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거대 펫시장 잡아라'…한국 펫용품 수출 절호의 찬스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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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5 07:46  |  수정 2024-04-05 07:49  |  발행일 2024-04-05 제14면
[세계를 보는 창] '펫시장 호황'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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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의류 브랜드 빔바이롤라 (Bimba y Lola)의 반려견 컬렉션. 〈빔바이롤라 제공〉

팬데믹 이후 찾아온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스페인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스페인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반려동물 시장'이다.

스페인 '반려동물 식품제조협회'에 따르면, 스페인에는 약 3천만 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있다. 반려견은 약 930만 마리로 2019년부터 3년간 38%나 증가했다. 15세 미만 인구가 약 70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반려견의 수가 어린이 수보다 많은 것이다. 마드리드에는 3세 미만의 유아보다 반려견이 세 배 더 많다고 보도한 현지 언론도 있을 정도다.

스페인에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개(Perro)와 자녀(Hijos)를 합친 '페르이호스'(Perrhijos), 고양이(Gato)와 자녀(Hijos)를 합친 '가띠호스'(Gathijos)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반려동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개 다음으로는 물고기(700만 마리), 고양이(580만 마리), 조류(500만 마리)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스페인 반려동물 식품 산업의 매출액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의 스페인 반려동물 식품 매출액은 약 17억 유로(한화 약 2조원)로, 2021년(14억 9천만 유로, 한화 약 2조1천176억원)보다 14.4% 증가했다. 에너지, 운송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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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반려견 음식 배달 스타트업 Dogfy Diet. 〈출처 : Dogfy Diet 홈페이지〉

반려견의 먹거리에 관심을 두는 인구도 부쩍 증가했다. 내가 섭취하는 음식만큼 반려견의 음식에도 더욱 신경 쓰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스페인 최고의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다름 아닌 반려견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Dogfy Diet'였다.

Dogfy Diet는 견종·크기·취향에 따라 반려견의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공되는 모든 음식은 수의사가 반려견의 건강과 영양 상태를 고려한 것으로,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다.


스페인 반려견 930만마리…3년 간 38% ↑
펫식품 매출 한화로 2조 규모…1년새 14% ↑
펫테크 등 다양한 한국 제품 현지 니즈충족
펫푸드·펫패션 등 관련업종 성장 주목해야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이 스타트업은 매일 30t 분량의 반려견 식품을 제조하고 있다. 이는 약 5만 5천 마리의 반려견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지난해의 매출은 2천500만 유로(한화 약 355억원)이며, 올해 매출은 5천만 유로(한화 약 710억원)로 2배 정도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얼마 전, 스페인의 소비자단체(OCU)는 반려동물에게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반려동물을 키우며 소요되는 비용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연평균 약 1천200유로(한화 약 170만원), 반려묘의 경우에는 약 945유로(한화 약 134만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식품을 비롯해 용품·보험·미용 등 과거보다 다양한 분야가 성장했고, 이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지출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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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중심부 벨라스케스 지역에 오픈한 반려동물용품 Kiwoko 매장. 〈Kiwoko 제공〉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반려동물용품 체인은 '키워코(Kiwoko)'이다. 2007년 모든 반려동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된 키워코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 150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마드리드 벨라스케스 지역에는 1천400㎡가 넘는 큰 매장을 열어 광범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페인 아마존의 반려동물용품 판매량 순위는 반려견 배변 봉투를 시작으로 사료·훈련 패드·털 제거 브러시·침대 등이 상위권에 올라가 있다. 그 외 샤오미에서 출시한 자동 급식기는 23위에, 고양이 급수기는 30위에 올랐다.

스페인 반려견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특징으로 주인들은 반려견이 집 밖에서 배변하도록 훈련을 시킨다는 것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산책 시에 배변하기 때문에 배변 봉투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반려동물 시장 성장으로 펫 가전제품, 펫테크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편의성과 안전성,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제품들이 시장에 다수 출시되었고,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이런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반려동물 음식 자동 급식기, 드라이 룸과 같은 제품도 여전히 대중적이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는 있으나, 다양성은 많이 부족하다.

한국의 아이디어 제품을 스페인 시장에 수출하는 것은 신선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 식품도 마찬가지다. 사료부터 반려동물 영양제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국내 기업의 스페인 반려동물 시장 진출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반려견 패션용품도 블루오션이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도 길에서 산책 중인 대부분 반려견은 옷을 입고 있지 않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반려견 의류 시장은 스페인 유명 브랜드의 주도로 조금씩 성장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스페인 국민 브랜드 '자라(ZARA)'의 창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는 개'라고 말하며, 반려견 컬렉션을 출시했다. 추운 겨울에 입을 수 있는 코트와 우비도 있었다. 또 다른 의류 브랜드 '빔바이롤라'는 반려견 의류를 비롯해 목걸이·목줄·물그릇이 포함된 컬렉션을 선보였다.

반려동물 장례 절차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트렌드에 맞춰 반려동물 보험, 사설 장례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위치한 말라가에는 작년 말 스페인 최초의 공공 반려동물 공동묘지가 개장됐다. 공공 공동묘지가 생긴 것은 처음이다. 말라가는 35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동록돼 있다.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시민들은 170~250유로(한화 약 24만~35만 원)의 가격으로 반려동물을 화장하거나 매장할 수 있다. 또 반려동물의 이송, 송별식, 납골당 임대 등의 서비스도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스페인 정부는 동물 복지법 발표해 독이 있거나 성체 체중 2㎏ 초과하는 파충류(거북이 제외), 영장류, 5㎏ 넘는 야생 포유류 등 집에서 키울 수 없는 반려동물의 종류를 명확하게 분류했다. 또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민사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죽거나 실종된 경우에도 보험 상품을 통해 일정 부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2022년 스페인 반려동물 산업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 가구의 약 40%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는 5만 5천여 명으로 유럽에서 다섯 번째로 큰 시장이 되었다.

전 세계 반려동물 산업은 2026년까지 연평균 5%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있다. 반려동물의 웰빙, 먹거리, 패션 등 관련 업종의 성장을 주목해야 한다.

반려동물 시장은 유럽, 미주 쪽에서 먼저 성장하였으나 한국에서도 관련 용품들의 질과 양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반려동물용품을 해외에서 수입했다면, 이제는 역수출할 시기임이 틀림없다. 펫팸족과 반려동물의 편의를 고려한 다양하고 가성비 좋은 한국 제품들을 유럽에 수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지윤 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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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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