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냉해에도 작년 생산액 3372억
개폐형 하우스 등 재해대응 시설 구축
골든볼 등 기후적응형 품종 재배 추진
다각적 대응으로 이상기후 정면돌파
청송군 현동에서 청송현이네사과농원을 운영하는 윤석우씨가 시나노골드를 수확하고 있다. 청송군은 지난해 3천360ha에서 7만1천t을 생산해 전국 사과 총 생산의 약 16%를 차지했으며, 생산액은 3천372억여원을 기록했다.
1970년대 '국민학교' 사회 시간에는 각 지역 특산물을 가르쳤고, 그 내용은 시험에도 단골로 나왔다. 아이들은 대구-사과, 전주-한지, 풍기-인삼, 울릉도-오징어로 시작해 동해-명태, 남해-멸치, 서해-조기 등등 외워야 할 것이 많았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과거와 같은 단순암기식 공부를 벗어나, 스스로 자료들을 찾아 전국 특산물 지도를 만들기도 할 터인데, 아마 그 지도에서 사과는 대구가 아니라 청송에 그려질 것이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사과 재배지는 경북 북부로 옮겨졌고 그중에서도 청송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과 주산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전대미문의 대형 산불과 냉해, 우박, 이상고온 등 재해가 잇따랐지만 청송은 3천360ha에서 7만1천t을 생산해 전국 사과 총 생산의 약 16%를 차지했으며, 생산액은 3천372억여원을 기록했다.
청송사과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보다 사과의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청송은 사과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해발 고도가 높은 산간지방으로 일교차가 매우 크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강우량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사과의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하며 저장성도 뛰어나다.
이러한 천혜의 환경을 바탕으로 청송군은 새로운 재배 기술을 도입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1990년대 중반 이탈리아 최북단의 사과 주산지인 남티롤 지역에서 키 낮은 사과대목을 도입해 방추형 밀식재배 기술을 보급했다. 당도가 높은 정형과 생산비율이 높아지고 노동력도 절감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청송군은 1994년 청송사과 상표 등록을 시작으로 지리적표시제 등록, 지식경제부 '청송사과 특구' 지정, '청송사과 품질보증제' 시행 등 브랜드 강화에 힘써왔다. 또 2002년 청송사과유통센터 등을 건립해 체계적인 선별·유통 시스템을 갖췄고, 2005년 시작된 청송사과축제는 지난해 오프라인 방문객 5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눈을 돌려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 현지에 청송사과 300t 수출 쿼터를 확보하며 동남아 시장도 열었다.
그런데 청송사과 성공의 바탕이 흔들리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청송사과의 성공은 흔들리는 바탕 위에서 이뤄진 것이다. 사과 주산지가 대구에서 청송을 비롯한 경북 북부로 옮겨온 것이 도시화와 기후변화 때문인데, 그 기후변화 추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연평균 기온이 2023년 13.7℃, 2024년 14.5℃로 연이어 기록을 경신하는 등 최근 온난화 추세가 매우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과 재배 지역이 조금씩 북상하고 있지만, 청송이 축적해온 사과재배 기술과 노하우가 새로 시작하는 지역에서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청송현이네 사과농원의 시나노골드.
사과는 연평균 8~11℃, 생육기 평균 15~18℃인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또 겨울철에는 7℃ 이하 저온이 1천200~1천500시간 이상 지속돼야 생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사과 재배 지역을 점점 북쪽으로 밀어 올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사과산지인 경북지역의 사과 생산량은 2015년 약 37만 t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28만 t 수준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강원도 지역은 5천 t에서 2만2천 t으로 늘어났다. 강원도의 사과 재배면적도 2010년 216ha에서 올해 2천215ha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사과 재배지 북상에 관한 얘기가 나온 지는 오래됐음에도, 지난해 경북지역의 사과 생산량은 전국의 62%를, 재배면적은 57%를 웃돌고 있다. 그리고 청송농업기술센터 관계자나 사과 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은 아직 사과 재배지 북상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하는 것 같지 않다.
한두 해 뒤에 당장 닥칠 위험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청송이 축적해온 사과재배 기술과 노하우가 새로 시작하는 지역에서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자부심이 읽힌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대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재배 기술 혁신, 신품종 도입 등의 노력을 통해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느껴진다.
이런 맥락으로 청송사과를 보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 그런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다'는 게 가능한가? 되돌아보면 늘 못다 한 일이 눈에 띄지 않을까? 여기서는 다할 진(盡) 자의 글자풀이가 답을 준다. 그릇에 남은 음식 찌꺼기를 붓이나 솔로 깨끗이 털어내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설거지 같은 일이다.
청송사과는 해발 고도가 높은 산간지대의 큰 일교차와 풍부한 일조량을 갖춘 천혜의 자연에서 자라 당도가 매우 높고 육질이 단단하며 저장성까지 뛰어난 대한민국 대표적인 명품 과일이다.
그렇게 보면 '진인사'는 단번에 끝내는 일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일을 매번 꼼꼼히 정성 들여 최선을 다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청송사과의 품질과 명성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 청송군이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과 사과재배 농업인, 사과산업 관계자들의 노력을 두루 살펴보면 '진인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천명'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천명은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며, 그래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활동으로 온실가스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지만, 전 인류의 동시다발적인 실천이 없으면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문제이므로 '천명'이라 할 만한 사건이다.
근래 들어 청송에서도 봄철 저온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과는 영하 30℃까지 견딜 수 있지만, 봄철 개화기에 서리·저온피해를 입게 되면 한 해 농사를 거의 망치게 된다. 여름철에는 이상 고온, 폭염이 이어지며 과일 표면 온도가 급상승해 껍질과 과육 세포가 손상되는 일소피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국지성 호우, 우박 피해도 기후변화로 인해 잦아지고 있다.
신 재배기술 도입과 보급, 품종 다양화 등 꾸준한 혁신을 도모해온 청송군은 최근 온난화에 따른 피해가 늘어나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재해 대응형 과수재배 시설 구축지원 시범사업'으로 8개 읍면 20 농가에 측면과 천창을 완전히 개폐할 수 있는 하우스를 조성하고 무인방제시스템, 자동관수·관비시스템, 공기순환팬 등 스마트 시설을 갖춰, 다축형 초밀식재배로 골든볼 등 기후적응형 국내육성품종의 재배를 추진하고 있다.
청송사과는 냉해와 폭염 등 기후재해에 맞서 개폐형 스마트 하우스와 무인방제 시설을 갖추면서 적응형 신품종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기후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미래 첨단 과수로서 청송사과가 가고 있는 길이다.
청송의 사과 스마트팜 사업은 고령화와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맞은 청송사과의 미래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팜을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가 보다 정밀한 데이터 농업으로의 도약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는 '청송 사과 스마트팜 하우스재배 농업인연구회'를 구성해 재배기술 교육과 현장 컨설팅, 스마트 방제시스템 교육을 하고 있다.
이밖에 '사과 다목적 망 보급 시범사업'은 저비용 사과 다목적 망을 보급해 우박, 강풍 피해 예방을 위한 것이며, '과수 봄철 이상기상 대응 미온수 살수시스템 구축사업'은 개화기 서리·냉해 피해 예방을 위해 미지근한 물을 안개처럼 뿌리는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꽃눈 강화용 요소·붕산 비료를 보급하는 '과수 냉해 예방기술 지원사업'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청송사과GAP사업단' 2천여 농가를 대상으로 교미교란제, 끈끈이트랩, 황산가리 등 친환경 자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690여 농가는 저탄소농산물인증 획득을 진행 중이다. 저탄소농산물인증은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생산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친환경 농산물에 국가가 부여하는 인증이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 양승규 과수기술팀장은 "올해 청송군의 사과 총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2% 정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렇지만 근래에 온난화 때문에 이상 기상 현상이 늘어나고 있어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송사과의 미래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양 팀장은 "계속 전국 최고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생략된 대답으로 들렸다.
글=김광재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청송군청>
이지용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사진 전문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