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원자력기술硏 ‘SMR(혁신형 원자로)’ 개발에 올인 430兆 시장 선점 나선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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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4 07:19  |  수정 2019-08-24 07:59  |  발행일 2019-08-24 제5면
경주, 차세대 원전산업 R&D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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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포 일대 360만㎡ 부지에 조성될 경주 에너지과학연구단지에는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등 10여개의 연구기관이 들어서고 1만여명의 인원이 상주하게 된다. <경북도 제공>

지난달 16일 한국원자력연구원·경주시·경북도는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는 경북과 경주가 국내 최초로 연구-설계-운영-처분-매립으로 이어지는 원자력산업의 전 주기를 완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도와 시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9년에 걸쳐 7천200억원을 투입해 경주 감포 일대 360만㎡에 ‘경주 에너지과학연구단지’를 조성한다. 이곳에 들어서는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은 △혁신형 원자로 기술 개발 △재난으로부터의 원자력 안전 연구 △방폐물·원전해체기술연구 등을 진행하게 된다.

지난달 2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3개 부서 8명으로 구성된 ‘혁신원자력연구개발기반사업단’을 발족하자 도는 지난 16일 혁신원자력연구개발기반조성 TF팀을 신설했다. 도가 연구원 설립에 적극적인 것은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1959년 대전에 설립된 원자력연구소를 모태로 조성된 대덕연구단지는 현재 R&D사업비가 8조원에 이르는 세계적 연구단지로 성장했다.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순수 R&D예산만 연간 4천억원으로, 국가 전체 R&D예산(20조원)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또 1천700여개 기관·기업에서 7만여명 연구·기술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경주도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이 모태가 되는 세계적인 R&D연구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에너지과학연구단지 내 들어서
소형·모듈·일체화에 집중 계획

300㎿ 이하급 설비용량 원자로
설치비 절감되고 안전성도 장점
혁신적인 원전 시스템으로 평가

◆왜 SMR 원자로인가

기존 원자력발전소는 1천㎿ 이상 되는 대형 상용발전으로, 인구 200만명 이상의 대도시 전력수요를 담당한다. 초기 건설비용이 3조~5조원으로 많고, 후쿠시마원전 사고처럼 피해 발생시 수습도 어렵다. 또 대형 원전과 소비자를 연결하기 위한 장거리 송전 설비가 필요해 막대한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이에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은 선도사업으로 혁신형원자로 기술인 중소형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개발에 나선다.

SMR는 300㎿ 이하의 소규모 설비용량으로 섬이나 신도시 등 인구 50만명 미만의 중소도시 인근에 설치가 용이하다. 전력 생산단가가 올라가는 부분은 있지만 초기 건설비용이 7천억원 수준으로 적고, 송전 설비 등 추가적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동의 사막국가나 캐나다 등 인구 밀집도가 낮은 국가에서는 매력적인 원전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원전의 소형화·일체화라는 장점 때문에 △해수담수화나 온수공급 △쇄빙선·잠수함·극지탐사선 등 해양 분야 △우주선 등 항공 분야 △수소 생산 등 친환경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안전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원전사고 대부분은 노심(핵연료가 분열반응을 일으켜서 열을 내는 곳)이 아니라 연결부위에서 발생한다. SMR 원자로의 핵심은 연결 부위의 최소화에 있다. 즉 모든 기계적 장치를 소형화하고 이를 기능별로 모듈화해 대형 압력용기 속에 한꺼번에 넣어 일체화한다는 점이다.

SMR의 핵심기술인 이 같은 소형화·모듈화·일체화를 통해 300만개가 넘는 부품을 1만개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바깥부분의 연결 배관이 거의 없어 안전성도 높아진다. 이는 핵잠수함이나 우주선에 사용하는 기술로 혁신원자력기술연구원은 이 기술에 집중할 계획이다.

◆SMR산업 기대효과

SMR는 이런 장점 덕분에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전력 수요, 불충분한 인프라, 제한된 투자능력, 미숙한 원전 운영 경험 등의 약점을 갖고 있는 개발도상국과 중소국가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다. SMR 개발에 적극적인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어느 나라든 상용화가 가능하다면 430조원의 미래 원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1천기의 SMR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해수담수화용 1천억달러(120조원), 소규모 전력생산용 2천500억달러(300조원)의 거대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여기에 지구상의 화력발전소 1만8천400개가 모두 SMR로 교체될 경우 9천200조원(기당 평균 건설비용을 5천억원으로 가정했을 때)의 시장이 추가로 형성된다. 미국 등 원전강국이 SMR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SMR 도입을 희망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국가는 발전소 기능은 물론 담수화 설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SMR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레바논·팔레스타인 등은 SMR가 황무지를 녹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폴리네시아 등 태평양 섬나라처럼 바닷물은 넘쳐나지만 산림훼손과 기후변화로 물이 부족한 국가에도 SMR는 절실하다.

또 △아마존과 주변 열대우림 보호 △밀림속 산간 오지 및 해안 황무지 개발 △소규모 도시 유지 등이 필요한 남미에서도 SMR는 꼭 필요한 에너지 인프라다. SMR는 심지어 남극과 북극 인접 지역에 밝은 불빛과 따뜻한 온기를 유지해 주는 생명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시설을 다 집어넣은 SMR의 용기가 5층짜리 소형 아파트 크기에 불과하지만 생산전력은 100~300㎿로 극지방에서의 연구와 자원개발 용도로도 사용할 수가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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