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은 비상구로 탈출” 상황별 매뉴얼 322쪽…초등생도 숙지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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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3 07:19  |  수정 2016-09-23 07:19  |  발행일 2016-09-23 제2면
지진대응 모범국 일본의 대처 방법
20160923
일본의 지진 대응 매뉴얼은 상당히 체계적이고 세분화돼 있다. 도쿄도는 지진 발생시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322쪽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지진 대응의 모범국으로 꼽힌다. 이른바 ‘불의 고리’로 통하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어 그만큼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진에 수없이 대처하며 쌓은 노하우를 통해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결과 올해 4월 구마모토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지만, 21년 전 고베 대지진(규모 6.9) 때보다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우선, 일본은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10초 이내에 이 사실을 전파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각 기관 등에 지진 발생 사실이 10초 안에 통보됨은 물론 휴대전화에서도 경보음이 울린다. 또 지진의 규모와 진앙지, 쓰나미 발생 여부 등의 각종 정보를 담은 문자메시지도 전송한다.

지진이 일어나면 P파와 S파 등 지진파가 발생한다. 진원에서 떨어진 지점의 지진계에는 P파가 먼저 도착하고, 5~20초 뒤 S파가 감지된다. 일본은 P파가 감지되면 그 즉시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발동해 지진 발생 사실을 신속하게 전파하는 것이다.


지진 멈추면 가스불·출구 확인
간이 랜턴·화장실 만드는 법 등
시간대별 생존법 상세히 설명

지진 10초 내 휴대전화 경보음
어릴적부터 대피요령 교육 반복
장소별 세분화…한글판도 있어


우리나라는 현재 기상청이 지진 발생 사실을 통보하면 국민안전처가 이를 취합해 최종적으로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몇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재난문자 발송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기상청은 22일 재난문자 통보 체계를 개선해 2분 안팎에 문자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P파가 S파보다 빠르게 도달하지만, 파괴력은 S파가 더 크다”며 “P파를 감지하자마자 S파가 도달하기 전에 지진 발생 사실을 알려야 국민이 최대한 발빠르게 대처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지진 대응 매뉴얼도 상당히 체계적이고 세분화돼 있다. 일본 도쿄도의 지진 방재 매뉴얼인 ‘도쿄방재’는 무려 322쪽에 달한다. 이 책자는 △지진 발생 △발생 직후 △피난 △피난생활 △생활재건 등 시간대별 상황에 따라 지진 대처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수돗물 보존방법과 신문지로 몸을 보온하는 법, 간이 랜턴·가스레인지·화장실 만드는 법, 적은 물로 청결 유지하는 법 등의 위기 대처법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한글판 책자도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책자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지진 발생 순간에는 적절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은 책상 밑으로 피하는 등 최우선으로 생명을 보호하고, 흔들림이 멈춘 뒤 출구를 확보한 다음 불씨 등을 확인하고 대피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자택은 물론이고 번화가, 학교, 역, 공항, 지하상가, 경기장, 열차 내, 자동차 내, 터널 안, 교량 위 등 장소별로도 대피 방법을 세분화했다.

번화가에서는 “낙하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빌딩 붕괴에 주의하며 공원 등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라”, 터널에서는 “천장이나 벽면 붕괴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방에 출구가 보이면 저속으로 빠져나가고, 긴 터널인 경우 왼쪽에 차를 정차하고 키를 꽂아둔 채 비상구로 탈출하라”는 식이다. 시민들은 어렸을 적부터 각종 교육을 통해 이 같은 매뉴얼을 충분히 익히고 있다.

공하성 교수는 “지금까지는 큰 지진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이 미숙할 수는 있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안전은 미리 준비할 때 지켜질 수 있다”며 “지진 경보 시스템을 개선하고,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시민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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