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정부, 양산 활성단층 보고서 묵살’國調·청문회 추진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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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3   |  발행일 2016-09-23 제3면   |  수정 2016-09-23
‘1994년·2012년 두차례 은폐’ 파문 확산
20160923
고윤화 기상청장이 22일 오전 서울 기상청에서 경주 지진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 “단층 활동이 원인” 시인
野 “4년간 국민안전 무시” 성토
원전·방폐장 지질·지진조사 자료
한수원 “영업상 기밀” 공개 거부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경주 지진이 양산단층과 관련 있다고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앞서 1994년과 2012년 정부는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인근의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라는 학계와 연구기관의 주장을 일축한 바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원전은 내진설계를 넘는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참사를 일으킬 수 있다.

기상청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경주 지진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규모 4.0 이상의 비교적 큰 진동은 ‘전진(9월12일)→본진(9월12일)→여진(9월19일)→여진(9월20일)’ 순으로 양산단층의 분포 형태인 남남서 방향으로 이동했다”며 양산단층 활동이 이번 지진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 패널로 참석해 “지금으로선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했고, 김광희 부산대 교수 역시 “현재로서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야권은 정부가 이런 사실을 몇 년 전에 알았으면서도 월성·고리 지역에 원전을 계속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원전까지 승인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울산·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정부의 용역보고서 폐기 의혹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더민주 문미옥 의원은 정부의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 지도 제작’ 보고서를 공개하며 “정부가 원전 인근의 활성단층 존재를 4년 전에 파악하고도 숨긴 것은 국민안전을 무시한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는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한 것으로 2009년부터 3년간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진과 국내 대학연구진 23명 이상이 참여했다. 2012년 소방방재청에 보고됐지만, 정부가 연구결과 발표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산단층에 속하는 일광단층(울산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길이 45㎞의 단층)과 울산단층(울산만에서 경주까지 12.5㎞ 길이로 이어져 있는 단층) 모두 활성단층으로 분석됐다.

같은 당 김현권 의원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해양과학기술원은 2009년부터 동해 해저에서 양산단층을 연구해 2013년 고리 원전 일대를 활성단층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며 “국가연구기관들이 수년 전부터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임을 확인했음에도 원전지역 단층 정밀조사를 방기한 것은 주민안전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해양과학기술원은 ‘고해상 탄성파 탐사를 이용한 한반도 연안의 신기 지진활동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육상과 바다까지 연결돼 있는 양산단층의 활성단층 실체를 탄성파 탐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처럼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란 연구결과가 이미 나왔음에도 정부가 쉬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파 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의 경우 규모 8.3의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2일 관련 입장자료를 내고 “해당 보도는 경주·부산 원전단지에서 인접한 2개의 활성단층 중 울산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규모 5.8에서 최대 8.3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인데, 사실과 다르다”며 “규모 8.3이라는 수치는 현재의 변위 130m가 한 번의 단층활동에 의해 이뤄질 경우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수치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한 번에 변위가 130m 생긴 경우는 없었다. 규모 9.0이었던 동일본 대지진(2011년)의 경우 최대 변위가 50m였다”며 “정확한 수치는 변위만이 아닌 현재의 단층길이, 변위, 변위율, 몇 회에 걸쳐 형성된 것인지에 대한 정밀 조사 이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의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건설 전 실시한 ‘활동성 단층(Capable Fault)’에 대한 지질·지진조사 결과 공개를 “영업상 기밀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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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길이
울산단층 울산만∼경주 12.5㎞ 최대 3㎞
일광단층 울산∼부산 45㎞이상 최대 1㎞
 <자료:2012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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