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소싸움장 재개장 속속 드러나는 의혹들

  • 노인호·백경열·최보규
  • |
  • 입력 2016-05-24 07:13  |  수정 2016-05-24 09:31  |  발행일 2016-05-24 제3면
돈 빌려준 한국투자증권도 밑질것 없어
파생상품 전문가 “청도공사, 위험한 계약”
20160524
<주>한국우사회가 청도소싸움 경기장 조성 당시 투자금조로 빌린 대출금에 대해 청도공영사업공사가 보증을 선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청도소싸움장의 2011년 9월 3일 개장 모습.

청도소싸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청도군(청도공영사업공사)과 민간사업자인 <주>한국우사회는 한 배를 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1년 소싸움경기가 시작된 이래 이 사업은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2014년 11월 소싸움경기를 재개하기 위해 청도공영사업공사와 한국우사회 간 이뤄진 ‘불공정한’ 계약은 앞으로 청도군에 상당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시 두 이해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① “우사회의 200억 대출금 책임지는 계약은 연대보증보다 더해”

영남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청도소싸움 경기장 재개장(2014년 12월) 직전에 민간 사업자인 ‘<주>한국우사회’(이하 우사회)는 한국투자증권 측에 총 200억원을 대출 받는다. 당시 우사회는 대출일로부터 20년 뒤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조건으로 대출 계약을 맺었다.

청도공영사업공사(이하 청도공사) 관계자는 “200억원은 경기장 등 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빌린 자금을 갚기 위한 용도로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측에 졌던 채무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채무 불이행에 따른 재정 부담을 청도공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취재 결과 우사회가 대출 만기일을 맞거나 돈을 갚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을 시, 청도공사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우사회에 대한 대출채권을 사들이기로 약정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채무자인 우사회가 지게 된 빚을 청도공사가 보증해주는 셈이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한 파생상품 분야 전문가는 “계약 내용상 우사회가 빚을 못 갚을 형편이 발생했을 때 청도공사가 채권자 신분(현 한국투자증권)으로 바뀌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위 ‘연대 보증’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사회가 갖고 있는 경기장 무상사용권이 보증 명목으로는 약하니까 청도공사가 원금에 대한 보증을 서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밑질 게 없는 장사”라고 덧붙였다.

② 이자 등 年 최소 16억 사실상 청도가 지급
대출금 상환 못할 땐 지방채로 메워야할 판


2014년 재계약 당시 우사회는 대출 이자 등을 한국투자증권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 돈은 청도공사 측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청도공사는 경기장 재개장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우사회에 우권매출액의 5.5%(연)를 지급하거나, 이에 미치지 않을 시 16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영남일보 5월20일자 2면 보도)한 바 있다. 결국 우사회는 경기장 무상사용권을 담보로 사업 운영에 따른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영구 청도공사 경기운영팀장은 “우사회 측이 경기장 사용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용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16억원은 사용료 성격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자뿐만 아니라 신탁운영에 따른 비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00억원에 대한 보증을 선 이유 역시 석연치 않다. 이영구 팀장은 “당시 대출기간(20년) 동안 경기장 운영권의 가치가 그 정도는 된다고 한국투자증권이 판단했다”고 말했다. 계약 당시 협약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경기장 운영권에 대한 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이 팀장은 “만약 우사회가 200억원을 갚지 못할 상황이 되면, 우리(청도공사)가 그 돈을 부담해야 하는 건 맞다. 대신 잔여기간 동안 경기장 운영권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도공사 측이 우사회에 매년 지급하고 있는 16억원(최소)은 원금과 별도로 계산해야 하는 일종의 ‘매몰비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사회가 대출 만기 시점인 20년을 다 채운 상태에서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청도공사는 연간 16억원 지급과 무관하게 경기장 운영권에 따른 채권을 행사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점은 우사회가 200억원에 이르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 청도군은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빚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원금뿐만 아니라 추가로 발생하는 이자는 고스란히 청도군의 몫이다.

한편 최근 사업 진행 상황을 두고 청도군 관계자 역시 “우사회와의 협약 때문에 경기장 사용료 등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사업 진행에 있어 가장 안 풀리는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③ 우사회 지난해 자본잠식률 69% 넘어…빚 갚을 능력 있을지 의문
“이 사업서 역할은 거의 없고 돈만 챙겨” 지적도

민간사업자인 우사회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대출받은 200억원을 갚지 않을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사회의 현재 운영 상태와 원금 상환 시점에서 이들이 갖게 될 자산의 가치를 비교하면,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시스템을 보면, 우사회는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순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1년 -44억2천600여만원 △2012년 -36억3천여만원 △2013년 -42억8천500여만원 △2014년 -42억1천800여만원 △2015년 -10억900여만원 등이다.

자본잠식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본잠식이란 적자가 쌓이고 결손금이 누적돼 자본금이 자기자본보다 많은 상황을 뜻한다. 우사회의 경우 자본금은 2011~2015년 718억5천여만원으로 동일했지만 결손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자기자본이 자본금을 밑도는 상황이 점차 심화돼 왔다. 자본잠식 상태가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2011년 51.03%이던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69.14%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싸움경기장은 우사회의 유일한 수익창출원이다. 우사회가 내놓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벌어들이고 있는 영업수익은 소싸움경기장 사용료 수입과 수탁사업 수입뿐이다.

더욱이 일부 수익원은 청도소싸움경기의 성패 여하에 달려있어 전망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소싸움경기장 내 근린생활시설(점포)이다. 근린생활시설은 소싸움경기장이 활기를 띠지 못하면서 현재 단 한 곳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다. 우사회가 열악한 경영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싸움경기의 성과가 극적으로 좋아지거나,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발굴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사회 측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향후 추진하기로 결정된 신규사업은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여기다 우사회 측의 대표 자산인 소싸움경기장 사업 운영권 평가가치 역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우사회가 200억원을 일시상환하기로 한 2034년이 되면 수십억원대의 가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계약이 체결된 2014년의 ‘사업운영권 가치(246억여원)’와 ‘감가상각비(8억1천700여만원)’를 기준으로 2034년 사업운영권 가치를 계산하면 82억6천800여만원이 된다. 즉, 우사회 입장에서는 20년 뒤 200억원을 갚는 대신 82억여원짜리 사업운영권을 포기하는 게 도리어 이득이다. 청도소싸움 사업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A씨는 “이 사업에서 우사회의 역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대출을 통해) 투자금 200억원을 주머니에 채워넣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노인호·백경열·최보규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