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대구행→바리스타 자격증

  • 백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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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12 07:52  |  수정 2015-01-12 07:57  |  발행일 2015-01-12 제15면
‘친구랑’서 새로운 꿈 일군 ‘1호 손님’

한지수양(가명·17)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지난해 그만둔 뒤 대구를 찾았다. ‘친구랑’의 1호 손님인 그는 ‘대구로 내려와 쉼터에서 지내면 된다’는 지인의 권유로 이곳 땅을 밟게 됐다. 가정 폭력을 못 이긴 탓도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일이 시간 낭비인 것만 같았다.

지수양은 “상업고를 다녔는데, 그곳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없었다.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성적에 맞춰 학교를 찾아간 게 화근”이라고 운을 뗐다.

상업고에서의 적성에 맞지 않는 생활은 지수양으로 하여금 학교를 떠나게 만들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러한 답답함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학교를 떠난 뒤에는 다시 돌아가는 게 더욱 힘들기만 했다. 지수양은 후배랑 학교를 다니는 건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학교를 떠난 뒤에는 식당에서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교에서 보내던 긴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는 “자퇴는 후회하지 않지만 다시 학교를 못 간 것은 아쉽다. 요즘에는 길거리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면 ‘예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수양이 다니고 싶던 곳은 관광고등학교. 이곳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나중에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게 현재의 꿈이다.

한양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마다 카페를 찾곤 했는데, 누군가에게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서 바리스타가 꿈이 됐다. 그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지수양은 학교를 그만둔 뒤 대구에서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는 데 성공했다. 올 4월에는 대입 검정고시도 치를 예정이다. 이후 돈을 벌어서 자신의 힘으로 대학 학비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그렸다.

그는 “한참 펜을 놓고 있다가 공부하려니 힘들긴 하지만 반드시 검정고시에 합격할 것”이라며 “‘친구랑’이 나처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친구들이 진로에 대한 꿈을 찾아갈 수 있게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의지할 곳이 사라진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이곳에 노크할 수도 있다”며 “이 센터가 ‘제2의 집’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교를 떠나 거리를 떠도는 친구들도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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