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심사 年 한차례 고작…10년 넘게 잔액정리도 안해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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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1 07:17  |  수정 2018-08-21 07:17  |  발행일 2018-08-21 제3면
원전주민 지원금 쌓아둔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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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의원들과 지역 인사들이 6월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사업 중단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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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발전소 소재 지역민을 위해 책정된 지원 사업비를 장기간 미집행으로 남겨두고 있는 데는 한수원 측의 ‘성의 부족’ 내지는 ‘업무 태만’에 크게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미집행 사업비를 2007년 이후 1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잔액을 정리한 적이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다.

현행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에는 한수원이 자체 재원을 마련해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의 주업종인 원자력의 경우 원자력본부 별로 발전양 ㎾h당 0.25원을 곱해 얻어지는 재원을 갖고, 원전 반경 5㎞ 이내의 읍·면·동을 대상으로 교육장학·주변환경 개선·지역 문화진흥 사업 등을 펼쳐야 한다.


주민제안 심사 자체적으로 진행
부적절 판단되면 추가접수 않아
사업 발굴·집행 노력 부족 지적



여기서 발전 양은 ‘전전년도’ 기준이기 때문에 예산 수립 시 계산을 통해 한 해 사업비 규모가 나오게 된다. 발전양이 많은 한울원전의 경우 연간 150억~160억원 안팎이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월성원전은 70억~80억원대 수준이다.

예산 규모가 사업연도 도중에 들쭉날쭉하는 것도 아님에도 해마다 집행잔액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한수원은 지원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에 보낸 해명에서 “원전 사업소 별로 예산한도 범위에서 사업 신청서를 받아 1차로 심의를 한 후 본사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을 확정한다”면서 “본사 심의위에서 사업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접수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달리 말해 지원사업 신청서 접수와 심사를 1년에 한 번밖에 진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업 신청은 주로 지원 대상 주민들로부터 받으며, 심사는 한수원 자체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 중에서 지원 성격에 맞지 않는다거나 중복·편중 등의 문제가 있으면 배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수원이 잔액의 범위 내에서 ‘추가로’ 사업을 공모하고 적정 사업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잔액 처리는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이듬해 예산에 잔액까지 포함시켜 확장적인 집행을 시도했더라도 장기 미집행 문제는 해결됐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곽대훈 의원(자유한국당·대구 달서구갑) 측은 “사업 신청을 받더라도 무조건 받아주는 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예산 규모의 130%든 150%든 접수한 뒤 심사를 통해 100%에 맞춰 사업을 선발하면 잔액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좋게 보면 한수원의 성의 부족이고, 나쁘게 보면 업무 태만이 사업비 미집행 관행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관리사업자 지원사업 집행이 부진한 탓에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관리사업자는 경주에 유치된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관리사업자로서 경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원자력환경공단을 의미한다. 방사성폐기물을 처분시설에 반입하기 위해선 200ℓ 드럼당 63만7천500원의 ‘지원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 중 4분의 1이 관리사업자 몫으로 떨어져 공단 측이 주민 지원사업을 벌이게 된다. 나머지 4분의 3은 경주시가 넘겨 받아 처리한다.

실제로 2017년 공단 몫의 지원수수료 수입은 8억6천500만원이었으나 지출은 4억4천200만원에 그쳐 절반 정도를 사용한 셈이다. 이런 식으로 해마다 수억원씩 집행잔액이 쌓여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잔액이 17억7천600만원에 이르렀다.

공단 측은 미집행 사유에 대해 “지역주민 중심으로 구성된 ‘관리사업자 지원사업 심의위원회’에서 사업을 심의 의결하고 있으나, 예산 규모가 크지 않고 주민복지사업 등 지역에 적합한 사업과 맞지 않아 사업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의위원회에는 공단 관계자 3명과 산업부 1명, 경주시 1명에 더해 지역주민 대표가 6명 포함돼 있다고 밝혀 사업비 미집행 문제를 놓고 주민과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원사업이 당초 방폐장 주변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국회 관계자는 “자금을 모아 ‘목돈’ 사업을 벌이겠다면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세워 자금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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