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밥상머리 교육 .3] 나라와 시대를 초월한 밥상머리 교육

  • 노진실
  • |
  • 입력 2016-11-04   |  발행일 2016-11-04 제10면   |  수정 2016-11-04
유대인의 식사는 가족의식…밥상에선 어떤 잘못도 혼내지 않아
20161104
칠곡 가산초등 학생과 부모·조부모들이 강사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받고 있다.
20161104

밥상머리 교육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국가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밥상머리 교육은 존재해 왔다. 이는 밥상머리 교육이 그만큼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자녀 교육 방법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케네디 前 대통령 어머니 로즈
식사시간 어기면 밥 주지 않아
약속과 시간의 소중함 일깨워

가족과 식사 잦은 학생일수록
언어발달·학점에 긍정적 영향
건강한 식습관 가질 확률도 ↑


◆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수많은 명곡을 만든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노벨상 수상자이자 유대인이라는 것이다. 유대인은 노벨상 수상자의 3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니 유대인의 교육 비법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국내에서도 ‘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법’이란 제목의 책이 나오고, 학계에서 관련 연구가 잇따르고 있겠는가. 유대인에게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종의 가족의식에 가깝다. 유대인 가정은 매주 금요일 가족이 모여 감사 기도를 한 뒤 식사를 시작한다.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밥상에서 예절을 익히고, 전통에 대해 배우는 것과 동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유대인은 밥상에서 어떤 잘못이 있어도 절대 자녀를 혼내지 않는다. 꾸짖을 일이 있으면 식사 이후로 미룬다. 유대인 부모들은 밥상머리에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대인에게 밥상머리는 가족의 전통과 공동체 의식이 전수되는 교육의 장인 것이다.

◆역사 속, 명문가의 밥상머리 교육

선조들의 밥상머리 교육은 어땠을까.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쓴 예절 수신서 ‘사소절’에서는 밥상머리 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아무리 성낼 일이 있더라도 밥을 대했을 때에는 노기를 가라앉혀 화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녀를 가르치는 데는 먼저 음식을 탐내는 것을 금해야 한다. 음식을 탐하게 되면 탐욕과 사치, 도둑의 마음과 사나운 마음이 생긴다’ 등이 그것이다.

류성룡가(家)와 케네디가(家)는 밥상머리 교육을 중요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가문의 가족 식사시간은 작은 예절수업 시간이 됐고, 이는 자녀들의 인성 발달에 기본으로 작용했다. 류성룡가의 교육관은 ‘밥상머리에서 가족이 함께하고, 최소한 지킬 것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교육이 된다’는 것이다. 밥상머리에서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태도에서는 절제를, 같이 음식을 나눠 먹는 태도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익히는 기회가 되도록 하는 것.

케네디 전 대통령의 어머니인 로즈 여사는 식사시간을 어기면 밥을 주지 않았는데, 이는 자녀들에게 약속과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또 식사시간엔 식사 전 읽은 신문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재벌가 중에선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밥상머리 교육을 중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와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교육부와 서울대 학부모정책연구센터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선 아이들의 인지발달, 더 나아가 학업성적 향상과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캐서린 스노 교수의 연구 결과에서도 식사시간과 가족 간의 대화는 아동의 언어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나오는 단어는 140여 개에 불과하지만, 가족식사 중에 나오는 단어는 1천여 개에 달했다. 또 콜럼비아대 약물오남용 예방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A~B학점을 받는 학생은 C학점을 받는 학생보다 주당 가족식사 횟수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는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미네소타대가 학생 4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식사의 빈도는 흡연, 음주, 마리화나 남용, 우울증, 자살률과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식사와 밥상머리 교육은 아이들의 인성 발달에도 큰 도움을 준다. 밥상머리에서 절제와 배려, 약속과 같은 기본적인 예절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 중 하나다. 미네소타대가 실시한 청소년 식생활 조사에서 가족과 식사를 많이 하는 학생일수록 과일, 채소, 칼슘이 풍부한 음식 등 성장에 필요한 주요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하고, 탄산음료나 설탕이 든 음료를 더 적게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