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잡으려다 사람 잡을라…

  • 박광일
  • |
  • 입력 2017-02-01 07:11  |  수정 2017-02-01 10:32  |  발행일 2017-02-01 제2면
운전대 잡은 채로 게임하는 등
대구 명소 인파 몰려들어 몸살
20170201
지난달 30일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도 ‘포켓몬고 성지’로 불리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유저들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포켓몬 잡으러 오신 분들, 차 좀 빼주이소~.”

설 연휴 대체휴일인 지난달 30일 밤 9시쯤 대구문화예술회관. 붉은색 경광봉을 든 청원경찰들이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이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수적인 각종 아이템을 지급하는 ‘포켓스탑’이 한데 몰려 있는 곳으로, 유저들 사이에 이른바 ‘포켓몬고 대구 성지’로 불린다.

청원경찰이 이들을 직접 찾아나선 건 주차장 폐쇄 시간이 넘었는데도 게임에 몰두한 채 차량을 빼지 않아서다. 한 청원경찰은 아예 자포자기한 듯 허공을 향해 외쳤다. “날씨도 춥고 어두운데 오늘은 (포켓몬) 그만 잡고 내일 다시 하입시더.”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탄 대구지역 ‘포켓몬고 성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주차난은 물론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며 게임을 하는 유저들도 있어 보행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포켓몬고’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을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이다. 스마트폰에서 ‘몬스터 볼’이라고 불리는 공을 던져 주변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는 방식이다.

대구의 대표적인 ‘포켓몬고 성지’는 대구문화예술회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방천시장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경북대 일청담 주변, 수성못 등이다. 이곳에서는 네댓 걸음마다 ‘포켓스탑’을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명소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주차난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구문화예술회관과 경북대 등의 경우 지난 설 연휴 당시 유저들의 차량이 몰려들어 주변 일대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김광석 길의 경우 포켓몬고 유저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걷다가 관광객과 부딪히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는 ‘주차 후 포켓놀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내걸려 있는 정도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유저들이 주변을 잘 살피면서 안전하게 게임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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