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용이 대세…‘김해 軍겸용’ 문제 안된다는 ADPi 주장 어불성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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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7 07:16  |  수정 2016-06-27 07:16  |  발행일 2016-06-27 제4면
세계 국제공항 분석
30대 공항중 싱가포르만 겸용
국토 좁아 같이 쓸 수밖에 없어
민간전용이 대세…‘김해 軍겸용’ 문제 안된다는 ADPi 주장 어불성설
싱가포르의 관문공항인 창이공항. 세계 30대 관문공항 중 민·군겸용은 이곳 창이공항뿐이다.

밀양이 신공항 후보지가 되기를 갈구했던 대구·경북은 정부가 민·군 겸용공항인 김해공항의 확장이 관문·거점 성격을 띤 신공항이라고 우기자 넋을 잃었다. 비난을 모면하려는 방식이 너무 어이없기 때문이다. 민·군겸용 공항은 소음, 시설확장 측면에서 상시 제약을 받아 관문공항으로선 결격사유가 많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김해 신공항’이라는 이름까지 붙여놓고 포장하기에 바쁘다. 국토부가 외국용역기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를 앞세워 무리수를 뒀다는 점은 세계 30대 관문·거점공항의 상황을 보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가 백년대계는 보지 않고 수도권론자, 수도권 언론과 함께 인천공항의 위상을 지키는 ‘구사대’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 30대 관문공항에 군(軍)겸용 없다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있는 ‘국제공항협의회(ACI)’가 발표한 세계 30대 관문공항 목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창이공항(싱가포르) 외에는 군겸용 공항이 없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 엔지니어가 “민·군겸용공항이라는 점이 김해공항의 향후 확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너무 자신있게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30대 관문공항을 보면 민·군겸용 공항은 35년 전인 1981년 7월 개항한 창이공항(싱가포르)이 유일하다. 2015년 이용객수 기준으로 세계 16위(5천549만여명)인 관문공항이다. 하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국토가 좁아 군과 민항부문을 같이 써야 하는 사정이 있어서다. 싱가포르 면적은 대구시와 비슷한 697㎢이다.

유럽의 관문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과거엔 군겸용 공항으로 출발했다. 1936년 8월 나치 정권에 의해 라인-마인(Rhein-Mein) 공항 및 비행 기지로 건립돼 제2차 세계대전때 군용 기지로 활용됐다. 전후에는 미국 공군의 활동을 지원하는 서독의 작전 기지로 쓰였다. 미군 기지는 2005년에 문을 닫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이양됐다. 현재는 민간전용 공항으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지역 공항 전문가들은 “김해공항은 공군과 국토부(민항)가 공항 관제권을 나눠갖지만 역시나 우선권은 군에 있을 수밖에 없어 공항활용에 제약이 많다. 군겸용공항에 관문 또는 거점공항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30위 밖에도 군겸용 관문공항은 ‘로또 찾기’

30대 아래 공항과 2000년 이후 개항된 공항쪽으로 범위를 넓혀도 군겸용 관문공항은 보기 드물다. 일단 2000년 이후 개항된 국제공항은 주부공항(일본), 광저우 바이윈공항·우시공항(중국), 수완나품공항(태국), 도하공항(카타르), 아테네공항(그리스), 방갈로르공항(인도) 총 7곳이다. 이곳에도 군겸용 공항은 없다. 모두 민간전용공항이다.

세계 30대 공항 아래로 시선을 돌려보면, ADPi가 군겸용이라도 현재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예를 든 태국 방콕의 ‘돈 므앙 공항’이 있다. 1914년 2월 개항, 2006년 9월 민항운영이 중단됐다. 원래 공군수리공장, 기상관측소가 설치된 군용비행장이었다가 국제공항으로 활용한 케이스다. 한때 동남아에서 가장 넓고, 설비도 좋은 공항으로 손꼽혔지만 2006년 9월 이 공항규모의 5배인 수완나품공항이 방콕에 개항하면서 위상이 약화됐다. 연간 4천5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완나품 공항은 아시아 신공항 중 창이 공항에 이어 둘째로 큰 규모(동시 활주로 2개와 이착륙이 가능한 동시 유도로 2개)를 자랑한다. 반면, 돈 므앙은 현재 여객 전세기, VIP 전용기 및 군용기만 드나는다. 대구·경북이 갈망했던 밀양신공항의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홍콩공항과 마카오 공항도 2차대전 전후로 군겸용공항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그 자취를 찾을 수 없다. 홍콩공항은 인근에 첵랍콕공항(1998년 개항)이 건설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민간전용 공항인 첵랍콕공항은 운항편수(세계 22위), 이용객수(세계 8위)면에서 세계적 반열에 올라있다. 마카오공항은 2차대전 후에 군사목적으로 첫선을 보였다. 당시 포르투갈 정부는 중국으로 반환하기 불과 4년 전인 1995년에서야 늘어나는 민간수요를 감안 국제공항으로 탈바꿈시켰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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