보닛과 펜더(바퀴 덮개)에 적용하기 위한 시제품 개발과 시험평가 기반을 구축했다. 이어 고성능 양산제품생산을 목표로 성능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또 폐기된 인조흑연의 불순물을 제거해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화학기상침투법을 적용한 탄소 복합재 연구도 진행 중이다.

민·관이 협력을 통한 탄소소재 개발도 주목된다. 극동씰테크와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은 공동으로 카본성형체를 만드는 기술과 폐기된 인조흑연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이용해 내구성을 높인 자동차 진공펌프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에이티씨, 티포엘, 일지테크, 화신, 신영, 일진 등도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CFRP에 대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탄소산업, 어떻게 육성하나

경북도는 구미 하이테크밸리(제5국가산업단지) 66만1천㎡(20만평) 부지에 ‘융·복합 탄소성형 첨단부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5천억원이 투입된다. 국비(2천180억원)를 절반 가까이 끌어들여 국책사업으로 추진한다.

탄소성형 클러스터에는 탄소소재 융복합 연구·기술 개발은 물론, 융복합 탄소소재 시험·인증·평가센터, C-산업 융복합단지 등이 들어선다. 탄소복합재를 응용한 IT·자동차·항공·신성장 에너지 관련 첨단부품개발 및 상품화를 지원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지난달 31일 산업자원통상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탄소성형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면, 선진국에 비해 열위에 있는 우리나라 탄소소재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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