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낙후된 대구관문…비행기 2∼3대 몰려도 출국장은‘시장바닥’

  • 박광일,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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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8 07:22  |  수정 2016-06-28 09:23  |  발행일 2016-06-28 제4면
[절박해진 대구경북 하늘길 .1] 민항공간·주기장 절대 부족…접근성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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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대구국제공항 1층 대합실에서 여행객들이 수하물을 부치기 위해 항공사 카운터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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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찾은 대구시 동구 지저동 대구국제공항. 장마철에 접어들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항 1층 대합실은 꽤 붐볐다. 항공사 카운터마다 제주와 오사카, 괌, 타이베이 등으로 가려는 여행객들이 짐을 부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장에선 이제 막 중국 광저우와 상하이 등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2층 국제선 출입국 심사대를 거쳐 출국장으로 들어서자 외국인과 내국인들이 뒤섞여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리는 여유가 있었지만 출국장 자체는 비좁아 보였다. 뒤편에 면세점이 있을 뿐 공항 출국장이라기보단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의 풍경에 가까웠다.

◇ 민간전용돼야 경쟁력 있어
 전체 공항면적 660만㎡ 중
 민항공간은 16만㎡에 불과
 K2와 분리해 활용률 높여야
 軍겸용이다보니 주기장 6개
 활주로 사용 1만4천회 불과
 연간 처리능력의 10% 수준

◇ 좁은 청사도 활성화 걸림돌
 대구공항 최대 수용 375만명
 피크땐 문제 많아 확장 필요
 도시철도 연결 접근성 높여야

공항 관계자는 “지금은 피크시간이 지나 출국장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비행기가 2~3대만 동시에 몰려도 꽉 차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며 “공항 청사가 좁고 시설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및 김해공항 확장 결정 이후 대구·경북의 하늘길이 더욱 절박해진 상황에서 ‘대구공항의 활성화’가 지역 차원의 합리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공항의 전반적인 시설 확충과 접근성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항 공간·주기장 ‘절대 부족’

1961년 부산비행장 대구출장소로 출발한 대구공항은 1994년 국제공항으로 승격했다. 이후 2000년 예비활주로 준공, 2001년 신청사 개관 등 지속적인 확장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대구공항은 현재 2천700m급 활주로 2본을 갖추고 있다. 활주로 규모가 이 정도면 그리 적은 편은 아니다. 김해공항도 현재 활주로 1본만 3천200m급이고, 나머지 1본은 대구와 마찬가지로 2천700m급이다. 정부의 확장 결정에 따라 김해공항에 새롭게 지어지는 활주로도 3천200m급에 불과하다. 현재 대구공항에는 B737, A330 등 제주와 일본을 비롯한 중·단거리 노선에 사용되는 C급 항공기(100석 이상~200석 미만)가 주로 취항하고 있다. 현재 폭이 협소한 유도로만 정비하면 B767 등 D급 항공기(200석 이상~300석 미만)도 충분히 띄울 수 있다는 게 대구공항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활주로 2본 중 1본은 예비 활주로로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않는 데다 나머지 1본을 K2 공군기지와 함께 사용하다 보니 활용률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대구공항의 연간처리 능력은 14만회에 달하지만, 실제 활용률은 10% 수준인 1만4천회에 불과하다.

또한 대구공항의 전체 면적은 660만㎡(200만평)로 김해공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민항 부분은 고작 16만㎡(6만평)에 불과하다. 이처럼 민항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주기장은 김해공항(31개)의 5분의 1수준인 6개뿐이다. 주기장을 늘리면 그만큼 항공기를 많이 받을 수 있어 향후 노선 확장에 유리하다. 장기적으로 K2와 분리해 민간전용공항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청사 확장·공용 카운터 시급

대구공항의 협소한 청사도 활성화의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공항의 연간 이용객 수는 202만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사상 최대인 2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0년에는 3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대구공항의 최대 수용능력인 375만명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대 수용능력은 평일과 주말, 평상시와 피크타임을 고려하지 않고 평균적으로 계산한 수치다. 항공기가 한꺼번에 몰리는 피크타임 때는 상황이 다르다.

대구공항의 여객청사는 2만700㎡ 규모로 김해공항(8만8천㎡)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국내선과 국제선 입국장과 출발장 등의 공간이 협소해 오전과 오후 피크타임 때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 공용 여객처리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대구공항은 항공사마다 고정된 체크인 카운터를 따로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어떤 카운터는 복잡한 반면, 어떤 카운터는 텅텅 비는 등 운영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항공기 스케줄에 따라 그때 그때 항공사에 카운터를 배정하는 공용여객처리시스템을 도입하면 해결할 수 있다.

대구공항 관계자는 “LCC 취항에 따른 이용객 급증으로 공간이 협소해 우선적으로 2019년까지 청사를 증축해 대합실을 확장하기로 했다”며 “공용여객처리시스템도 올 하반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 연결 필요

대구공항은 전국의 공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공항이다. 그러나 도시철도가 연결돼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위치적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항 측에서도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대구공항은 KTX 동대구역과 직선거리로 불과 2.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승용차로는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도시철도가 없어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동대구역까지 이동시간이 30분이나 걸린다. 때문에 KTX와 항공간의 연계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장기적으로 대구도시철도 노선을 대구공항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인 도시철도 1호선 동대구역 또는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에서 경북대, 엑스코를 지나 대구공항까지 연결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이미 대구공항 지하에는 도시철도 연결 통로가 조성돼 있는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올 하반기부터 대구공항과 동대구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라며 “대구공항 활성화 측면에서 도시철도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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