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서재] 프랑수아즈 사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극한의 자유 즐겼던 문학계 거인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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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5 07:47  |  수정 2024-04-07 12:15  |  발행일 2024-04-0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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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제공>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의 소설 제목으로도 인용된 이 문장은 프랑스 여성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복용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한 말이다. 오늘날까지 회자될 만큼 파격적인 발언인데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사강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다운 말이다.

사강은 1935년 남프랑스의 카자르크에서 태어났다. 소르본대에 진학했지만 첫 시험에서 낙제했다. 카페에 자주 드나들면서 위스키와 재즈를 즐기다 결국 대학을 중퇴했다. 요트 사고를 당해 병상에 있던 중 심심풀이로 6주 만에 소설 '슬픔이여 안녕'〈사진〉을 쓰고 출간하는데, 18세의 나이였다. 남녀 간의 심리 전개를 세심한 관찰력을 통해 단단한 문체로 묘사해 프랑스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그해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문단 데뷔와 함께 '사강 신드롬'을 쏘아 올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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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에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해 "사강, 교통사고로 즉사하다"라는 뉴스가 전 세계에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소생해 3개월간의 병상 생활에서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

23세 때 20세 연상의 남성과 결혼하지만 2년 만에 헤어졌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7세에 한때 패션 모델을 한 적이 있는 젊은 미국인과 재혼하여 아들 하나를 낳았지만 다시 이혼했다.

이후 사강은 신경 쇠약, 정신병원 입원, 폭음과 마약, 도박에 탐닉했다. 도박으로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된 그녀는 '도박이야말로 일종의 정신적인 정열'이라고 하며 '돈이란 본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태연히 말했다.

1995년에는 두 번씩이나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됐다. 이때 한 말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이다.

2002년엔 탈세범으로 기소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옹플레르에서 노년을 보내던 사강은 심장과 폐 질환으로 수년간 투병하다 2004년 숨을 거뒀다.

대표 작품으로는 '슬픔이여 안녕'을 비롯해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패배의 신호', 희곡은 '스웨덴의 성(城)' 등이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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