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허용가액 ‘3·5·10만원의 함정’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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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8 07:27  |  수정 2016-09-28 07:27  |  발행일 2016-09-28 제8면
■ 김영란법 오늘부터 시행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금품 관련 허용가액인 ‘3(음식물)·5(선물)·10(경조사비)만원’ 규정에만 함몰될 경우, 공직자와 민간인이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규정은 예외조항이지만 마치 이 틀(상한선)을 벗어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인식돼 오해를 낳을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낸다고 해서 ‘더치페이법’으로 통하는 이 법의 원칙은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공직자 등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직무과 관련해선 단 한 푼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숨통을 틀 여지는 남겨뒀다. 직무와 관련해 예외조항으로 바로 3만·5만·10만원 규정 내에서는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 것이 무조건 이 가액범위 안에서만 받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가령 공직자가 직무 관련자와 만나 2만원짜리 식사를 제공받으면 3만원 이하여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럴 경우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및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됐다는 게 반드시 입증이 돼야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

3만·5만·10만원 규정만 기억할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직무 관련자로부터 어떠한 금품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지역 법조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법조인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3만·5만·10만원 규정만 원칙인 것으로 잘못 해석해, 직무와 관련해 4만원짜리 선물을 받아도 과태료 부과 대상자 명단에 오르는 일이 적잖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외조항을 과대 해석해버린 것이다.

금품수수 예외조항에는 공공기관, 언론사, 사립학교 내 상급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하급자는 상급자에게는 초콜릿이나 간단한 선물도 원칙적으로 제공해선 안 된다. 이는 원활한 직무수행 등을 위해 정해놓은 예외규정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자녀의 교사에게 과자나 김밥 한 줄도 제공해서는 안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병철 변호사(전 대구고검장)는 “청탁금지법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광범위한 측면이 있어 혼란스러울 수 있다.상황에 처할 때마다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상식·공개·내부규정과 절차·쌍무적 계약관계 등 네 가지 포인트에 맞춰 고민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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